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차수현과 주하라는 끈끈한 자매다.
유독 남다른 두 사람의 자매애. 사람들은 부럽다고 하나 수현과 하라는 사실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타인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하라를 수현의 엄마가 키우면서 자매가 된 거였다. 둘은 어른들에 의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아래 자연스럽게 언니와 동생이라는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한 사람은 달랐으니.
수현은 하라를 동생으로만 보지 못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그 애에게 생긴 설레고 떨리는 감정.
주하라는 차수현에게 있어 엄마 친구의 딸, 자신이 보살펴야만 하는 동생이었다. 수현은 ‘가족’이라는 굴레에 죄책감과 거북감을 동시에 느끼며 하라를 향한 마음을 꾹꾹 밀어낸다.
그러나 운명은 얄궂게도 하라에 대한 사랑을 더욱 부풀리고 마침내 수현은 동생을 놔주어야 한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한데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뜻하지 않은 하라의 행동에 수현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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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나.”
주하라 보고 카페, 그만두라고 할까? 탐탁지 않아. 오늘 보니까 그 새끼 눈빛도 마음에 안 들고.
“점장님이랑.”
사람 좋은 줄만 알았는데 왠지 바람둥이 같은데.
“사귈까 봐.”
그래도 하라는 제 첫 직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말하지? 내가 이런 것까지 관여해도 되나?
“언니?”
이젠 하라를 놔주기로 했는데.
“내 말 들었어?”
하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제야 수현은 혼자 생각한 것을 접었다.
“응? 뭐라고 했어?”
“점장님.”
“어.”
“사귀기로 했다고.”
수현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안 그래도 까끌까끌한 입맛이 싹 달아나버렸다.
“뭐야.”
하라가 웃으며 숟가락을 들어줬다. 불순물이라고는 조금도 섞이지 않은 눈빛으로 환하게 웃으며. 수현은 잠시 멍해졌다.
잘못 들은 걸까? 내가 잘못 들었나?
주하라가 연애를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 대학 때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남자친구를 사귀어 왔었다. 그땐 잘 견딜 수 있었는데 왜 지금은 그게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저렇게 편안하게,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널 좋아하는 내게 사랑을 시작한다고 고백하는 것이 낯설다.
수현은 하라를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색소가 짙은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휘어졌다. 수현은 심장이 푸석거리는 것을 느꼈다. 축하를 바라며 기대에 찬 시선으로 이쪽을 보는 하라.
그 시작 하지 마, 하라야. 나 기분 이상해. 그 남자 마음에 안 들어.
수현은 입술을 깨물고 하라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라는 살풋 달뜬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데도.
뭐라고 말할까. 무작정 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겉으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잖아.
차수현, 왜 그 남자가 싫어? 한석준이 싫은 거야, 아니면 그 사람이 남자여서인 거야? 넌 해줄 수 없고, 될 수도 없는 존재여서?
수현은 입술 안쪽을 잘근잘근 물었다. 손끝은 차갑게 식었다. 시작하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입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어. 그렇구나.”
“축하해주는 거야?”
하라가 제일 예쁜 입술로 물었다. 입술이 예쁜 하라는 웃을 때 입매는 더 예뻤다. 중간 부분이 볼록하고 선명한 붉은 빛이 도는 입술, 그 양 끝도 살짝 올라가 있어 자그마한 미소 하나만 걸려도 더 예뻐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