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4.09.25
머리말
중국은 G2라 불리며,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중국의 인구는 14.1억 명으로 인도 다음 세계 2위이며, 국토 면적은 세계 4위이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중국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은 기본적인 지리정보의 이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본책은 중국의 지리를 이해함에 있어 경제, 문화와 같은 인문지리는 물론, 지역학적 특성을 그 범위에 두고 접근하였다. 즉 동서 간 5개의 시차구간이 있음에도 베이징 시간을 표준시간으로 두고 있는 이유와 함께 세계 최고 높이의 에베레스트산과 해발 최저점인 투루판 분지와 같은 지리적 특성도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은 경제 활동 및 경제적 현상을 지역·장소·공간 등 지리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연구하는 인문지리학의 한 분야이다. 지리학은 지역지리학과 계통지리학으로 양분된다. 지역지리학은 특정 지역의 지리적 사물과 형상을 통해 지역성을 규명하고, 계통지리학은 공간 특성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전자에서는 지역의 차이가, 후자에서는 일반성이 강조된다.
계통지리학은 자연지리학과 인문지리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형학, 기후학, 기상학, 토양학, 생물지리학, 측지학(測地學), 해양학, 환경지리학 등이 자연지리학이다. 인문지리학에서는 지역의 인문·사회현상을 사회적 요소들과 관련시켜 연구한다. 경제지리학, 도시지리학, 문화지리학, 역사지리학, 정치지리학, 인구지리학, 교통지리학, 사회지리학, 관광지리학 등이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 분야(대·중·소·세분류)에 따르면 본책은 ① 사회과학/지역학/중국, ② 사회과학/지리학/인문지리학/경제지리, ③ 지리학/지역지리학/아시아지리 분야에 해당된다.
경제지리학에 대한 정의를 보면 일본 경제지리학자인 야다 토시후미는 경제의 공간체계를 대상으로 한 지역구조론의 재구축을 통해 세계·국민·지역·기업·정보경제라는 5가지 분야의 공간체계와 상호 관련성에 대해 이론적·실증적 또 정책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공간에서의 생산입지, 즉 상호 관련성 속에서 일들이 발생하는 장소에 관하여 탐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라고 주장하였다.
중국은 1979년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하면서 4곳의 경제특구(선전, 샤먼, 산터우, 주하이)를 먼저 지정하고 14개 연해도시를 개방했으며, 이를 점차 내륙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개방을 먼저 한 도시들과 나중에 한 도시들 간 또한 연해와 내륙 도시 간의 지리적 불균등 발전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지리학으로 분석한다면 중국 특유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본책은 중국 내 경제 현상이 지역 또는 공간과 어떤 상관성을 가지고 그에 따라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지 지리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본책 제1장에서는 중국지리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권역 구분법과 지역별 명칭을 서술하였다. 아울러 3대 광역 개발정책(서부대개발·동북진흥·중부굴기)과 도시화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제2장에서는 중국 주변국 현황을 다루었는데, 이는 중국이 14개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본책의 주제는 중국지리이지만, 중국 내 접경지역은 바로 인접한 국가의 경제·사회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제3장에서는 중국의 31개 성, 직할시, 자치구와 2개의 특별행정구(홍콩·마카오)를 7개 권역(화북, 동북, 화동, 화남, 화중, 서북, 서남)으로 나누어 지리적 특성, 경제환경, 발전계획 등을 살펴보았다. 획일적인 통계의 나열보다는 소수민족자치구의 경우 그 역사 배경과 민족 특성을 살펴보고, 경제가 발달한 연해지역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시진핑 정부는 2013년 집정하면서 ‘자유무역시험구’를 전국 각지에 설치했는데 2024년 5월 말 기준 중국 내 22개 지역에 개설되어 있다. 시진핑의 ‘경제특구’라 불리는 자유무역시험구의 특성, 배경, 위치, 최근 실적 등을 분석하였다. 필자는 한중 수교(1992) 전인 1991년에 인천-웨이하이 간 페리를 타고 중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대학원생, 베이징주재원, 교수로서 30여 년간 중국 각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부산외대에 교편을 잡고 중국 지역학 전문가로서 중국의 31개 성·직할시·자치구 수도(省會)를 모두 방문하겠다는 필자의 목표를 최근 해남성 하이커우 방문으로 달성하기도 하였다. 본책 출간의 배경 중 하나는 지금까지 연구자로서 살펴본 중국을 정리하려는 염원도 있다.
본책은 필자가 부산외대출판부에서 2013년에 발행한 『중국지리의 이해』에 기본 얼개를 두고 있다. 대학교재 스타일로 구성된 위 책과 달리 본책은 꼭 필요한 중국지리 정보를 인문적 고찰 및 경제적 분석과 함께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새롭게 집필한 결과물이다.
단행본이라는 한정된 분량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중국지리를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지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제·사회·문화적 특성이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필자는 2019년부터 ‘두피디아 여행기(두피디아T)’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면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지금도 매월 게시하고 있는 ‘두피디아T’의 원고, 동영상, 사진 자료를 통해 중국 각지의 인문·경제지리를 온라인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본책 출간 이후에도 꾸준한 온라인 집필 작업을 통해 중국 인문·경제지리의 변화를 쫓아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남산동 연구실에서
저자 김동하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