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탐정을 고용한 적이 없습니다.
‘탐정’이라는 건 편의상의 호칭이죠.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는 현재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아마네 료의 장편 본격 미스터리 데뷔작이다. 여기서 공감각(Synesthesia)이란 특정한 감각이 또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주축으로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탄생한 미스터리다. 이야기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한 해안가 마을에서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불태우는 엽기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그 사건으로 여동생을 잃고 절망에 빠진 고등학생 아마야 산시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순간, ‘공감각’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미소녀 탐정 오토미야 미야를 우연히 만나 그녀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그녀의 능력을 통해 단서를 쫓기 시작한 두 사람. 과연 이들은 연쇄 살인마를 추적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연쇄 방화 살인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은?
이렇듯 아마네 료는 공감각이라는 신비로운 감각을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공감각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는 것으로, 단순한 신체적 특성을 넘어 감각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면서도 인간이 지닌 다양한 인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소설의 소재로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물론 독특한 소재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감각을 지닌 탐정을 등장시켜 해안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충격적인 연쇄 방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역대급 본격 미스터리를 빚어냈다는 점에서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는 가히 독보적이다.
이처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의 대형 출판사 ‘고단샤’가 주최하는 신인 작가 등용문 ‘메피스토상’이 있다. 메피스토상은 ‘재미있으면 무엇이든 된다’라는 모토 아래 지금껏 쟁쟁하고 개성 넘치는 작가들을 배출해 왔다. 아마네 료 역시 2010년『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로 제43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실험 정신과 도전적인 서사의 전통 및 독창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작품 중반 이후 범인을 특정한 뒤 범행 동기를 집중적으로 추적하는 ‘와이더닛(Whydunit)’ 형식을 결합한 점은 신인 작가로서는 대담한 시도이자 장르적 도전이다. 이후 작품은 ‘미야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시리즈화되었으며 현재까지 세 권의 후속작이 출간되며 작가 아마네 료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며 꼭 이 작품의 참신한 매력을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전례 없는 ‘공감각자’ 탐정의 등장,
그리고 ‘와이더닛’ 미스터리의 새 지평
시신을 불태우는 정체불명의 사이코 킬러 ‘플레임’.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는 일본 본격 미스터리계의 거장 시마다 소지가 감수를 맡은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터리 월드> 2011년도 판에서 ‘황금의 본격 미스터리’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작품을 내놓은 아마네 료는 어떻게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했을까?
먼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잡지에 나온 스티커를 매번 따라 그렸다는 것이다. 잡지를 많이 살 수 없어서 직접 상상해서 오리지널 스티커를 그리면서 그때부터 공상을 즐겼다고 한다. 미스터리에 흥미를 느껴 직접 쓰기 시작한 건 비슷한 시기에 어린이용 ‘세계 명작 추리 전집’을 읽고 큰 충격을 받고 나서였다고 말한다. 그 후 초등학교 4학년 때 대하드라마 ‘다케다 신겐’을 좋아해서 그것을 소설화해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때는 거의 쓰지 못했고,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색하다가 소설 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졸업 후 편집 프로덕션에 입사해 7년 정도 계속 글을 쓰며 문학상에 응모했다고 밝힌다. 라노벨이나 호러도 도전해봤지만 잘 되지 않아 미스터리로 좁혔고, 그것도 단편만 쓰고 있었는데 ‘메피스토상’을 보고 장편 미스터리를 썼다고 한다. 아마네 료는 이렇게 말한다.
“메피스토상을 보고 "이걸 받기 위해 지금까지 떨어졌던 거구나!"라고 자기암시를 걸고, 가야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 쓴 장편 미스터리가 '공감각'이었습니다.”
또한 대지진 이후 “재미있으면 OK”만이 아니게 되었고, 그 후 아마네 료 작품의 직업, 설정 디테일이 놀라워진 것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직접 취재하는 걸 꽤 좋아해서 여러 곳을 취재하고 전화 인터뷰도 즐겁게 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물론 작품에 따라 취재한 내용을 얼마나 쓸지는 다르다. 리얼리티가 필요하면 취재 내용을 따라야 하지만, 아닌 경우 무대 장치로만 쓰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마네 료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만화 ‘기생수’를 보고 배웠다고 한다.특히 제목 붙이는 방식이 놀라웠다고 한다. 또 구성에 관해서도 작가가 고민해서 구성이나 테마를 파고든 결과라면 바꿔도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글 쓰는 법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는 것이 정답 같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여러 방식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꼭 느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