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1: 이다숨(20) ― 탄탄한 중견기업 외동딸로 곱게 자란 새내기 대학생. 누구와 어울리는 것보단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며 소심한 면이 있다. 선천적 심장 기형으로 수시로 병원 신세를 졌고, 툭 치면 쓰러질 정도로 가냘픈 몸을 지녔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정원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꼭꼭 숨겨왔던 성적 취향을 하나씩 드러내게 된다.
*여자 주인공2: 차정원(32) ― 생명과학 연구원이자 국내 재계 서열 1위 그룹, 차 회장의 숨겨진 손녀딸. 경영엔 관심이 없어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길 원한다. 냉정한 면모가 있고, 매사에 침착한 편이며, 미친 듯이 연구에만 매진하며 사는 인물이다.
*이럴 때 보세요: 심장 이식 수술 직후 피학성애에 대한 강렬한 욕구에 휩싸인 주인공이 자신의 성적 취향을 하나씩 알아가는 매혹적인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심장 떨리는 오싹한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공감 글귀: “웃네. 웃으니까, 정말 이대로 목숨줄을…. 끊어놓고 싶다.”
“난 하얀 피부가 좋더라. 타지 않게 조심해.” “네. 또 말해주세요. 뭐든…. 언니 취향에 맞추고 싶어요.” “없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내 취향이라.”
[GL] 하트 레이싱(Heart Racing)
작품 정보
“우산이 없나 보네요.”
갑작스럽게 내리꽂힌 목소리에 옆을 돌아봤다. 근래 본 것 중 가장 강렬한 피사체다.
“이 우산 그쪽이 쓰고 가세요.”
여자는 과한 친절을 베풀며, 다숨에게 알 수 없는 소리를 뱉었다.
“혹시, 마법 믿어요?”
“네? 아뇨. 전혀요.”
“제가 그 쪽한테 마법 한 번 걸어볼까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제 생각이 날 거예요. 틀림없이.”
열일곱. 그 여자를 처음 만났다.
*
삼 년 후, 어느 클래식 바.
혼자 술만 마시기 지루해진 다숨이 피아노 앞에 앉아 손가락을 가볍게 풀고는 건반을 치려던 순간.
문이 열리며 나는 종소리. 바닥을 찍는 힐 소리.
연쇄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건반 위 손가락이 허공에서 표류했다.
다숨에게 얼토당토않은 마법을 걸었던 여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다숨은 애써 표정을 정리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심장 소리가 건반과 맞물려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입안에 남은 술의 잔향과 피아노의 선율, 감각적인 향이 떠도는 공간.
낯설고도 익숙한. 모든 것들의 조화가 기이한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세라믹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눈빛이 제게 닿을 때마다 다숨은 알 수 없는 욕구가 치솟았다.
“저랑 같이 나갈래요?”
“뭐?”
“저 피아노 치는 거 말고 다른 것도 잘해서요.”
다숨은 붉어진 얼굴과 달리 입 밖으로 낯 뜨거운 말을 내뱉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뭘 잘하는데?”
“그게, 그러니까… 손으로 하는 건 뭐든요?”
어딘가 허술하고 순진한 섹스 어필이건만 여자는 어쩐지 순순히 넘어가 주었다.
짜릿하고 심장 터질 것 같은 하룻밤. 그리고 눈에 띈 여자의 왼손 약지.
여자의 네 번째 손가락에 자리한 반지가 다숨의 눈에 이물질처럼 걸리기 시작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