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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 상세페이지

경영/경제 경영일반 ,   경영/경제 경제일반

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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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작품 소개

<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 미국발 금융위기에 뒤이어 유럽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국제금융과 통화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하는 연구서이다. 원고지 3500매의 분량에 국제통화금융체제의 발전과 관련이 있는 400년간의 주요 사례와 논리를 다루고 있으며 방대한 양만큼이나 연구의 깊이또한 심오하다.

저자인 세종연구소 김기수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이 면밀하고도 우직한 연구 끝에 내놓은 탁월한 성과로, 집필에만 4년이 넘게 걸린 노작이다. 나아가 저자는 경제학의 방법론을 사용해 국제경제구조를 해체하고 이러한 해체 작업을 통해 드러난 권력관계를 정치학의 기법을 사용해 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국제통화금융체제의 역사 이면에 자리한 정치경제학적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있다. 작금의 국제 금융과 통화체제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향후 세계 경제의 패권은 누가 손에 쥘 것인지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가장 세밀하고 논리적인 답변을 제공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작금의 국제금융과 통화체제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향후 100년 세계 경제 패권은 누가 손에 쥘 것인가?
400년 국제금융과 통화의 역사, 그 이면의 정치경제학적 메커니즘을 파헤친 독보적인 국내 최초의 연구서!

