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정보
- 2020.05.25. 전자책 출간
- 파일 정보
- EPUB
- 14.4MB
- 약 1.8만 자
- ISBN
- 9791165083250
- EC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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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죽은 모나리자> 채만식의 소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농투성이(農民)의 딸자식이 별수가 있나! 얼굴이 반반한 게 불행이지.
올해는 윤달이 들어 철이 이르다면서 동지가 내일 모렌데, 대설 추위를 하느라고 며칠 드윽 춥더니, 날은 도로 풀려 푸근한 게 해동하는 봄 삼월 같다. 일기가 맑지가 못하고 연일 끄무레하니 흐린 채 이따금 비를 뿌리곤 하는 것까지 봄날하듯 한다. 오늘은 해는 떴는지 말았는지 어설프게 찌푸렸던 날이 낮때(午正)가 겨운 둥 마는 둥 하더니 그대로 더럭 저물어버린다.
언덕배기 발 가운데 외따로 토담집을 반 길만 되게 햇짚으로 울타리한 마당에서는 오목이네가 떡방아를 빻기에 정신이 없이 바쁘다. 콩 콩 콩 콩 단조롭기는 하되 졸리지 아니하고 같이서 마음이 급해지게 야무진 절구 소리가 또 어떻게 들으면 훨씬 한가롭기도 하다.
오목이네 이마에서는 빚어진 땀방울이 볕에 그은 주근깨 새까만 얼굴로 흘러내리다가 구정물이 되어 그대로 절구 속 떡가루로 떨어진다. 떡이, 소금을 두지 아니해도, 찝찔한 것 같다. 싯싯 하면서 찧느라고 침도 튀어 들어간다. 싯 하고 콩 하니 내려찧고는 이어 허리를 펴면서 절굿대를 들어올리느라면 때에 전 당목저고리 앞섶 밑으로 시들어빠진 왼편 젖통이 댈롱 내다보인다. 젖도, 광대뼈가 툭 불거지고 코가 펑퍼짐 하니 궁상스러운데다가 겉늙은 얼굴처럼 시들어빠졌다. 기름이 한창 오를 여인네 사십에, 그러나 농군의 아내는 중성(中性)이 되어버린다. 여복(女服)에 머리 얹지 아니했으면 누가 여자라고 볼 사람은 없다.
--- “얼어죽은 모나리자” 중에서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출생했다.
1924년 문단에 데뷔한 뒤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1930년대 채만식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그의 작품으로는 「레디메이드 인생」, 「패배자의 무덤」, 「인형의 집을 나와서」, 「탁류」 등이 있다.
얼어죽은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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