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사회는 기후위기 시대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인류사회의 구성원들은 이 대세를 거스를 수 없으며 기후위기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미래로 이미 들어섰다. 이 두 가지 거대한 메가 트렌드는 바로 국가 간 상호 의존성과 글로벌화를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성(hyper-connected society)을 공통점으로 지니고 있다. 지식, 정보, 기술은 물론이고 삶의 양식, 심지어는 재난까지도 초연결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거대한 기후위기의 극한 현상은 이제 지구촌 어느 곳에서 살아가고 있든지 위협 요인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기후위기와 제4차 산업혁명은 칼과 방패의 관계처럼 인류사회에 대한 위협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욱 더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존도가 심해질 수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미래를 힘겹게 바라보고 있을 때, 극한 기상조건들은 어느 순간 덜컥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 기후재난(climate disaster), 기후위기(climate crisis) 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알려진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을 초월하여 전세계의 노약자는 물론 건강한 성인까지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어야 했다. 심지어 초국가적 테러리즘이나 위협(transnational terrorism and/or threats)들 역시 글로벌 현상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초국가적 글로벌 재난의 빈도가 증가한 한편, 기후변화, 팬데믹, 대규모 산업사고, 자연재해 등 글로벌 재난의 강도가 예상을 뛰어 넘어서 발생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발생한 재난이 다른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단순한 초국가적 글로벌 재난의 빈도와 강도만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재난, 기술재난, 인적재난, 바이오 생물학적 재난, 뉴테러리즘 등이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주로 단일 국가의 영토 범위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하는 구조였다. 그렇기에 한 국가 내에서 재난관리를 위한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주체들 사이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토론과 연구의 주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정부와 광역정부, 중앙정부 사이의 연계와 협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가 주된 관심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이제는 글로벌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엔(UN),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과 함께 인접국가는 물론 글로벌 사회의 공동 노력을 통한 재난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로벌 사회의 각 국가별 재난관리 법과 재난관리 체계를 비교하고 벤치마킹하여 효과적인 협력적 글로벌 재난관리 거버넌스 구축관리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다양한 국가들의 재난관리 모델 연구를 통해 교훈을 얻고 새로운 재난관리 체계를 모색하거나 국가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을 시도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 온 것이다.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난을 관리하는 데 강점이 있는 재난관리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면, 중국은 재난 지역의 정부와 비재난 지역 정부 사이의 연계를 통해 대규모 재난을 신속하게 관리하고 재난 회복탄력성의 효과를 확보하는 모델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연방, 주, 지방, 민간이 협력하는 재난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행정 체계에 재난관리 체계를 접목하여 재난관리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가별로 살아온 자연환경, 사회환경, 문화환경, 국제적 관계 등에 따라 각자가 처한 환경에 맞는 재난관리 체계를 갖추고 살아가고 있다. 결국 각 국가의 재난관리 체계는 사회, 문화, 법적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온 것이다.
이제 글로벌 사회에서 재난은 단일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각국의 재난관리 법과 체계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국제 협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국제 비교 연구는 각 국가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재난관리 체계를 설계하는 데 기여할 것이 분명하며, 결과적으로 재난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의 글로벌 재난관리 연구는 국제 사회에서 재난관리의 표준화된 규범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재난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인간의 생명,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근본적 권리를 존중하고 구현하는 데 있다. 또한 다양한 국가들이 지니고 있고 운영하는 재난관리 법과 체계는 다른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어느 한 국가에는 없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운용하는 체계나 제도, 법은 분명히 제도적 자극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이외에도 재난 발생 시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자원, 정보, 기술 등을 지원하는 국제적 협력 체계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많은 연구자와 학생들이 지적 자극을 받고 더 나은 법과 제도, 시스템을 창안하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연구는 국제 비교 연구일 것이다. 2002년이었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가긴 했지만, 나는 한창 학문적 열정이 컸던 30대 중?후반의 젊은 학자였다. 당시 나는 행정학계의 가까운 교수들과 만남을 가질 때면 언제나 위기관리학의 학문적 발전과 체계화를 위한 방법론과 철학, 주제를 대상으로 늦은 시간까지 토론을 했었고, 그 진지한 담론의 결과물들 중의 하나가
Charles C. Ragin의 비교방법론 번역서였다. 그때 나는 기회가 되면 다양한 국가들이 갖고 있는 위기관리 제도와 정책을 담은 책을 발간하고 싶었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 당시에 가졌던 바램을 작게나마 이루게 되었다.
약속된 탈고 날짜를 몇 차례 넘기고도 또 보완해야 할 내용들이 계속 눈에 보여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단언컨대 이 책은 대영문화사의 임현준부장님의 독려와 재촉이 없었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부족한 원고를 넘기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사실 글로벌 재난관리론에 대한 관심이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출판을 위해 애정과 관심을 쏟아주신 데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대영문화사의 임춘환대표님을 처음 만나 뵌 것은 2001년 겨울, 30대 중반의 젊은 교수가 비교방법론 번역서 원고를 들고 무턱대고 출판사를 찾아간 때였다. 흔쾌히 번역서를 출판해 주신 후, 시간이 지난 2005년 겨울에는 당시 대학에 재난관리학과, 재난관리 교과목도 없었음에도 국내 최초로 재난관리론을 흔쾌히 발간해 주신 이후 지금까지도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고 보내주시는 대영문화사의 임춘환대표님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2025년 1월
미국 UT Dallas에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