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판발행 2025.02.27
초판발행 2012.07.30.
제2판 머리말
2012년 제1판을 간행한 후 13년 만에 제2판을 간행하게 되었다. 제2판의 간행이 늦어진 것은 저자가 게으르고 2022년 정년퇴임을 한 탓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국제민소송법 저술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은 탓도 있다. 늦었지만 이 책을 국제재판관할법(2022)에 이어 국제법무 시리즈2로 간행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 책은 ‘국제사법 준거법편’ 제2판과 함께 저자가 대한민국 법학계라는 화단에 정성스럽게 심는 거의 마지막의 작은 꽃이다. 이 책의 제목을 ‘국제사법 절차법편’이라고 할지 아니면 ‘국제민사소송법’ 또는 ‘국제민사절차법’이라고 할지를 두고 숙고하였다. 이 책은 국제중재와 국제도산을 함께 다루므로 논리적으로는 ‘국제민사절차법’이 더 적절할 수 있으나 그것이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고, 제1판의 제목과 대륙법계의 전통적인 접근방법을 고려하여 일단 ‘국제민사소송법’이라고 하면서 ‘국제사법 절차법편’을 부기하는 방식으로 절충하였다. 그럼으로써 이 책이 자매서인 ‘국제사법 준거법편’과 대응하는 것임을 밝힐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다만 위 제목 중 어느 것을 사용하든 간에 이 책의 실질이 달라질 것은 없다.
국제민사소송법 분야에서는 정치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담은 2022년 7월 개정 국제사법의 시행이 가장 큰 변화이다. 저자는 국제사법의 시행에 맞춰 ‘국제재판관할법’이라는 단행본을 국제법무 시리즈1로 간행하였기에 그 내용을 축약하면서 간행 후의 판례와 문헌을 참조하여 보완한 내용을 이 책에 수록하였고 국제재판관할과 국제적 소송경합은 ‘국제사법 준거법편’에서는 제외하였다. 2012년과 비교하면 우리 법원의 판례와 문헌이 많이 나왔기에 이를 반영하다 보니 분량이 대폭 증가하였다. 제2판에서는 특히 국제재판관할, 외국재판의 승인 및 집행과 국제상사중재법을 많이 보완하였고 한국에서는 아직 발효되지 않은 싱가포르조정협약도 소개하였으나, 국제보전처분과 국제강제집행을 충실하게 다루지 못한 점은 아쉽다. 영국 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자 대위의 법적 성질을 다룬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19다256501 판결, 3배배상의 지급을 명한 미국 하와이주 판결의 승인에 대하여 판단한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등 주목할 만한 판결들이 있음은 환영할 일이다. 근자에 국제사법과 국제민사소송법에 대한 법관들의 인식이 제고되었고 특히 국제민사소송법에 밝은 소수 대법관이 노력한 결과 올바른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변화와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사법정책연구원에서 국제민사소송법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외국재판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연구’(2020), ‘국제적 전자송달에 관한 연구’(2021), ‘기일 전 증거개시(pre-trial discovery)로 인한 국제적 사법마찰의 해결에 관한 연구’(2022)와 ‘인터넷에 의한 계약 및 불법행위에 관한 소의 국제재판관할’(2024) 등을 간행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이들도 참고하였다. 저자의 제자들이 발표한 단행본과 논문들을 주요 문헌으로 인용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제자들이 장차 한국 국제법무의 발전을 위하여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2001년 섭외사법을 개정함으로써 준거법규칙을 현대화한 데 이어 2022년 정치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국제사법에 도입함으로써 우리 국제사법은 양 날개를 갖추었고 이로써 우선 시급한 국제사법 분야의 입법작업은 일단락되었다. 앞으로는 시간을 가지고 준거법규칙의 개정을 준비하면서 국제민사절차법적으로는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관할합의협약과 재판협약 기타 우선 우리에게 필요한 헤이그협약을 선정하여 가입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근자에 싱가포르조정협약 비준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이행법률안을 성안하기 위한 작업이 법무부의 주도하에 추진되고 있으나, 관할합의협약과 재판협약 가입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우리나라가 2000년 송달협약 가입 시 유보했던 조항의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법제를 국제화하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여야 한다. 이 책에서 싱가포르조정협약을 다룬 것은 동 협약이 ‘조정을 통한 국제적 화해합의의 승인 및 집행’을 다루므로 국제민사절차법의 영역에 속할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서 재판상화해?화해중재판정을 포함하여 외국재판?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의 異同을 파악할 수 있고 내국?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의 이원화가 제기하는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민사소송법’이라는 제목의 책은 한국에서는 이것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저자는 제2판을 간행하겠다고 하면 박영사 측에서 환영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유감스럽게도 저자만의 오해였던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2판을 간행하게 되었으니 긴 사설은 생략하나 그 과정에서 저자가 법학전문서적의 출판 현실에 대하여 다시 한번 실망하였고 책 표지가 소프트커버로 전환된 데 따른 아쉬움이 있었다. 어쨌든 제2판을 간행할 수 있도록 애써 주신 조성호 이사님과 편집을 담당하신 박세연 님께 감사드린다. 교정작업을 도와주는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초교를 일독함으로써 도움을 준 이종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5년 2월
잠원동 寓居에서
석광현 씀
추 기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 2024. 12. 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 등으로 인하여 국가적 혼란이 발생하였다. 비상계엄의 선포나 긴급조치는 저자가 고교 시절과 대학 졸업 후 경험했던 어둡고 쓰라린 추억의 일부였는데 이를 21세기에 다시 겪을 줄은 몰랐다. 광복 후 대한민국이 어렵사리 구축해 온 민주주의의 극적인 퇴행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현재로서는 위헌적 계엄선포를 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50년 전 법학도로서 유신헌법을 배우는 것이 몹시 부끄러웠는데 근자에 수준 이하의 무리가 법률가랍시고 설쳐 대는 것도 目不忍見이었고 탄핵 심판 과정에서 보이는 일부 법률가들의 헛소리도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만 하듯이 제도 탓만 하는 것은 어리석다. 제도만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과거 대법원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헌법재판소는 없어도 되었고, 검찰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공수처도 필요 없었다. 아무쪼록 탄핵에 따른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탄핵 후 한국이 지금보다 더 성숙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통용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