영국의 중앙은행은 원래 민간은행이었다?
최초의 국제통화체제로 인식되고 있는 금본위제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미 1600년대 말에 영국은 통화가치의 안정 없이 자본주의가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미 깨우치게 되는데, 철학자이자 정치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경제학자로도 활약한 로크(John Locke)가 이 사실을 관철시킨 장본인이었다. 그의 주도하에 당시 금화와 은화에 포함된 귀금속의 순분량과 실제 가치를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고(대주조, Great Recoinage), 이후 영국에서는 통화의 팽창 혹은 가치하락 때문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Bank of England)이 1694년 9년 전쟁의 비용을 왕에게 빌려주면서 민간은행으로 출범한 역사적 사실도 소개되어 있다.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이라는 사실은 동아시아의 관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영국의 중앙은행은 그렇게 출발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민간은행으로서는 더 이상 발권과 같은 주요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1946년 국유화될 때까지 민간은행으로 존속하며 영국 국제통화금융의 전성시절을 열게 된다. 초기 자본주의의 발전 시기에 이른바 자유방임의 논리가 등장한 것도 실은 중앙은행의 운영 자체가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된 가운데 시장원리와 민간은행의 사적인 이익 추구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본위제가 정착된 것은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의 계산 실수 탓
금본위제 역시 시장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이 책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흥미로운 사실을 전하고 있다. 1821년 법적으로 금본위제가 확정되기 전 영국은 금과 은을 같이 사용하는 복본위제(bimetallism)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은이 해외로 유출되었는데, 은의 유출 현상을 막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금만을 사용하는 금본위제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사태가 그렇게 돌아간 배경의 한가운데는 1717년 당시 조폐국장을 역임하던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Isaac Newton)이 있었다. 뉴턴은 은의 대외 유출을 막기 위해 금화를 평가절하시켰지만 그 비율을 잘못 계산, 애초 의도와는 반대로 은의 유출을 막지 못함으로써 금본위제가 정착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당시 영국이 워낙 잘살았기 때문에 영국의 제도는 모두 좋게 비쳐졌고, 그 결과 영국의 금본위제는 마치 영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처럼 간주됐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비스마르크에 의해 독일이 통일된 직후인 1871년 독일이 흠모하던 영국을 따라 복본위제를 버리고 금본위제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연구는 당시 독일이 금본위제와 복본위제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추앙받고 있는 금본위제가 영국에서는 위와 같이 어설프게 시작됐고, 독일 또한 영국을 모방하며 금본위제를 채택하면서 프랑스와 같은 다른 국가들도 대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1870년대 금본위제는 국제통화체제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금본위제의 막강한 안정성
그러나 금본위 국제통화체제의 실제 운영에서 드러난 뛰어난 장점은 지금도 빛나는 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우선 통화가 금의 가치와 수량에 연계됨으로써 통화의 남발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효과적으로 억제될 수 있었다. 당연한 결과로 각국의 통화는 대단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각국의 환율 또한 거의 완벽한 수준에서 고정될 수 있었다. 환율이 안정되자 국제무역이 발전했고, 바로 그런 안정 메커니즘 때문에 국내 통화정책 또한 특정 국가의 입맛에 맞게 자의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기서 안정 메커니즘은 금의 자유로운 주조와 수출을 전제하고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으니, 이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 유명한 흄(David Hume)의 가격정화흐름(price-specie flow) 이론이다. 한 마디로 금의 유출입이 국제적으로 자유로운 경우 금과 연계된 국내통화량이 무역과 자본의 국제적 결제를 통해 자동 조절됨으로써 경제는 균형을 창출할 수 있다는 원리였다. 유명한 ‘금본위제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트릴레마의 원리: 세 마리 토끼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 불변의 원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국제경제질서 분석에 가장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트릴레마(trilemma) 원리가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책에서는 그것이 밝혀지는 과정과 뢱체적인 내용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 트릴레마는 국제경제와 국내경제의 가장 중요한 연계 변수인 환율의 안정,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 그리고 국내통화 및 재정정책의 독립성 중 둘을 취하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원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금본위제의 경우는 환율의 안정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취한 대신 국내 경제정책의 독립성은 포기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금본위제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하나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통화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지만 지하에서 채굴해야만 하는 금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통화량이 늘 부족했다는 사실이고, 다음으로 정교한 시장 메커니즘에 기초하고 있었으므로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체제 자체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위기 시에는 일반 국민들의 동요 때문에 지폐를 금으로 태환하려는 수요가 폭증하게 되고(bank run), 그 결과 금태환이 중지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흔들리는 금본위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충격은 금본위제의 약점을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금본위제는 붕괴됐지만, 전쟁이 종식된 후에도 금본위제의 장점에 대한 향수는 여전했으므로 주요 국가들은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적극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금으로의 복귀는 다음과 같이 금본위제의 약점을 극복하는 조치를 필요로 했다. 우선 금이 부족한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금화를 퇴출시키는 대신 금태환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지폐를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됐고(금괴본위제, gold bullion standard), 그 연장선상에서 금태환이 보장된 지폐를 국제통화로 활용하는 이른바 금환본위제(gold exchange standard)가 활용됐다. 하지만 전후의 새로운 환경은 유사 금본위제의 작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을 품고 있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전쟁 당사국들의 국내경제 상황이 워낙 어려웠으므로 모든 국가는 국내경제정책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취하게 되고, 여기서 트릴레마의 원칙이 보여주듯 국내경제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 금본위제의 전제 조건이므로 논리상 새로운 금본위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각국은 무역 혹은 자본이동을 통해 외환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 그것과 일치하여 국내통화량의 증감을 결정해야 하지만, 국내경제 상황을 우선 고려, 이 원칙을 파기하며 통화량을 임의로 조정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또한 국제거래를 통해 얻은 외환을 그대로 보유한 채 이를 국제거래에 재사용해야 한다는 금환본위제의 전제 조건을 무시한 채, 획득한 외환에 대해서는 외환을 발행한 발행국에 금태환을 요구함으로써 금만을 일방적으로 축적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국가가 영국이었는데, 특히 프랑스가 자국 통화를 의도적으로 저평가, 국제수지 흑자를 내고 그 결과 수취한 파운드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금태환을 요구한 사실은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아무튼 전후 정치경제적 혼돈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하자 금본위제는 다시 한 번 붕괴됐고,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또 한 차례의 대규모 전쟁이 세계를 휩쓸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의 형성
전쟁 전의 교훈이 있었으므로 전후의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축됐다. 우선 역사상 처음으로 정교한 계산에 기초해 국제통화 및 금융체제가 만들어진다. 이 점이 브레턴우즈 체제라 불리는 전후 질서의 가장 큰 특징임은 물론이다. 과거의 장점은 취하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자는 것이었으므로 애초 아이디어는 대단히 좋아 보였다. 금본위제의 장점인 국제통화 가치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당시 유일한 금본위 국가였던 미국의 달러화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약간은 변형된 금환본위제가 채택됐다. 다음으로 전쟁 전에는 주요 국가들이 금리 및 통화량을 자의적으로 조정한다든가 혹은 외환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통해 환율을 임의로 설정한 결과, 환율이 불안정하게 움직였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의 환율은 새로운 국제경제기구인 국제통화기구(IMF)에 등록한 후 고정시켰다. 다음으로 과거처럼 독립성을 상실한 가운데 새로운 국내경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보았으므로 역사상 처음으로 독립적인 국내경제정책을 허용하는 조치가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런 경우 트릴레마의 원칙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본의 이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브레턴우즈 체제는 회원국의 자본 통제를 합법화시키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를 국제금융의 암흑기로 간주하는 이유는 분명 있는 셈이다. 아무튼 과거 금본위제와는 달리 환율의 안정과 국내경제정책의 독립성을 취한 대신 국제적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는 제한이 가해졌으니, 세 변수 중 과거와는 다른 조합이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 우선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각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IMF와 약속한 대로 일정하게 유지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막대한 외환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후 파운드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기축통화는 달러화로 단일화됐으므로 외환을 축적한다는 것은 달러화를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당연한 결과로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체제의 최대 약점이었는데, 바로 그 현상을 분석한 것이 유명한 트리핀(Triffin)의 딜레마였다. 즉 기축통화의 수요가 증대되면서 기축통화의 발행량이 많아지는 것과 비례, 기축통화의 신뢰도에는 금이 간다는 지적이었다.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불신이 싹 트기 시작하자, 특히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국가들이 이미 축적한 잉여 달러화에 대해 금태환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보유고가 줄어들고, 당연히 달러화의 신뢰도도 떨어진다.

