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정보
- 2022.06.16. 전자책 출간
- 파일 정보
- EPUB
- 17.1MB
- 약 17.9만 자
- ISBN
- 9791192483023
- EC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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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렐 월드 러브 스토리> 평행한 두 세계와 엇갈리는 두 개의 기억. ‘진짜 과거’는 과연 어느 것인가
『패럴렐 월드 러브스토리』는 제목이 암시하듯 ‘현실’과 ‘기억’의 두 평행 세계 (패럴렐 월드)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에 휩싸인 주인공의 갈등과 심리를 묘사한 장편 SF 미스터리이다.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두 개의 모순된 세계, 즉 눈앞의 현실과 기억 속의 현실, 둘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패럴렐 월드’는 할리우드 영화 <토탈 리콜>을 연상시킨다. 필립 K. 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눈앞의 현실과 주입된 기억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다. 『패럴렐 월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또한 비슷한 상황에 빠지는데, 작가가 면밀하게 설계한 미궁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기억의 재편’이라는 뇌 과학의 발견뿐이다.
서장에서는 도쿄 전철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이 장면은 앞으로 전개될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의 화해할 수 없는 ‘패럴렐 월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선이 전혀 다른 두 전철이 같은 방향으로, 그것도 똑같은 역에 정차하면서 나아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다바타와 시나가와 사이의 야마노테 선과 게힌도호쿠 선도 그런 경우의 하나이다.
쓰루가 다카시는 대학원에 다닐 때, 일주일에 세 번 야마노테 선을 이용했다. 신바시에 있는 대학 자료실에 가기 위해서였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같은 전철을 탔다.
(……중략) 하지만 아무리 가까워져도 두 공간 사이에는 틈이 있다. 그쪽은 그쪽대로, 이쪽은 이쪽대로 하나의 세계가 완결돼 있다.
어느 날, 건너편 전철에 타고 있는 한 여성이 다카시 눈에 띄었다. 머리가 길고 눈이 커다란 아가씨였다. 대학생일까.
(……중략) 다카시는 화요일 아침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녀를 본 날은 왠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어쩌다 그녀를 못 보는 날에는 웬일일까 싶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요컨대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본문 중에서)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다카시는 취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야마노테 선을 타는 화요일, 그는 모험을 감행한다. 건너편 전철인 게힌도호쿠 선을 타기로 한 것이다. 유리창 너머로밖에 볼 수 없었던 그녀 곁으로.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랄까, 아니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시할 것인가. 그런 상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늘 서 있던 자리에 그녀는 없었다. 그리고 실망하며 유리창 너머로 야마노테선을 바라보던 다카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건너편 전철에 그녀가 있는 것 아닌가.
시간이 흘러 다카시는 어릴 적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도모히코로부터 그의 애인 마유코를 소개받는다. 순간 다카시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그녀는 바로 전철 속 그녀였던 것. 친구의 행복을 기뻐하면서도 질투에 시달리는 다카시.
그리고 어느 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자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연인이 되어 옆에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현실과 꿈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니 것이다. 두 세계는 어느 쪽이 진실인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와 현재의 모순은 점차 커져간다. 다카시를 감시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갑자기 실종된 회사 후배,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리는 상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 본사로 떠나 연락이 두절된 친구. 하나의 의문은 새로운 수수께끼를 낳고, 정밀한 복선과 겹겹의 트릭, 허를 찌르는 전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권말(卷末)에 실린 작품해설에서 소설가 아라이 모토코는 이렇게 말한다.
“ ‘나’가 불확실해졌을 때,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너’뿐이다. 나의 연인인 너. 나의 친구인 너.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너’라는 존재뿐이다. 그런 ‘너’가, 연인이, 친구가,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나’와 함께 흔들리고 만다면 이미 ‘나’를 이 세상과 이어줄 것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렇게 된 것이 ‘나’ 때문이라고 하면.”
평행으로 달리던 두 개의 세계는 결국 하나로 겹쳐지고, 그 순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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