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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엣 레인로가 이 소설이 나올 때의 나이가 82세입니다. 실로 대단하다고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녀의 14번째 단편집으로 이 작품을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선언했지요. 마지막 작품 답게 10편의 훌륭한 단편 소설과 마지막 4편의 그녀의 자서전이 실려 있습니다. 자서전은 그녀의 어머니와의 화해이지요. 삶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라도 이러한 것. 우리에게는 오직 자연의 순리에 대한 깨달음과 그리고 사랑과 그것을 통한 그 모든 것에 대한 용서에 있습니다. 어떤 가요의 노래 제목처럼 모두다 사랑해야 하는 것이지요. 엘리스 앤 레잇로가 발표한 작품은 14편의 단편모음집 입니다. 그 중에서 국내에 7편이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네요. 나머지 7편도 모두다 빠른 시일 내에 번역되어 발표되었으면 합니다. 엘리스 앤 레잇로의 작품은 모두다 읽어야할 보석과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지요. 아무쪼록 이러한 고마운 작품을 남겨주신 엘리스 님에게 고맙다는 말 외에는 할말이 없습니다. 길이 장수하세요. 고맙습니다..
단편 소설의 묘미는 짧은 이야기 속에 복잡 다단한 인간 속성을 포착해 하나의 단면으로 보여주는 데에 있다. 수십억 년에 걸쳐 형성된 지층처럼 이 단면은 단순하지 않다. 몇몇 작가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작가마다 관심을 두는 인간의 모습이 다르며,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그중에서도 독특했다. 소통의 가능성, 인간성에 대한 따스한 시선, 변화의 가능성으로 지금까지 단편소설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가면서 의문만 늘었다. 짧은 이야기 속에 드러난 인간 본성의 복잡한 면모는 이성과 감성 사이 어딘가 닿았다. 작가의 글은 캐나다 시골마을의 공기처럼 차갑게 느껴졌는데 인물들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 먼로 작품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실제 사람들의 삶처럼 쉽게 옳다 그르다 따지기 어렵다. 이 책의 첫 작품 <일본에 가 닿기를>에서 주인공 그레타는 딸을 데리고 기차 여행을 하다가 젊은 청년과 정사를 치른다. 그러다 딸이 사라져 필사적으로 찾는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불륜(을 할) 상대와 만난다. 복잡한 기차역에서 어린 딸의 손을 놓쳤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다가올 일을 기다릴 뿐이다. <아문센>에서 결핵요양소가 있는 마을 교사로 온 비비언은 요양소 의사와 약혼하지만 결혼식날 의사는 이별을 통보한다. <코리>에서 유부남 하워드는 코리와 불륜 관계다. 그는 간호사 릴리언이 그들의 불륜을 알고 돈을 달라 협박한다고 거짓말을 해 코리로부터 매월 돈을 뜯어낸다. 우리가 주변에서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비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앨리스 먼로는 쉽게 판단하지 않고 한걸음 물러선다. 서늘하고 절제된 문체로 차분하게 인물들의 내면과 행동을 묘사한다. 먼로가 서술하는 문장을 따라가면 백야 아래 펼쳐진 눈밭에 있는 기분이 든다. 작품 속 인물의 삶이 신산해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을 해도 감정이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비난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일정한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마음은 부글거리고 머리는 점점 복잡해졌다. <기차>라는 작품은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긴 시간 동안의 일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작가가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도 다채롭고 복잡하다. 특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잭슨은 이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군인으로 귀향 중 기차에서 뛰어내린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벨을 만나고 그녀의 일을 돕게 된 인연으로 그녀와 함께 산다. 세월이 흘러 벨은 중병을 앓게 되고 병원에 입원한다. 벨은 그녀의 아버지 죽음에 대해 고백한다. 벨은 스페인 독감을 앓은 후유증으로 이지를 잃은 어머니와 신문에 글을 쓰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하루는 아버지가 알몸의 그녀를 성적으로 쳐다보고 다음 날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날 아버지는 기차에 치여 죽는다. 벨은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한다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를 두고 잭슨은 도망치듯 나와 어떤 건물의 관리인으로 생활한다. 어느날 가출한 딸을 찾는 여자가 찾아오는데 그녀는 잭슨의 이전 약혼녀 일린이었다. 애초에 그가 기차에서 뛰어내린 이유가 그녀와 재회하기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잭슨은 그녀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생각하며 그곳을 떠난다. 이 작품을 읽고 어렴풋하게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잭슨은 보통 사람들이 그냥 하는 결혼과 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쳤다. 그렇다고 이야기 속 그의 삶이 무가치하고 비겁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인정받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살았다. 벨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간직한 채 최선을 다해 살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렇다고 그의 삶 전체가 실패는 아니다. 삶은 목적이다. 인생의 목적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행복이 아니다. 인생 그 자체가 바로 목적이다. 먼로는 지극히 절제된 목소리로 이를 보여준다. 그녀는 삶을 냉소하는게 아니라 그 자체를 긍정한다. 책의 마지막 네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마지막 작품이자 표제작 <디어 라이프>까지 읽고 비로소 먼로가 얼마나 삶과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지 알았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고 장례식에도 나는 집에 가지 않았다. 내게는 어린 자식이 둘 있었는데 밴쿠버에는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거기까지 갈 경비가 없었고 내 남편은 의례적인 행동을 경멸했다. 하지만 그것이 왜 그의 탓이겠는가. 내 생각도 같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오랫동안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다. 사실은 이미 용서가 아니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았다. 생각은 달랐다. 삶과 생각이 달라서 오랫동안 힘들었다. 그때를 돌아보며 글을 쓰면서 정리하고 나서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용서했다기 보다 그저 나 자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죄의식과 냉소를 넘어설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일정한 감정선 아래 꿈틀거리던 마음이 무엇인지 희미하게 보였다.
삶의 진실을 과장없이 절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묘사한 수작들
재미없네요 무슨 내용인지
덤덤한 문체에서 묻어나오는 감동...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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