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친구를 얻어야 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끼쳐야 하는가!
- 데일 카네기와 벤저민 프랭클린 성공 철학의 근본적 차이에 대하여
〈라이프〉지는 카네기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미국인’이라고 명명했다. 미국의회도서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책 7위에 뽑혔다. 대중적인 역사 잡지 〈아메리칸 헤리티지〉는 1985년에 ‘정치적인 측면이 아니라 문화와 사회, 가정생활 측면에서’ 미국인의 특성을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책 10권을 선정했다. 예상대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의 《유한계급론(Theory of the Leisure Class)》, W. E. B. 두보이스(W. E. B. DuBois)의 《흑인의 영혼(The Souls of Black Folk)》,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같은 책들이 포함되었는데,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도 그 이름을 올렸다.
_ 《인간관계를 발명한 남자》 ‘여는 글’ 중에서
‘현대 성공 철학의 아버지’,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의 저자, 세계적인 성공학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대중연설 전문가 등으로 소개되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 1888~1955). 그런데 그가 가지고 있는 ‘현대 성공 철학의 아버지’라는 호칭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미주리 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고, 미국 현대 인물들의 평전을 계속 집필하고 있는 평전 작가 스티븐 와츠(Steven Watts)는 데일 카네기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룬 최초의 평전인 《인간관계를 발명한 남자(Self Help Messiah)》(정지현 옮김, 아템포 역간)에서 1930년대 급격한 변화 속에 있었던 미국에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성공 철학이 태동하는 과정을 데일 카네기의 인생역정과 함께 흥미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풀어나간다.
카네기가 단순한 자기계발 작가를 넘어 미국을 포함한 세계 현대 문화에 그렇게 큰 영향력을 끼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단 한 권의 책을 3000만 부 이상 판매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성격계발과 인간관계, 성공에 관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 또한 그는 어떻게 현대 미국 사회에서 유력한 문화계 인사가 될 수 있었는가?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근면·성실보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원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더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사업과 가정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데일 카네기)
20세기 초, 미국인의 생활에는 거대한 방향 전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촌락사회에서 도시사회로 급속히 변화하는 진통을 겪고 있었고, 관료제 도입과 함께 혼란스러운 사회 문제가 대두하고 있었다. 카네기의 청년기와 성인기가 맞물린 1880년대부터 192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점점 산업화되어 갔고 이주의 물결은 거세졌으며 현대적인 소비자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다. 19세기는 이른바 희소성이 지배하는 경제였지만, 20세기 들어서는 그와 대조적으로 물질적 풍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재 구입과 축적이 새로운 성취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카네기와 더욱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시대적 특징은 미국이 문화적 가치기준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근엄한 도덕성과 세심한 자기통제가 개인의 도덕성을 정의하고 대중의 행동을 규제했다. 그러나 1900년대 초에 이르러 그 전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회가 풍요로운 소비문화에 점점 심취하면서 여가, 오락, 자기충족 같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성품(character)’에 대한 구속이 약해지고 ‘성격(personality)’이 새로운 개인주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건강하고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가 성공의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이는 내면화된 도덕적 원칙을 강조하는 전통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구성원 수백 명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점점 많은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채용되는 새로운 관료주의적 기업 구조에서 성격의 힘은 더욱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역동적이고 새로운 분위기의 시대에는 기존의 성공법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았다. 그전만 해도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이나 《부에 이르는 길(The Way to Wealth)》 같은 에세이, 허레이쇼 앨저(Horatio Alger)의 《성냥팔이 소년 마크(Mark the Match Boy)》나 《신분상승 투쟁기(Struggling Upward)》 같은 소설 등에서 절약과 근면, 자기부정, 도덕성을 토대로 흔들림 없는 성품을 쌓는 것이 부를 쌓고 존경받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와 개인의 자기충족, 관료체제, 여가 기회, 넓은 도시와 시장이 지배하는 시대에 더 이상 단호한 성품을 강조하는 가치기준은 어울리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카네기는 성공 이데올로기, 카리스마적 성격, 자기충족, 긍정적 사고, 인간관계, 치유를 통한 행복 같은 문화의 재료들로 자신의 가장 큰 유산을 만들어냈다. 즉, 활발한 자기계발 운동을 일으켜 현대 미국인의 가치 형성에 기여한 것이다.
카네기의 눈부신 성공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노먼 빈센트 필, 웨인 다이어, 앤서니 로빈스, M. 스캇 펙, 디팩 초프라, 스티븐 코비, 오프라 윈프리, 말콤 글래드웰 등 자기계발 분야의 권위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치유를 통한 적응과 성격 개선이 직업적 성공과 물질적 번영, 정신적 자기충족을 가져다준다는 메시지를 퍼뜨렸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스며든 카네기의 기본 사상, 즉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더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사업과 가정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는 현대인을 위한 성공 철학의 원본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