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미래학 개론

한반도 분단 이후 80여 년이 흘러오며, ‘우리의 소원은’ 자연스레 ‘통일’이라 답하는 미래세대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모든 사안을 분석하고 따져보는 성향이 강한 MZ세대는 ‘통일’ 또한 당위적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202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통일부가 각각 청소년 및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공히 ‘통일이 필요 없다’라는 답변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유사했다. ‘사회적(정치적) 혼란 발생’, ‘경제적 비용(부담) 발생’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런 걱정을 하는 세대들에게 오히려 ‘우리의 기회는 통일’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구체적인 통일 미래상을 함께 그려보고, 사회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제적 부담 이상의 이익을 확보할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본서에서 사용하는 ‘미래세대’라는 단어는 주로 대한민국 청년만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북한의 MZ, 소위 ‘장마당세대’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일러둔다. 북한의 장마당세대는 긴 군복무 기간을 거쳐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지성향이 있으면서도, 시장과 외부 정보와의 접촉이 빈번할수록 급속도로 자본주의, 개인주의에 탐닉하는 특징을 가진다. 당국의 지시에도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을 가진 장마당세대 또한 ‘통일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주요한 한반도 구성원이다. 가능하다면 북한에도 본서의 취지가 전해지길 희망한다.

본서에서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통일한국과 그 비전을 그려보고, 정치, 행정, 군사, 법, 사회문화, 보건, 외교, 치안, 교육, 산업, 해양, ICT, 표준 그리고 인구문제까지 분야별로 살펴본다. 구체적인 ‘통일미래에 관한 고민과 기회 모색’이 지금까지 출판된 유수한 북한학 개론서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서를 구성하는 16개의 장에서 전개될 통일미래 논의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는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장의 ‘우리가 꿈꾸는 미래 통일한국’이 그려진다. 분단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상황과 통일환경의 변화를 분석해 통일미래의 7가지 비전과 3가지 미래 통일한국 비전 실현 원칙 및 5가지 미래 통일구상 추진 전략을 서술한다. 미래의 통일한국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10대 제안도 제시한다. 제2장에서는 정유석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남북한 통일방안과 통일미래 비전’이 이어진다. 남북의 통일방안을 자세히 분석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 통일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에 관해 고찰한다.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독일의 통일과정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하여 통일한국의 비전에 따른 5가지 과제를 꼽아본다.

제3장은 임재천 고려대학교 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가 정원희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선임연구원과 ‘통일한국의 정치체제와 제도’에 관해 고찰한다. 통일과 관련된 국가체제, 정부형태, 의회 및 선거제도에 관한 주요 논의를 살피고, 북한의 현 정치체제의 특성을 살핀다. 독일통일의 정당통합 등 정치 변화 사례에 비추어 남북한의 정치통합 이후의 변화와 통일한국의 정치구조를 크게 5가지로 나누어 예측하고, 안정적인 통일한국 정치제도 형성을 위한 제언을 제시한다. 제4장에서는 김혜원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 연구위원이 ‘통일 이후 남북한 행정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남북한의 행정조직을 중앙행정 및 지방행정 조직으로 나누어 살펴본 뒤, 독일의 행정통합 사례에서 시사점을 도출한다. 대한민국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따른 점진적 통일 시나리오의 단계별 행정통합 방안을 검토하고, 행정 분야에서의 통일미래 비전을 찾는다.

제5장 ‘통일 이후 남북한 군사통합’에서는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통일한국군(軍)을 그린다. 군사통합 여건 마련을 위해 전 세계의 군비통제 사례와 독일의 군사통합을 살펴보고, 전면적 군사통합의 5가지 과정과 내적 통합방안을 도출한다. 미래 통일한국의 안보환경과 군사력을 전망하며 통일미래의 비전을 전망한다. 제6장에서는 주연종 총신대학교 통일개발대학원 겸임교수가 ‘통일 이후 남북한 법제도통합’에 관해 논술한다. 북한의 법이론과 법체계 및 사법제도를 살펴보고, 독일의 법에 따른 통일과 법제도통합 사례를 분석한다. 통일 국가의 법제도통합 방안을 4가지 측면에서 고민한다.

