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4.07.30
머리말
범죄와 도덕적 가치(Crime and Moral Values)는 도덕과 범죄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고, 시대에 따라 도덕적 가치, 원칙, 윤리적 틀이 어떻게 범죄행위와 형사사법체계에 반영되고 형성되는지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둔 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 책은 함무라비법전에서부터 미국의 수정헌법, 대한민국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가치가 어떻게 생성되고, 그것이 법규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사회적 보편성과 합치 또는 충돌의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도덕법칙을 만들고 사회구성원의 윤리적 틀을 견고히 하는지 그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한편으로는 범죄가 도덕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과 그 순환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특정 범죄가 사회의 도덕적 가치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다시 관련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이 책, 범죄와 도덕적 가치는 크게 다섯 파트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파트는 개념적 영역으로 도덕과 범죄의 정의와 고대문명 사회의 도덕과 윤리성 및 범죄개념 등의 태동 등을 설명하는 도입 부분이다. 함무라비법전, 마아트(ma’at), 히브리성경, 고대인도문명 등에서 발견되는 보편적 도덕성과 범죄 그리고 형벌체계가 오늘날 어떤 양상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 보았다. 두 번째 파트는 도덕성과 윤리학, 그리고 범죄학적 관점에서의 범죄와 처벌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영역으로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 칸트의 정언명령 관점의 도덕과 범죄 그리고 형벌 특히 사형제와 구금형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탐색하였다.
세 번째 파트는 도덕성과 범죄성이 유전적인 것인지, 발달하는 것인지, 학습에 의해 그 수준이 달라지는 것인지에 대해 행동신경과학, 롬브로소의 격세유전설, 콜버그와 반두라의 인지이론 등을 통하여 규명해 보았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범을 치료할 것인지 아니면 형벌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네 번째 파트에서는 시민인권적 차원에서의 도덕과 범죄의 경계선상에 있거나 이중적 지위에 있는 사회적 이슈, 즉 시민불복종(civil disobeidence), 마약, 안락사, 낙태,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하여 그 논쟁점 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특히 영국과 미국의 노예폐지운동, 홍콩의 노란우산운동,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전면적인 마약 합법화, 네덜란드의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 낙태자율권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범죄화로의 전환, 영화배우 고 이선균 사건에서 드러난 언론의 왜곡된 표현의 자유 등을 통해 도덕성과 범죄성의 경계가 무엇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다섯 번째 파트에서는 무관용주의(zero tolerance) 형사정책, 화학적 거세, 알고리즘 경찰권 행사 등의 주제를 통해 국가 혹은 공권력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도덕과 범죄성 관련 충돌과 갈등적 요소들이 무엇인지, 그것들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과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특히 무관용주의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의 이 형사정책이 특정 피부색을 가진 비행청소년들을 교정시설로 보내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다는 비난에 직면한 사실, 특정인을 잠재적 위험인물로 표적(target)하고 경찰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알고리즘 경찰권행사의 불공정성 혹은 몰인간화(dehumanization) 등의 쟁점을 짚어보았다.
부디 이 책, 범죄와 도덕적 가치가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위와 같은 이슈들에 대해 건강한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길의 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특히 범죄화와 비범죄화(discriminalization), 도덕과 부도덕의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계가 만들어지는 약물사용, 낙태,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알고리즘 경찰권, 표현의 자유, 안락사나 조력자살 등에 있어 우리 사회는 좀 더 치열한 담론이 필요하다.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해주신 박영사의 편집진,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독자여러분과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라색 수국 한바구니를 선사한다.
2024년 7월에
계명대학교 쉐턱관에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