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코메디와 스릴러추리 장르가 복합된 소설입니다. 사랑을 이뤄가는 남녀주인공의 19금을 넘나드는 애로틱한 모습과 사건을 풀어나가는 묘미가 돋보이는
‘말도트고, 몸도트고’
<본문 중에서>
여성은 앞부분 전체가 단추로 꼼꼼하게 목에서 허리까지 채워진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하지만 옷이 불편한지 자꾸만 단추를 만지고 치맛단을 내리려는 듯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강시현 경위님?”
그제야 다시 자신에게 주목하며 고개를 들고 어색한 미소를 보이는 시현이다.
“네!? 아! 미안합니다. 간만에 치마를 입었더니 너무 불편해서 남자 만난다니까 엄마가 안 입고가면 죽인다고 난리를 쳐서… 난 고기 먹으러 왔는데.”
등을 의자에 기대고 있다, 그제야 그녀의 속마음이 바로 나온 거 같아 눈을 가늘게 뜨고 강시현 경위를 쳐다봤다.
“실망하셨습니까? 고기 먹으러 왔다고 해서? 나이 33세. 우리 서로 동갑에다 성인이고 알 만큼 아는 사이에 거짓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일이 많아서 결혼 생각 아직 없습니다. 무남독녀라 엄마 등 떠밀려 나온 겁니다. 죽기 전에 제가 시집가는 게 아니 연애라도 하는 게 엄마 소원이라서요.”
그 말에 진석은 큭 하고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엄마가 한 말과 똑같았다.
“뭐… 나도 동생이 먼저 결혼하는 바람에 좀 눈치를 보긴 합니다, 그러나 저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습니다. 옆에서 잔소리해서 나온 거죠.”
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레 잘됐다며 웃어주었다.
“그럼 잘됐네요. 고기 먹죠! 그 쪽에게 부담하라는 비양심 없습니다. 더치페이! 각자 먹은 건 각자 계산하는 걸로!”
괜히 걸크러쉬를 이야기했다. 꽤 벽창호 경찰에게 걸려 답답하게 식사하겠다 싶어 약간의 인상을 쓰다 미간을 오른손으로 눌렀다.
시현은 맥주와 소주를 시켰다. 오늘 비번이니 한잔하겠다며 진석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같이 하시겠냐며 그를 뻔히 쳐다봤다.
“술 잘하십니까?”
“아니요. 딱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만 마십시다. 주량이 얼마인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만큼 먹고 싶어서 그만큼만 먹습니다. 기분이 좋은 만큼만! 그리고 소고기를 술 없이 느끼해서 못 먹습니다. 오늘내일 3주 만에 처음 쉽니다. 요새 일이 많아서 도통 못 쉬었는데 쉬는 날 좀 마시고 푹 자야 또 일합니다. 송진석 씨도 쉬는 날 좀 편해지고 싶지 않습니까?”
진석은 자신은 아무래도 영업 쪽 일도 껴 있어,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이라 술을 접하는 날이 많았다. 쉬는 날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배려차원에 잔은 2개를 주문했다.
“그래도 혼자 마시는 건, 좀 그러니 같이 마십시다.”
‘일단 소고깃값과 술값은 표지성이 붙여줬으니 먹을 만큼 먹어보자!’
종업원이 고기를 구워주고 나가자, 시현은 고기가 아닌 황금비율로 섞은 술을 먼저 진석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자신의 잔을 들고 만나서 반갑다고 눈으로 인사를 하며 원샷을 했다.
“휴… 살 거 같네요! 괜히 엄마한테 남자 만난다고 해서 아침부터 전쟁을 치르느라 밥도 못 먹고…. 편하게 드세요. 저도 편하게 먹고 실수 없이 집에 갈 테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렇게 편하게 가 너무 편하게 된 것은 술잔을 기울이고 딱 30분이 지나서였다. 먼저 말을 튼 것은 강시현 경위 쪽이었다.
“우리 친구인데 말을 좀 트면 안 됩니까? 반말합시다. 불편한데?”
“훗! 그럽시다. 뭐…. 하자!!”
워커홀릭이라는 강시현 경위는 대학을 졸업한 후, 제대로 된 연애를 안 해봤다고 했다.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거라며 지금은 일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미안해, 오랜만에 나온 소개팅 자리가 식사 자리가 돼서.”
진석은 술이 좀 오르는 듯해 물을 마시며 시현을 응시했다.
“아니야! 나도 이런 자리가 편해.”
시현과 만난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얌전떨고 섹시함만을 어필하기 위해 과한 액션을 취하는 여성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 모습들에 더 호감을 느꼈다.
“연애는 정말 안 해볼 거야?”
시현은 불판에 고기가 익기 무섭게 흡입하고 있었다. 앞에 있는 자신은 잊은 듯했다.
“어? 뭐? 연? 뭐?”
“연애!!”
“아… 왜? 진석 씨가 해주게?”
진석은 시현이 술잔은 밀어놓고 본격적으로 고기를 흡입하는 모습을 보며, 실실 웃음이 올라왔다.
“연애를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렇게 많이 먹어서 경찰 월급으로 충당되겠어?”
“큭큭큭”
시현은 뭐가 웃긴 지 직원이 가져온 고기를 다시 불판 위에 올려놓으며 웃어댔다.
“솔직히 말해줘? 소고기를 이렇게 먹는 건 거의 1년만인 거 같은데! 내 사수가 1년 전에 늦둥이 낳고 미쳐서 소고기 사주고 그때 이후 처음이야. 오늘 너무 고맙더라 이런 고깃집에서 약속을 다 잡아주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고기 썰었으면 화낼 뻔. 고기는 불판이지!!”
그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진석은 이 여자 좀 먹여 살려줄까? 국가에 봉사하는데 좀 도와줘? 이런 생각이었던 거 같았고, 또 공무원 박봉으로 4남매를 키운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고 할까?
아니 고기 먹는 모습이 꽤…, 입술에 기름이 묻어서… 좀 섹시해 보이기도 했다.
“나랑 사귈래? 내가 고기 매일 사줄게.”
시현은 고기를 굽던 집게를 탁 내려놓더니, 마지막 남은 소맥을 원샷으로 털어 넣었다.
“불우이웃돕기야? 왜? 송진석 씨 유니세프 후원하는 거야?”
살짝 정곡을 콕 찔린 진석은 괜히 이런 분위기에서 밀리는 게 싫어 고깃집에서 하면 안 되는 금기어를 말해버렸다.
“키스 한 번 하자. 그리고 오늘부터 1일 해.”
진석은 일어나 시현의 옆자리로 갔다.
“진석 씨, 나 마늘 먹었거든! 그리고 댁님도 드셨어요. 일어나 이쪽으로 오는 거 보니 술은 안 취했는데?!”
진석은 시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지금까지 그녀와 혼연일체 되어 있던 집게를 뺏었다. 집게는 옆으로 내려놓고 시현에게 고개를 내려 기름으로 코팅된 입술에 키스했다.
“....!”
“강시현 씨! 우리 오늘 1일이다. 전화 받아라! 바쁘다고 쌩까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