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생함은, 그 슬픔은, 그 구체성은 나를 뒤흔들었다.”
왝왝이는 누구인가? 그곳은 어디인가?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을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 『훌훌』 『고요한 우연』 『네임 스티커』에 이어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을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아픔을 통해 기억의 의미와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를 절절히 그려 낸” 이 작품은 “슬퍼할 자격과 피해자다움”에 대해 성찰하며, “인물의 마음을 단순하게 정의하지 않고” “누군가는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를 정면돌파”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사로잡아” “용감하게 할 말들을 배치했다.”
왝왝왝, 울고 있는 그 소리.
하수구 아래 어둠 속에서 연서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눈동자.
소년은 왜 그곳에 있는 걸까?
“사람들은 내게 잊으라고 말했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덕담처럼 건넸다. 하지만 그날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내가 같은 사람일 수는 없었다.”
그날 이후 일 년. 연서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전의 일상으로, 참사 이후 ‘그다음’으로 나아가려 애쓰건만, 만나면 ‘너를 위해’ 진상 조사만을 외치는 절친 호정도, 마음먹기에 따라 뭐든 이겨 낼 수 있다고 하는 아빠도, 피해자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은연중 기대하는 사람들도, 폭력적인 혐오와 폄하를 일삼는 사람들도 연서를 번번이 그날로 데려다 놓는다. 그 모든 시선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연서는 위악을 갑주처럼 두른다.
도저히 잠들 수 없던 밤, 연서는 하천 산책로를 걷다 크고 선명한 울음소리를 듣는다. 왝왝왝, 울고 있는 그 소리. 그 소리에 이끌려 연서는 하수구 아래로 플래시를 비춘다. 어둠 속에서 연서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눈동자. 그건 사람의 눈이었다.
도대체 소년은 왜 그곳에 있는 걸까?
“누구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상기시켜 주기로 하자. 우리가 처음에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약속.
그곳에서 돌아온 후로, 연서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교실 한가운데 놓인 빈 책상의 주인이었던 ‘그 아이’를. 비가 내리던 날이면 전화를 걸어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그 아이’를. 잊어버릴까 봐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자꾸자꾸 불러 보는 거라고 말하던 ‘그 아이’를.
우리 곁에, 우리가 잊고, 우리가 지워 버린 그 자리에, 바로 여기에.
그 애가 있었어. 기억나. 그 남자애.
연서는 이제 위장도 거짓도 벗어 버린 자신의 진심을 마주하고 진술한다.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추모제 준비단을 나왔지만, 정작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신은 잊히고 싶지도, 잊고 싶지도 않았음을. 그리고 다짐한다. 무엇도 잊지 못할까 두렵지만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리라고. 현실의 모두가, 그 아이 스스로도 잊어버린 그 아이의 이름을 계속 호명해 끝내 이 세계로 불러내리라고.
“비로소 알았다. 잊을 수 없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잊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야 잊어 가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돌아본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기억해 준다면 나는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반대로, 내가 기억하고 있으면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나로부터 시작된 기억은 점차 퍼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기억하는 날, 나는 비로소 간간이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억하려 애쓰지 않으면 잃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왝왝이는 그곳에 있었다. 하수도 아래가 아니라 우리 곁에, 우리가 잊고, 우리가 지워 버린 그 자리에. 바로 여기에.
‘아직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어야 할 이야기
싸움 속에서 누구도 외롭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누구도 그 존재의 자리를 소거당하지 않고.
이 소설은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삶과 분투를 통해, 기억과 애도, 연대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그러하기에 이 이야기는 아직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어야 할 이야기이며 증언이다. 싸움 속에서 누구도 외롭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누구도 그 존재의 자리를 소거당하지 않고, 삶과 세계가 멈춰 있지 않고 흘러가기를, 그다음으로 나아가기를. 기억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자각하고, 슬퍼할 자격을 판가름하지 않고 애도하며, 연대할 책무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맞이하는 결말들은 더 희망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