제7장 통일한국사회문화의 가능성 한류 문화콘텐츠에서는 이현주 서울평양연구원장이 북한의 사회문화를 구조주의(Structuralism) 측면에서 접근한다. 신정(神政)정치사회문화의 형성과 유지 및 재생산을 추적하고,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한류 문화콘텐츠가 신정정치사회문화의 균열점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남북한 통일한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된 한류 문화콘텐츠의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할 것을 제시한다. 제8장에서는 김신곤 고려대학교 대학원 통일보건의학협동과정 교수의 ‘통일 전후 보건의료의 변화와 한반도 건강공동체준비’가 이어진다.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과 독일통일이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 통일 전후 보건의료의 미래를 전망한다. ‘한반도 건강공동체’라는 관점이 미래세대에 주는 가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9장에서는 박새암 국민대학교 겸임교수가 ‘남북한의 외교현황과 통일미래의 외교전략’에 관하여 살펴본다. 미중 패권 경쟁 및 각종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한반도 통일에 대해 우호적인 환경을 조정할 수 있는 통일외교의 필요성을 조명하여 동북아 다자주의적 협력체 구상을 주장한다. 제10장에서는 배진 고려대학교 정책학 박사가 ‘남북한 치안기관과 통일한국의 치안통합’에 관하여 살펴본다. 남북한 치안 기관의 기능과 역할 등을 비교하고, 통일독일에서의 치안과 경찰통합 사례를 비교 · 분석한다. 남북한 경찰과 통일 동서독의 경찰통합 및 안정화 분석을 통해 ‘통일한국의 치안 방향 설정과 준비’를 제안한다.

제11장에서는 정다현 통일부 공공부문 통일교육 전문 강사가 ‘남북한의 교육제도와 통일미래의 교육통합’에 관하여 살펴본다. 남북한 교육의 현주소를 확인하여 통합이 필요한 세부 분야를 도출하고,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발생한 교육통합과정과 이슈들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통일미래의 교육통합 방안을 도출한다. 제12장에서는 황주희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통일 이후 남북한 경제통합’에 관하여 고찰한다. 남북한 경제, 산업, 경제주체(기업) 전반을 살펴보고 사유화 방식을 고민한다. 독일통일 이후 경제통합 사례분석으로 통일 비전을 그려 나간다.

제13장에서는 채수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이 ‘한반도 해양경제 통합의 길: 동서독 사례에서 찾는 통일의 해법’을 주제로 통일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성장할 단초를 모색한다. 남북한 해양경제통합의 중요성과 동서독 해양수산업의 통합 사례 및 시사점을 살펴보고, 통일한국의 해양경제 비전과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제14장에서는 백연주 남북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ICT 강국으로의 통일한국’을 그린다. 북한의 과학기술 및 정보화 중시 경향과 ICT 현황을 통해 남북한 ICT를 비교 · 분석하고, 동서독 과학기술통합의 시사점을 도출한다. 이후 현재 북한 ICT 시장이 가지는 한계 그리고 미래의 기회를 조망한다.

제15장에서는 조정연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 연구위원이 통일비용을 줄이고 사회통합 기간을 단축하여 통일 이후 사회 안정화에 기여할 ‘한반도 경제통합의 시작, 남북한 표준통합' 방안을 논술한다. 남북한 표준화 정책과 운용 체계를 살펴보고, 동서독 및 유럽의 표준협력과 통합 사례의 시사점 분석을 통해 통일 준비단계와 통일 추진과정에서의 남북한 표준 교류협력과 통합방안을 도출한다. 마지막으로 제16장에서는 김엘렌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이 ‘통일 이후 인구구조 변화와 저출생 문제 그리고 통일미래 비전’을 다룬다. 남북한의 인구 현황을 비교 · 분석하고 통일독일의 통합 이전과 이후의 동서독 인구지표를 통해 동서독 인구 변화를 전망한다. 미래의 남북한 인구구조를 전망하고 인구 위기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들 통일미래의 비전을 설계한다. 본서는 통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거나 근무하고 있는 16인이 통일미래를 조망한 ‘통일미래학 개론’의 교재이자,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 해란연구총서시리즈 제5권이다. 기본적인 틀은 통일하였으나, 분야의 특성과 저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하여 장별 구성에는 일부 자율성을 허용하였다. 다양한 시각과 입장이 ‘통일미래’ 아래 하나로 묶이는 통섭(統攝, Consilience)

이다. 이는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 규정」 제3조에 따른 통일융합연구원의 설립 목적이기도 하다. 통일상상력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통일미래를 전망하는 본서를 해란연구총서로 발행할 수 있게 큰 도움 주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해란 선배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하고자 한다. 본서가 양질의 연구서로 나올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교정 · 교열까지 애정으로 최선을 다해 지원해 준 통일융합연구원 조정연 · 김혜원 · 정다현 박사, 이나겸 연구원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총서를 발간해 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양수정 대리 등 편집진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2024년 가을, 희망찬 통일미래를 준비하는 저자 모두의 마음을 담아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