달러화의 금태환을 금지한다!: 닉슨의 일방 조치와 브레턴우즈 체제의 종말
바로 이러한 딜레마의 정점에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의 달러화에 대한 금태환 금지 조치가 자리한다. 놀라운 것은 우선 위의 조치가 일방적으로 취해졌다는 사실이고, 나아가 미국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브레턴우즈 체제를 붕괴시켰다는 점이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최고 목표는 달러화를 중심으로 중앙은행 간 금태환을 보장하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를 확정한 후, 다른 통화의 가치를 재산정해 고정시킴으로써 환율의 안정을 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달러화와 금의 연계가 끊어졌다는 것은 곧 달러화의 가치가 변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브레턴우즈 체제의 기본 가정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후세의 사가들이 닉슨 대통령의 조치를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로 간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유로달러시장 역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억제했던 기존의 규칙을 서서히 붕괴시키고 있었다. 또 다른 체제 붕괴 요인이 활성화됐던 셈이다.

국제금융은 날개를 달지만 환율 안정은 포기한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
여기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가치가 변한다는 것은 정의상 변동환율제를 의미했다. 1970년을 전후해 자본의 움직임에 대한 통제 또한 현저히 둔화됐으므로 새로운 체제에서는 이것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국제통화금융질서인 이른바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는 트릴레마의 원칙상 국제적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국내경제정책의 독립성을 취한 대신 환율 안정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금본위제 이후 트릴레마의 세 변수 중 가능한 조합의 수순은 모두 밟아본 셈이다. 이렇게 자본 이동에 대한 통제가 완전히 풀렸으므로 국제금융이 금본위제 때와 유사하게 날개를 달게 됐다는 점은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달러화가 패권을 차지하게 된 까닭은?
그렇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금융체제에 투영된 미국의 경제패권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브레턴우즈 체제가 달러화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았고, 연장선상에서 달러화의 우위가 가시화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1960년대까지는 영국의 파운드화의 활용도 역시 대단히 높았으므로 달러화가 패권의 지위에 올랐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이 중 달러화 중심의 권역, 파운드화의 세력권, 그리고 프랑스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금태환을 시도하며 금을 축적한 금블럭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견해는 설득력 있는 분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달러화가 국제통화?융체제의 패권적 지위에 오르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다음의 변수들이 핵심 역할을 한 것은 분명했다. 우선 1960년대 활성화된 런던 중심의 민간 금융시장인 유로달러시장에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금융의 주도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특히 중요한 변화였다. 다음으로 파운드화가 서서히 퇴조하면서 파운드화 영향권에 속해 있던 국가들이 거의 대부분 달러권역으로 편입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된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동인으로는 달러화의 금태환 정지 조치가 내려진 후 달러화에 대한 발권력을 사실상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게 된 미국의 새로운 위상에 어느 국가도 도전하지 못했던 당시의 역학구도가 지적되고 있다. 아무튼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금지 조치를 역사상 가장 눈에 띄는 통화 권력의 행사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가 들어선 후 달러화의 패권시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고 보면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달러패권 체제는 다음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역사상 처음으로 금과 같은 실물로 뒷받침되지 않는 관리통화, 즉 특정 국가의 지폐(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됐다. 아울러 통화의 발행에 대한 억제 메커니즘이 사라졌으므로 통화가 과잉 발행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그 결과 금본위제, 전간 기간의 금환본위제, 그리고 브레턴우즈 체제 시절과는 정반대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흔해지는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나아가 가장 중요하게도 미국과 같은 기축국은 국내외 적자를 달러화를 발행하거나 혹은 해외 잉여자금을 미국으로 재순환시키는 방식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점이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의 가장 큰 특징임은 물론, 역류 역사상 가장 뚜렷한 통화 및 금융패권이 뿌리 내릴 수 있었던 토대임을 알 수 있다.

