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뼈가 사용된 작품. 예술가의 실종된 남편.
밀물이 들면 세상과 고립되는 외딴섬.
푸르스름한 땅거미 속에서 치밀하게 조여오는 긴장감.
『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의 압도적 심리스릴러
치밀한 플롯과 압도적인 긴장감으로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릴러의 대가 폴라 호킨스의 신작 『블루 아워』가 출간되었다. ‘믿을 수 없는 화자’를 내세운 스릴러 데뷔작 『걸 온 더 트레인』이 23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가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심리스릴러 장르의 명실상부한 대표 작가가 되었다. 2024년 영국에서 출간된 최신작 『블루 아워』에서 작가는 인간 본성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 긴장감을 쌓아나가며 심리스릴러의 정수를 완연하게 보여준다. 썰물이 질 때만 육지와 연결되는 섬이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서 어느 예술가의 작품과 삶에 얽힌 비밀을 파고든 이 소설은 “폴라 호킨스의 최고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밀물이 들고 바다가 그녀를 세상과 갈라놓으면
완전한 어둠과 짙은 안개가 깔린 그 섬에는
지독한 외로움과 파도 소리만 남아 비밀을 지킨다
은둔 예술가 버네사 채프먼이 암으로 사망한 후 테이트모던에서 그녀의 작품이 전시된다. 화가이자 도예가였던 버네사는 말년에 조소작품도 창작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나무와 사금파리, 동물의 뼈 같은 오브제를 유리 케이스 안에 긴밀하게 배치한 <분할 Ⅱ>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한 법의인류학자가 전시를 보고 이 작품에 사용된 뼈가 동물의 뼈가 아니라 인간의 뼈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보내온다. 문제는 버네사의 남편이 20년 전 실종되어 아직도 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버네사의 유언에 따라 작품을 모두 상속받은 페어번 재단은 작품의 재료인 뼈가 정말 인간의 것인지 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큐레이터인 베커를 에리스섬으로 보내 사태를 파악하려 한다.
에리스섬은 버네사가 사망 직전까지 살던 곳으로, 사실 완전히 섬이라기보다는 섬 비슷한 곳이다. 하루에 열두 시간 썰물이 졌을 때만 도보나 차량으로 방죽길을 건너 이곳에 갈 수 있고, 밀물이 들면 육지와 갈라져 닿을 수 없는 곳이 된다. 버네사가 살던 집과 작업실만 존재하고 그 외 사람의 흔적은 없는 이곳에 지금은 버네사의 유언집행자이자 20년의 세월을 함께한 친구 그레이스가 홀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버네사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작품 일부와 자료를 페어번 재단에 완전히 넘기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베커는 이번 에리스섬 방문을 통해 그레이스를 설득해 버네사의 모든 유산을 받아내고 작품에 쓰인 유골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야 하지만, 그런 임무와는 별개로 버네사가 살던 공간에 가서 그녀가 작품으로 남긴 풍경을 직접 보고 그녀의 진면모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첫 방문부터 예기치 못한 사고로 물때를 놓쳐 계획이 틀어지고, 마침내 섬에 들어간 뒤에도 그레이스로부터 ‘버네사를 남편을 죽인 살인자로 몰고 가지 말라’는 비난을 들으며 쫓겨나고 만다.
어둠과 비밀에 감싸인 고립된 섬,
그 압도적인 분위기와 긴장감
버네사의 작품에 사용된 유골은 정말 실종된 남편의 것인지, 그렇다면 남편을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만약 다른 이의 유골이라면 누구의 뼈인지, 바깥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이 섬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지, 그 비밀과 그레이스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런 다양한 의문의 답은 버네사가 살아 있는 과거의 이야기, 버네사의 일기,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해 진행되면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야기의 조각들을 정교하고 유기적으로 엮어내 주요 단서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서스펜스가 가득한 탄탄한 플롯을 구축하는 한편, 등장인물들의 뒤틀린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다양한 인간관계와 집착의 본질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주요한 배경인 에리스섬에서 버네사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해방감을 만끽하지만, 동시에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깔린 바다 안개에 에워싸인 채 섬뜩함과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완전한 고립 속에 어떤 비밀이든 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작품 전체에 으스스한 분위기를 드리우며 불안감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빛이 기울고 그림자들이 모이며 짙어지는 때, “밤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하늘이 별들로 서서히 채워지는 그 푸르스름한 시간(blue hour)”의 긴장감을 완벽하게 그려낸 『블루 아워』는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작가의 최고작이라는 평을 완벽하게 증명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