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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쓴 작은 글씨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에세이

연필로 쓴 작은 글씨

희미해져가는 사람, 발저의 마지막 나날
소장종이책 정가18,500
전자책 정가30%13,000
판매가13,000

연필로 쓴 작은 글씨작품 소개

<연필로 쓴 작은 글씨> “손글씨에서 스스로를 비춰보고 연필로 쓴 것을 베껴 쓰는 동안
나는 어린아이처럼 글 쓰는 것을 다시 배웠다.”
_로베르트 발저


로베르트 발저의 책을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이 읽었다면 세상은 보다 나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_헤르만 헤세

발저의 작품에 나타나는 윤리의 핵심은 권력과 지배에 대한 저항이다. 발저의 힘은 고도로 세련된 예술의 힘이다. 그는 진실로 놀라움과 저릿함을 느끼게 하는 작가다._수전 손택

로베르트 발저가 살면서 남긴 흔적은 너무나 희미해서 바람이라도 한 자락 불면 흩어져 사라질 것만 같다. 예나 지금이나 발저는 여전히 유일무이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가능한 한 숨겼다._W. G. 제발트

카프카와 헤세가 사랑한 작가 로베르트 발저가
발다우 요양원에서 쓴 스스로도 읽을 수 없는 작은 글씨들
1956년 12월 25일, 눈이 내리던 크리스마스에 한 노인이 눈 속에서 산책을 하다가 쓰러졌다. 헤리자우의 요양원에 거주하며 산책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이 평범한 노인은 위대한 작가 로베르트 발저다. 그는 평생 동안 글을 써왔지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 세상 어디서에도 적응하지 못했고 집 한 채, 가구 한 점, 아주 적은 재산 한 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 세상의 고립된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고립된 작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발저는 그저 변변찮은 양복 한 벌 입고, 조끼 주머니에 몽당연필 한 개와 잘라낸 메모지들을 가지고 다니며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넣는 수줍은 사람일 뿐이었다.
장편소설 『벤야멘타 하인학교』와 『타너가의 남매들』 등으로 이제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로베르트 발저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고독한 산책자’ 혹은 ‘작가들의 작가’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하지만 잘 알려진 초기 작품들에 비해, 발저 문학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후기 작품들은 국내에서는 여전히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연필로 쓴 작은 글씨』는 프란츠 카프카와 헤르만 헤세, W. G. 제발트, 수전 손택 등 무수한 대가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발저가 직접 쓴 작은 글씨의 유고인 ‘마이크로그램’을 해독하고 선별해 펴낸 책이다. 총 33편의 글과 함께 그 글에 해당하는 육필 원고를 찍은 사진 68장을 실제 크기로 함께 배치했다. 맨눈으로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이 글씨들은 그 존재와 조형성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오롯이 빛난다.

‘마이크로그램’의 역사와 의미
『연필로 쓴 작은 글씨』에 담긴 마이크로그램은 발저가 살아 있는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밀 원고다. 이 원고들은 고독과 불안, 망상으로 고통받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글쓰기를 이어가고자 한 발저의 의지를 보여준다. 마이크로그램 뭉치가 처음 발견된 당시에는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의미 있는 텍스트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베른하르트 에히테와 베르너 모어랑이 총 526장으로 이루어진 메모들을 모두 정리해 6권의 『연필 영역』으로 펴냈고, 이 개척적인 편집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업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 텍스트는 발저 후기 작품의 중심적인 텍스트이자 문학예술의 위대성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자리잡았다.
1920년대 이후 손의 움직임에 이상 증세를 느낀 발저는 펜으로 쓰기를 중단하고 연필로 작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위에 다시 펜으로 정서하는 작업 방식, 다시 말해 그가 ‘연필 체계’라 부른 작업 방식을 취한다. 이처럼 연필과 펜으로 이중으로 쓰인 각종 원고 뭉치들 중에는 1929년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정신분열증으로 베른 근처의 발다우 정신요양원에 보내진 이후에 쓰인 것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암호문인가 그림글자인가
출판되지 않았던 원고의 특성상 이 텍스트들은 종종 이해하기 힘들고 거친 부분이 많은데, 극도로 작은 글씨로 쓰인 초미세원고는 그 자체로 시각적인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해서 초기 연구자들은 여기서 분열, 자폐, 거부증 등 정신적 질환을 읽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발저에게서 정신적 친밀성을 발견했던 W. G. 제발트는 이 원고를 병리적 증후로 읽는 것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정신이 해체 직전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을 때 오히려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관찰력과 예리함이 날카롭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제발트는 오히려 그 속에서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욕구를 발견했다.
『연필로 쓴 작은 글씨』에 실린 육필 원고의 사진들은 손으로 쓴 글씨체, 텍스트의 전달체인 용지, 용지 위에 텍스트의 배치 등에서 발저가 구사한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달력이나 포장지, 엽서, 영수증이나 계산서 같은 각종 문서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었던 일상적인 종이의 뒷면이나 여백에 텍스트를 배열하거나 여백을 사용하는 방식은 시각적, 신체적, 물질적 요소들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암호문’ ‘그림글자’ 등으로 불린 이 텍스트는 종류도 일반적인 산문에서부터 시, 소설, 산문 등 여러 가지로 다채롭다.