달러화의 패권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여기서 브레턴우즈 체제 말기부터 족쇄가 풀리기 시작한 금제금융의 팽창은 단연 중요한 변수였다. 특히 민간금융 기관의 투자 형식으로 해외자금이 미국으로 재순환 투자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제금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로 이런 현상에 기초해 달러패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므로, 역사가들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미국의 뛰어난 산업력에 기초해 미국의 영향력이 행사됐다고 해석하는 반면,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이 쇠퇴해가는 산업력을 우월한 금융력으로 대체하며 새로운 통화 및 금융패권을 창출한 사례로 간주하고 있다. 금본위제에서도 어느 정도는 그랬지만, 국제통화와 금융을 함께 분석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로써 분명해진다. 미국으로의 자금 재순환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잉여 달러화를 미국으로 재투자하는 경우와 민간금융기관이 달러화를 미국에 투자하는 경우로 구분되는데, 후자가 전자를 앞서기 시작한 것은 레이건 대통령과 대처 수상의 과감한 자본자유화 조치 이후였다. 따라서 과거 영국의 영향력이 파운드화의 발권력 혹은 압도적인 사용 빈도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주로 우월한 금융제도에 기초하고 있었다는 사실과는 사뭇 다르게, 미국의 경우는 달러화의 발권력에 기초한 통화패권과 압도적인 금융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금융패권을 동시에 쥐고 있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과잉금융 시대가 불러온 금융 위기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에도 약점은 있었다. 앞서 설명한 과잉 통화 현상이 가장 문제였는데,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이 통제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국제금융의 비약적인 팽창으로 파생상품과 같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최신 금융상품이 출시되면서 과잉 금융의 시대가 펼쳐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7년 가시화되기 시작한 전후 최대 규모의 미국 금융위기는 다양한 각도에서 그 원인을 조명해볼 수 있지만, 과잉 유동성과 국제금융이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즉 현 체제에도 위와 같은 약점이 있고, 그 약점이 통화금융 패권국인 미국에서 금융위기의 모습을 띠며 표출되었다면, 현재의 국제통화금융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 현재의 국제통화금융체제는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 체제가 변화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 의도적으로 기획된 국체통화체제는 역사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거론하고 있는데, 브레턴우즈 체제와 유로화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를 이 책은 신용, 즉 통화는 스스로 자연스레 성장하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창출된 권력은 아니라는 유명퇇 명제에서 찾고 있다. 즉 어떤 국체통화금융체제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은 늘 있기 마련이고, 역사적으로 체제 수준의 변화가 인간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 앞의 설명에서 드러나듯이 트릴레마의 원칙에 입각, 금본위제 이후 세 변수를 모두 조합해보는 노력은 이미 끝난 상태이므로 더 이상의 조합 방법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 또한 중요한 이유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국제통화체제가 변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한데, 즉 세계대전과 같이 엄청난 충격이 국제경제체제에 가해지지 않는 한 기존의 질서가 변화한 적은 없다는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그 정도의 권력 변이가 있어야 군사 및 외교 패권을 새로이 쥔 패권국에 의해 과거와는 다른 질서가 창출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로화가 위기에 처하면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지만, 달러화에 대한 확실한 도전 세력, 즉 달러화 이외의 뚜렷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도 이 같은 진단의 이유다.


