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감각 도서 미스터리!
“아침과 저녁은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어.”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2018년 『거짓의 봄』으로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부문)을 수상한 후루타 덴의 또 다른 도서 미스터리이자 가노 라이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연작 단편소설인 『거짓의 봄』에서 어딘가 허술한 듯하지만 뛰어난 추리와 자백 기술로 독자를 사로잡은 가노 라이타가 이번에는 장편소설 속에서 또다시 멋지게 활약한다.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아사히와 유히는 형제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전국을 떠돌며 좀도둑으로 산다. 낡은 도요타 코롤라가 그들의 세상의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하면서 형제는 헤어지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생이별한 지 10년 후 형제는 거리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떤 목적 때문에 납치 자작극을 벌인다. 범행은 성공한 듯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8년 후, 가미쿠라의 한 맨션에 방치된 어린 남매가 발견된다. 여동생은 아사한 시신 상태로 발견되었고 오빠는 기력이 쇠한 상태로 구조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으로 가나가와현경과 가미쿠라 경찰서는 합동수사를 시작하지만 난관에 부딪치고 사건 해결은 요원해 보이는 가운데 아이들을 처음 발견한 가미쿠라역 앞 파출소 순경 가노가 사건관계자들의 거짓말을 매의 눈으로 포착한다. 사건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뒤틀린 비극은 무엇일까?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면모도 보인다. 특히 ‘아동학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구조 속에서 본래 내 편이어야 할 가족,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공간이 집이 서로를 공격하고 학대를 대물림하는 것이 되어 결국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만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로, 작품을 접하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침과 저녁의 범죄』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아유카와 소는 아사히, 유히 형제의 소년 시절이 객관적인 측면에서는 아동학대 같지만 모험처럼 설레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며, 그들의 여행이 후에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즐겁게 따라가 달라고 말했다. 두 형제의 모험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기를 바란다.
콤비 작가 유닛이 선보이는 도서 미스터리!
“결국 나도 어린아이였다.
산타클로스를 믿은 적은 없다 해도.”
후루타 덴은 80년대생 젊은 여성 작가 두 명이 모여 만든 콤비 작가 유닛이다. 하기노 에이가 작품의 전체적인 설정과 플롯을 짜고 아유카와 소가 집필한다. 이 둘이 한 팀이 되어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을 지었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 동기인 이들은 함께 살면서 치열하게 집필 활동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루타 덴은 2009년부터 소녀 취향의 장르 소설을 꾸준히 집필하며 실력을 쌓다가 2014년 후루타 덴이라는 필명으로 선보인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로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날린다. 그 외에도 『제비꽃 저택의 죄인』 등을 출간하며 활동하다가 『거짓의 봄』으로 2018년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소녀 맥베스』 『산즈』 『사건은 끝났다』 등을 집필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후루타 덴은 『거짓의 봄』에서 처음부터 범인의 정체를 밝히고 역으로 경찰이 이 범인을 추적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전개하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서술 방식인 도서(倒敍) 추리를 선보인 바 있다. 다시 말해 도서 추리란 ‘도치 서술’의 줄임말로 범인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뜻한다. ‘범인은 누구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범죄를 파헤치는가’에 중점을 두며 탐정이나 경찰이 범인의 허점을 찾아내고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을 어떻게 깨뜨리냐가 재미의 핵심입니다. 물론 작가 입장에서는 서술하기 한층 까다롭다. 처음부터 범인을 폭로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루타 덴은 탄탄한 구성, 유려한 필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에게 독특한 재미와 쾌감을 제공한다.
『거짓의 봄』이 단편 연작 미스터리였다면 이번에 선보인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장편이다. 과연 장편에서도 이러한 도서 추리의 매력을 맘껏 발산할 수 있을 것인가. 1부에서는 아사히와 유히 형제의 과거에서 재회까지가 흥미롭게 이어지고 2부에서부터 가노가 활약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등장인물이 출현하는데, 『아침과 저녁의 범죄』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아유카와 소와 하기노 에이는 각자 공감하는 인물은 다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빈곤과 학대에 노출된 아이만 피해자인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의미에서 부모 또한 피해자인 건 아닐까? 이들은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써보고 싶었다며 동일본 대지진 20년이 지난 지금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말한다. 또 하기노 에이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 끝판왕 범인을 자백 전문가 가노가 어떻게 자백으로 이끄는지에 대한 답이 이 작품에 담겨 있으니 그 부분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긴 호흡으로 가노가 이끄는 여정을 찬찬히 따라가본다면 작품이 주는 여운을 한껏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