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한국은 2021년 7월 2일부터 UN무역개발회의(UNCTAD)의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공업국 그룹으로 승격되었다. 이는 UNCTAD가 창설(1964년)된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첫 번째 사례로, 당시 UNCTAD 회원국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다. 한국은 이로서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벗어나 선진국 그룹의 일원으로서 국제경제정책 및 글로벌 무역질서의 형성과 운영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던 이유로는 명목 GDP 기준으로 약 3조 달러(2023년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경제규모)가 넘었으며, 1인당 GDP 기준으로는 2017년 이후 계속 3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등의 제조업 핵심 분야에서 세계적 강국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선진국 인정은 높은 인적자본 수준(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연구개발 능력)과 강한 글로벌 무역네트워크(세계 6~8위권 수출국)의 구축도 핵심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선진국 진입의 근본 요인에 대한 평가로는 한국정부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전략과 개방형 통상국가 발전전략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의 ?경제성장과정을 무역이 경제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무역의존도)을 중심으로 분석해보면, 한국의 1960년대~1980년대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산업화 추진의 시기로 무역의존도가 증가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특히 1970년대~1980년대는 중화학공업의 육성과 함께 수출이 급증하면서, 무역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1980년대에는 약 50% 수준까지 도달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1990년대~2000년대는 경제의 글로벌화를 바탕으로 무역의존도가 단순한 증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까지 심화·확산된 시기였다. 특히 2000년대는 IT산업의 성장과 함께 수출품목이 다양화되며, 무역의존도가 70% 이상의 수준까지 상승한 시기였다. 2010년대~202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비교적 안정적 변화를 만들어 내었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2010년대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대 초반의 코로나 19 팬데믹 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무역의존도의 변화가 급격히 발생했지만, 국내소비와 투자의 중요성이 함께 부각되면서 55~60% 수준의 무역의존도를 안정적으로 기록한 시기였다.
통상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며 빠른 성장을 보였던 한국경제는 이제 개도국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선진국의 입장에서 국제통상을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명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경제는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등이 급속하게 나타나면서 새로운 글로벌 무역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기존의 개도국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선진국의 입장에서 국제통상환경의 변화를 보고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시각과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측면에서 제시해보면 그동안 행해왔던 기존의 국제통상규범들을 최적 활용하는 형태의 교육(예 : FTA 활용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리더할 수 있는 통상리더십을 갖춘 국제통상규범의 제정과 운영을 담당할 통상규범과 정책의 전문 입안가와 운영자를 양성할 필요성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통상리더십의 배양은 기존에 행해져 왔던 이론과 개념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는 관련 실무와 케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융합교육과 문제해결형 교육을 기반으로 행해져야 한다.
또한 기존의 기업 중심 무역실무교육에서 벗어나 거시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양성교육과, 디지털무역의 확산과 기술패권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규범 및 기술 분야에서의 실무지식교육이 함께 필요해진 상황이다. 그리고 기술패권시대와 연결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교육과, 서비스무역 분야에 대한 규범 및 실무교육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본 저자는 새로운 시대와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국제통상 분야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를 반영할 새로운 전공서적으로서 ??국제통상론??의 집필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이에 본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여 본서의 집필을 위한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첫째, 집필 교재에는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통상규범을 중심으로 국제통상전문가의 양성에 필요한 대강의 이론적 내용을 포함한다. 본서에서는 이를 위해 국제통상과 관련된 분야를 WTO 국제규범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그 내용을 정리·제시함으로써 후학들이 국제통상론 분야에서 논리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분야별로 이러한 협정의 성립 배경과 공식 명칭, 제정 목적과 협정의 적용 범위, 주요 적용 원칙과 분야별 내용, 주요 예외 사항과 향후 전망(주요 쟁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본 서는 이러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제통상 분야에서 글로벌 경제의 운영과 이와 관련된 국제규범의 제정을 담당할 수 있는 국제규범의 전문가/입안가 육성에 필요한 기틀을 제공하려고 한다.
둘째, 새롭게 집필될 서적에는 새로운 기술패권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기술 분야의 통상전문가 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을 포함하려고 했다. 본서는 이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농업에 관한 협정, SPS 협정과 TBT 협정, 무역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 등에 대해 개념적 부분뿐만 아니라 실무적 분야에 대한 내용을 집중 보완함으로써, 현재 확산되고 있는 기술무역산과 기술패권전쟁, 그리고 관련 분쟁의 발생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지식과 실무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상의 전 분야에서 실무적 내용을 상당 수준 포함함으로써, 본 서적을 갖고 학습하는 사람들이 국제통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적 활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본서에서는 가능한 해당 통상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실무적 내용을 많이 포함하려고 노력했고, 관련 내용의 핵심 적용사례를 ‘함께 읽어보기’와 ‘함께 생각해보기’ 등의 형식으로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 본서에서는 현재 확산 및 심화되고 있는 환경 분야와 지역주의 분야를 국제통상의 신이슈로 포함하여 정리하였고, 현재까지 국제적 차원에서 합의된 내용도 함께 제시하였다. 그리고 본서는 지역주의와 환경 분야에서 나타났던 실제 적용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향후에 나타날 변화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본서는 그동안 본 저자가 집필에 참여했던 1998년과 2003년, 2014년에 발간했던 여러 출판사의 ??국제통상론??의 관련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 다만 기존에 집필된 내용을 어느 정도 수용하되 본 저자가 앞에서 제시하려고 했던 네 가지 집필원칙을 기준으로 세부 내용을 재집필하려고 했다. 그동안 나름 많은 시간을 들여, 고생스럽고 끈질기게 국제통상론 분야의 다양한 내용을 정리하고 집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불만스럽고 부족한 부분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 저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수정과 새롭게 반영해야 할 내용의 포함 여부를 다음 개정으로 미루며 원고의 집필 작업을 마감하려고 한다. 집필 과정에서 발생한 본서의 잘못된 내용이나 오류, 누락 등은 모두 본 저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모든 비판은 향후 가능한 빠른 개정작업을 통해 반영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책임지려고 한다.
본서의 출판은 영남대학교 무역학부의 여택동 교수님과 전정기 교수님의 학문적 지도와 관심, 연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은사이신 두 분 교수님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마지막으로 본서의 출판을 기꺼이 도와준 박영사의 관계자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출판과정에서 원고의 활자화와 교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국립순천대학교 무역학전공의 김은영 박사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25년 3월
향림골 연구실에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