침묵을 위한 글쓰기
글쓰기에 관한 여전히 꺾이지 않는 갈망에도 불구하고, 그의 많은 마이크로그램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독자들을 상정하지 않은 채 오로지 스스로를 위해 쓰였다는 의미에서 『연필로 쓴 작은 글씨』는 가장 은밀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저의 글씨들은 점점 더 작아졌으며, 나중에는 발저 자신도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헤리자우 정신요양원으로 옮겨간 이후에는, 마침내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스스로를 이른바 금치산자로 만듦으로써만 비로소 글쓰기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사람. 글 쓰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마치 나쁜 짓이나 심지어는 부끄러운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언제나 부리나케 메모장을 주머니에 감췄던 사람. 이런 발저에 대해 제발트는 “아무래도 작가들에게 글쓰기라는 것은 아무리 지긋지긋하고 답이 없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관둘 수는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로베르트 발저에게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은 숨쉬며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에 다름아니었다. 삶이 그러하듯, 그의 글은 우리에게 그 무엇도 확정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문학의 의미와 무의미가 동시에 존재한다.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하나의 수수께끼로 낯설게 남아 있는 이 텍스트들은, 우리에게 말할 수 없이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

도대체 왜 이 글들을 읽고, 심지어 번역까지 하려 했는가? 그것은 발저의 글을 옮기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의미 있고 심오한 글을 번역해서 우리 학계와 문단에 뭔가를 기여하리라는 나의 자부심과 욕망은 아랑곳없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밑도 끝도 없이, 자신만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매 순간 머릿속을 잠시 스쳐갔던 생각들, 눈앞에 잠시 머물렀던 인상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이다. 도대체 그는 과묵하고 수줍은 사람인가? 수다스럽고 말 많은 사람인가? 그는 스위스 특유의 애국주의자인가, 모든 규범에 저항하는 반사회적 인물인가? 그의 작은 글들은 목적성과 성과 의식으로 가득찬 내가 끝끝내 답을 찾지 못할 것임을 미리 말해주는 듯하다._‘해설’에서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지은이 로베르트 발저
1878년 스위스 빌에서 태어났다. 1898년 처음으로 시를 발표했고, 1906년부터 『타너가의 남매들』 『조수』 『벤야멘타 하인학교: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1913년 모국 스위스로 돌아와 산문집 『작은 문학』 『물의 나라』, 장편소설 『토볼트』 『테오도르』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고, 1925년 2월 마지막 산문집 『장미』를 출간했다. 1929년 베른에 있는 발다우 정신요양원에 입원했다. 1933년 헤리자우에 있는 요양원으로 이송된 후에는 절필한 채 여생을 보내다 1956년 12월 25일 산책을 하던 중 눈 속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옮긴이 안미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독일어, 영어, 교육학을, 동 대학원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목포대학교 독일언어문화학과/문화콘텐츠학과에 재직중이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독문학과에서 방문교수로 연구했다. 『레싱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구조적 관련성』을 독일어로 펴냈으며, 국내 저서로 『경계횡단으로서의 번역』, 역서로 『수사학의 재탄생』 『죄와 속죄의 저편』 등이 있다. W. 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로 제6회 시몬느 번역상(제13회 한독번역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저기 있다
한때 좋은 사람들이 나를 보았던 그곳
우리는 알지 못하는 손에
약 이십만 년 전에
이 도시에 얼마나 많은 주민이 사는지 잘 모르겠으나
평소에 나는 항상 제일 먼저 산문 작업복, 말하자면 일종의 작가 재킷을 입는다
아가씨 / 구원자
그래, 나는 고백해
모든 특출한 사람은 언젠가 한번은 취리히에 머물렀다
이제 또다시 짧은 산문
나는 춤추는 것을 스스로 금한다
내가 쓰는 것은, 아마도 한 편의 동화일 거야
여행바구니 안 혹은 빨래바구니 안
미모사
부고
하얀 남자들
잔인한 관습, 윤리, 습관 등
아마도 우리 시대를 가장 잘 특징짓는 것
오, 어제 그녀는 우리 도시의 가장 유명한 카페에서 (……) 얼마나 웃어야 했는지
내가 극장 상황에 관한 이 글을 전혀 서두르지 않는 것은
이날 밤 나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오래 생각할 것 없이 나는 그를 올리비오라고 부른다
모든 임의의 주머니들이 믿는다면
강력한 부드러움으로
오늘의 글을 쓰는 수고로 당신에게 알려주려 한다
대도시에 사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지 말 것
벽들이 검게 빛을 내는 방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분노에 화가 나서 새파래졌다
이 이야기는 아름답다기보다는 차라리 우스꽝스럽다
룬트리히 부인은 태도가 화려하고
거기 서식하며 그 지역에 이름을 붙인 녀석들은 덥수룩한 털을 가지고
여기는 조심스럽게 번역된다
나는 이 눈 내리는 풍경이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후기 루카스 마르코 기지, 페터 슈토커, 레토 조르크
해설 안미현: 로베르트 발저의 『마이크로그램』에 관하여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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