‘전후문학’과 ‘마이너리티문학’을 주제로 하는 것은 근현대 연구가 왕성해진 최근 일본연구 동향뿐만 아니라 학문과 사회의 유기적 연동성을 중시하는 학술계 전반의 지향성과도 다분히 호응한 결과다. 즉, 본서는 문학 이전에 전후(戰後)와 마이너리티 존재 자체를 문제시한다. 갈등 일로의 한일 간 외교?정치뿐 아니라 혐한 헤이트 스피치 등에서 확인되는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 기류는 그 견고함 이상으로 그것의 기원을 쉬 추론할 수 없음이 우리를 당혹케 한다. 다만 그 기원의 하나가 일본 근대의 제 문제를 중층적으로 압축한 아시아태평양전쟁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전후’는 전쟁이 끝나고 일정 시간이 경과된 1955년에도 1970년에도 완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아직 전후 이후는 오지 않았다. 한편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된 마이너리티 존재의 가시성은 현대 사회를 그 이전과 준별하는 뚜렷한 징후이다. 여성?재일코리언?LGBT?장애자?노인 등등 마이너리티 존재의 다양성이야말로 곧 현대 사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그간 타자로서 억압돼 왔던 주체로서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을 소외해 왔던 주류 지배사회의 강고한 구심력에 균열을 초래한다. 전후와 마이너리티를 문제시하는 본서는 바로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재를 탐구하고 성찰하고자 하는 시의성의 산물이다. 따라서 문학은 전후와 마이너리티 문제를 탐구하고자 하는 매개이자 플랫폼일 뿐 그 자체가 지향점이 아니다. 역사?사회?경제?문화 영역 등을 망라하는 융합적, 횡단적, 학제적 접근이 본서의 연구 방법론으로서 선택지가 아니라 필연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작업의 의의는 ‘일본’이라는 대상을 제3자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대상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이라는 대상 속에 ‘우리’는 이미 현저히 자리 잡고 있고, ‘일본’은 전혀 자명하지 않은 ‘우리’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우리’를 선험적으로 나누는 발상은 역설적으로 양자 사이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경계’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은 실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역사적?현재적 모순과 균열, 변화의 가능성과 불확실성 모두에서 양자는 참으로 닮아 있다. 일본인 연구자와 한국인 연구자가 망라돼 있는 본서의 필진 구성은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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