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심리적 압박 및 강박 행위 등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야근이 일상인 과중 업무, 실적을 위해 견뎌야 하는 진상 민원인.
하지만 길을 벗어날 용기가 없는 나는 우연히 스트레스를 해소법을 찾게 된다.
뇌를 꺼내 씻어 낸 듯 상쾌해지는 그 일, 바로 낯선 남자와의 하룻밤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내 나름의 규칙이 있다.
접근할 때에는 신원을 감춘 후, 한번 잔 남자와 두 번 다시 연락하지 않는 것.
어느 날, 그런 내 앞에 나타난 한 남자.
그는 나의 원칙을 모조리 부수고 내 안으로 침범한다.
***
“마음에 들었어, 당신이. 이제 밤놀이는 그만둬. 나는 질투가 심하거든.”
이름도 모르면서 내 취미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 듯한 남자의 말.
“난 한번 잔 남자와 두 번은 안 자요. 당신이랑 잔 것도 아무 감흥 없었어요.”
살기 어린 두 눈에 번쩍 불이 튀었지만, 그는 순순히 나를 놓아주었다.
자신의 구역에서 손짓 한 번으로 나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그래, 나 싫다는 사람을 내가 어떡하겠어.”
이 경험이 주는 교훈은 분명했다. 위험한 취미는 당장 그만둘 것.
나는 결심했다. 새사람으로 거듭나기로.
하지만 그날 밤, 이미 다시 내 세상으로 돌아올 길은 없었다.
그늘 한 점 없는 양지바른 세상으로는.
그와 두 눈이 마주쳤을 때, 이미 모든 게 끝장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