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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뒤라스의 소설처럼 성애적인 표현이나 남녀간에 숨막힐듯 절망적인 운명도 보이지않는다. 그저 가진것 하나 없고 끝도 보이지않는 고달픈 노동에 시달리는 그저그런 사람들이 우연히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섞다가 헤어지는 일상을 담은 소설이다. 맥락도 없고 그저 돌보는 아이가 보모인 여자에게 던지는 짧은 표현들, ‘배고파’ ‘목말라’ ‘피곤해’에 따라서 번지는 잡담들이 흘러흘러 떠갈 뿐이다. 여자는 주인집에서 보모 일에 식사 시중에 과체중의 노인까지 씻기고 돌보며 저녁 늦게까지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자기 것이라고는 하나 없이 예속되어 있는 불행한 처지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삶을 꾸려나갈 결혼 상대를 찾아 댄스 클럽에 나가는 게 유일한 탈출구라고 여기는, 전심전력을 다해 희망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스무 살의 가정부다. 남자는 집도 없이 홀몸으로 상품 가방 하나 들고 갖가지 잡동사니를 팔러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고 있고, 지난날 겪은 많은 불행으로 앞날에 대한 계획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 없이 일상의 작디작은 조촐한 것에 만족하며 단조롭게 사는 중년의 행상이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다른 점이라고는 여자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일에 필요성도 용기도 흥미도 없이 따분해 하는 편이고, 남자는 현실이 너무 심심해서 뭔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보려는 쪽이다. 두 사람 사이에 가진 생각의 차이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함께 울고 위로하는 데까지 나간다. 함께 즐겁게 춤을 추는 모임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애매모호한 설레임까지 나누고 서둘러 헤어진다. 두 사람의 대화가 따옴표로 묶여 연속적으로 나오는데, 누구의 대사인지 살짝 혼란스럽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어지는 대화가 몹시 점잖은 것에 비해 그 내용은 너무나 비루하고 허름한 내용이라 슬프게 들리기도 했다. 가진 것은 없어도 나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서 하루하루 소소하게 살아가는 여자, 마치 모든 욕망에서 해탈한 듯 외로움과 쓸쓸함의 굴레에서 초월한 듯 보이는 남자. 두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위로와 동정을 보내는 대화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들렸다. 동네 공원의 효용이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구라도 옆에 앉아 아무 이야기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 흡사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불빛이 환한 곳>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구라도 편하게 숨쉴 공간,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살짝 열어보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꽤나 괜찮은 일 같다. _________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 도시에서 그러고 나서 저는 불행했어요.” “얼마나 불행하셨는데요?” “더이상 불행할 수 없을 만큼. 그때껏 그렇게 불행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았지요.” “그러다가 괜찮아지셨나요?” “네, 괜찮아졌어요.” “거기서는 외로운 적이 없으셨나요? 전혀?” “전혀 없었어요.” “낮에도요? 밤에도요?” “낮에도, 밤에도, 전혀 없었어요. 여드레 내내 그랬어요.” “그러다가 그 이후로 다시 혼자가 되신 건가요? 완전히?” “네. 그때부터 계속요.” “가방 옆에서 온종일 주무셨다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그건 졸음 때문이었나요?” “아니요, 불행 때문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때 더이상 불행할 수 없을 만큼 불행하셨다고 방금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 이번에 입을 다문 것은 젊은 여자였다. “울지 마세요. 제발.” 남자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해요.” “피할 수 없는 일들 같은 게 있잖아요,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아! 그게 아니에요, 저는 그런 일이 생기는 건 두렵지 않아요.” “그런 일이 생기기를 바라신다고도 하셨지요.” “맞아요, 저는 그러면 좋겠어요.” “그쪽 분 말이 맞아요, 그렇게 고통스럽게 하는 만큼 살고 싶게 하는 일도 없을 테니. 울지 말아요.” “이제 안 울어요.” “두고 보세요, 올여름부터는 그쪽 분이 언제고 그 문을 활짝 열어젖힐 거예요.” “때로는요,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상관없다 싶어요.” “하지만 두고 보세요, 두고 보시면, 그 문이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열릴 거예요.” 동네 공원 | 마르그리트 뒤라스, 김정아 저 #동네공원_마르그리트뒤라스 #동네공원 #마르그리트뒤라스 #문학동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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