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인상
2024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자편 3위
2024 일본 만화 대상 3위
100년 후 비로소 완성될 아름다움을 향해 오롯이 만들고, 일하며, 살아간다
오감을 일깨우는 묘사로 되살아나는 에도 장인들의 삶
◆ 수록작 소개
제1장 통 장인
“기억해두쇼. 나무란 놈은 살아 있다는 걸.”
저잣거리에 앉아 온종일 만드는 것은 오로지 ‘통’. 나무 하나, 통 하나에 영혼을 담는 장인의 하루를 그리다.
제2장 도검 장인
“돈이고 나발이고 아무렴 어때.”
자신이 벼려낸 칼이 어린아이를 죽였다. 열기로 휩싸인 대장간, 도검장의 굳게 다물린 입속에서도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제3장 염색 장인
“…그럼 어째서 염색 일을 하는 거냐.”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니까…”
유행과는 한 발 떨어져 자신만의 문양을 만들려는 어린 장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작업에 마음이 꺾일 것만 같지만…
제4장 다다미 장인
“다음에는 손님으로 와줘요.”
배경은 에도의 유곽촌. 수많은 이들이 몸을 누이는 다다미를 엮는 장인과 그를 지켜보는 한 유녀의 이야기.
제5장 미장이
“백 명의 장인이 있으면 백 가지 마음이 있으니,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편수의 기량일지라.”
어느 날 공사 현장에 기묘한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을 진자부로라 칭하는 남자는 편수 조시치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미장이들과 어우러진다. 하지만 군기반장 로쿠지만은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데…
17세기부터 일본의 정치 중심지이자 사실상의 수도로 자리 잡은 도시 에도(江戸). 그리고 에도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에도의 중심지 ‘간다(神田)’. 그곳의 한 마을 ‘고쿠라초(ごくら町)’에는 장인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물과 밥을 담는 나무통, 무사들의 허리춤에 매인 칼, 처자들의 몸을 감싼 기모노까지. 마을 사람들이 쓰는 물건에는 어느 하나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면면 역시 제각각이다. 노련한 솜씨로 열 명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베테랑이 있는가 하면, 한 명의 몫조차 겨우겨우 하는 풋내기도 있다. 하지만 초짜든 숙련공이든 모두 장인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는 법. 『에도의 장인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삶의 근간을 지탱해온 장인들의 소탈하고 꾸밈없는 일상을 담은 만화다.
『에도의 장인들-간다 고쿠라초 이야기』는 가상의 마을 고쿠라초를 배경으로, 장인들의 생활상을 정겨운 필치로 그려냈다. 장인들의 삶은 우리네 일하는 모습과 닮아 있으면서도, 때로는 특이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이야기 속 장인들의 삶의 양식은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들뿐이다. 오직 한 자루의 칼을 벼려내기 위해 값비싼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붓는가 하면, 튼튼한 벽을 만들기 위해 일 년 치 품삯을 가불받아 흙을 사들이기도 한다. 이제는 진부한 구호라 여겨지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말. 『에도의 장인들』은 그럼에도 부와 지위, 명예로 대표되는 가치를 초월한 곳에 있는 ’자부심’에 대해 말하는 만화다. 일과 작품을 대하는 장인들의 진솔하고도 겸허한 태도에서 우리는 만들고 일하며 살아가는, 이 단순한 반복에 지고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장쾌한 필치를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드라마
유수의 만화상을 석권한 신예 만화가의 굵직한 데뷔작
신인의 데뷔작, 군소 출판사의 작품이라는 조건을 딛고 유수의 만화상을 거머쥔 『에도의 장인들』. 제28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인상, 2024 일본 만화 대상 3위, 2024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3위에 선정되는 등 신인으로서는 화려한 데뷔를 이뤄냈다. 분방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사카우에 아키히토의 그림은 가히 ‘관록 있는 신인‘이라 부를 만하다. 골풀의 결이 한 올 한 올 살아 있는 다다미의 표면, 웅숭깊은 쪽빛 염료의 일렁임, 대장간의 칠흑 같은 어둠 속 빛나는 불꽃과 들끓는 쇳물까지. 각 에피소드의 핵심이 되는 소재에 맞춰 빛을 달리하는 묘사는 대사 한 줄 없는 장면임에도 넋을 잃고 들여다보게 만든다. 기백마저 느껴지는 장면 묘사와 대비하여, 이야기의 한쪽에서는 서민들의 정겨운 생활상이 물 흐르듯 펼쳐지며 한 폭의 우키요에를 보는 듯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장인들이 발전시켜온 문화와 양식에는 그 나라의 풍토는 물론, 정치 사회적 배경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높은 습도, 빈번한 자연재해와 같은 풍토에 알맞은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는 물론, ‘사치 금지령’과 같이 정치적인 제약하에서도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는 곳. 그곳이 바로 장인의 작업장이다.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시상식에서 “’일본풍’’일본 문화‘라는 말 이면에 숨은 리얼리티를 표현하면서도, 즐거운 활극을 그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저자 사카우에 아키히토. 그 포부에 걸맞게 『에도의 장인들』에는 만화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는 물론, 역사 교양서에 버금가는 정보와 디테일이 담겨 있다. 100년 후 비로소 완성될 아름다움을 향해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묵묵히 반복하는 장인들의 삶, 그 일상의 드라마가 주는 묵직한 울림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