저자 프로필

김기수

  • 국적 대한민국
  • 학력 미국 미주리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경제학 박사
  • 경력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14.12.23.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김기수는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살림출판사, 2010) 『동아시아 역학구조: 군사력과 경제력의 투사』(한울아카데미, 2005) 『국제통화체제와 동아시아 통화협력』(공저, 세종연구소, 2001) 『동아시아와 유럽』(공저, 세종연구소, 1998) 『APEC과 ASEM의 비교연구』(편저, 세종연구소, 2002) 『미국통상정책의 이해: 국제정치경제적 접근』(편저, 세종연구소, 1996) 외 다수의 책을 썼고, 주요 논문으로 「중국의 경제적 팽창과 그 한계: 베이징 컨센서스와 관리자본주의의 문제점」(2011) 「세계 경제위기가 국제경제 권력구도에 미치는 영향: 구조 변화 요인의 비교」(2011) 「세계 기축통화의 변화 가능성: 통화패권의 역사와 중국의 도전을 중심으로」(2010) 「세계화와 21세기 금융위기: 세계화의 역사적 비교를 통한 분석」(2010) 「달러 위기설과 국제통화체제의 변화 가능성: 미국 경제위기와 관리통화제를 중심으로」(2009)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제1장 금본위제와 영국의 국제금융패권
I. 금본위제의 형성 배경
1. 영국의 금본위제(Gold Standard)
2. 금본위제와 국제통화체제: 제도의 국제적 확산
II. 금본위제와 국제경제의 운영
1. 금본위제의 작동 원리
2. 금본위제의 실제 운영 상황
3. 금본위제의 성과

제2장 금본위제와 세계화(Globalization)
I. 세계화의 진전과 시장의 통합
1. 상품시장의 통합
2. 노동시장의 통합
II. 국제금융의 발전과 자본시장의 통합
1. 신용창출, 금융의 발전, 그리고 산업과 중앙은행
2. 국제금융의 팽창과 자본의 세계화
III. 19세기 세계화의 현대적 평가
1. 상품시장 세계화의 경우
2. 금융 및 노동시장 세계화의 경우
3. 세계화에 대한 총평

제3장 금환본위제와 경제패권의 전이
I. 금본위제의 붕괴와 혼돈
1. 힘의 전이
2. 영국의 보호주의 움직임
3. 전쟁의 충격
II. 금환본위제의 등장과 실패
1. 금본위제의 부분적 복원과 금환본위제
2. 새로운 제도의 실패
3. 미국의 고립주의, 세계경제 불균형 그리고 대공황

제4장 브레턴우즈 체제와 새로운 통화패권의 시험
I. 역사의 교훈
II. 브레턴우즈 체제의 기본 구도
1. 케인즈(Keynes)와 화이트(White)
2. 국제정치경제적 해석: 이데올로기의 공유 혹은 파워 게임
III. 국제통화기금(IMF)의 작동 원리
1. IMF의 기본 성격: 금과 달러의 역할
2. 환율과 국제유동성
IV.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
1. 국제유동성과 체제의 결함
2. 트리핀의 논쟁과 극복책의 강구
3. 특별인출권(SDR): 국제통화로서의 한계
4. 체제의 붕괴 과정
5. 파워 게임: 경제와 정치 논리의 충돌

제5장 포스트 브레턴우즈 체제, 국제금융, 그리고 미국의 통화금융패권
I. 균형의 모색
1. 환율의 재조정과 환율제도 변화의 불가피성
2. IMF의 개혁과 SDR의 활성화 노력
3. 이상의 포기와 현실의 수용
II. 기축통화의 위상
1. 체제의 재조명: 구조적 결함, 각국의 이해, 그리고 파워
2. 달러 패권의 안착 배경과 요인
III. 전후 국제금융, 국제통화체제, 그리고 통화패권
1. 영국의 사례와 초기 브레턴우즈 체제
2. 유로달러(Eurodollar)와 국제금융패권

제6장 세계경제 불균형(Global Imbalances)과 금융위기
I. 세계경제 불균형의 실체와 배경
II. 중국의 등장과 새로운 세계경제 불균형
1. 등장의 배경과 영향
2. 중국과 미국경제의 상호의존구도
III. 자금의 국제적 순환구도와 세계 금융위기
1. 미국의 적자구조와 자금 순환 메커니즘
2. 불균형과 금융위기
3. 금융위기의 국제정치경제적 이해
IV. 중국의 도전과 새로운 파워게임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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