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이자
40년 경력의 중국 전문가가 진단하는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중국의 서구 벤치마킹 100년
미국을 사랑한 중국, 이제 미국의 라이벌로 서다
중국은 어떻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었는가. 20세기 이래, 미국을 중시하지 않은 중국 지도자는 없었지만 중국만큼 미국과 손잡기 힘들었던 나라도 없었다. 중국의 꿈은 늘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그 출발점에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있다. 부강한 나라를 꿈꾼 20세기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초강대국 미국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미국의 견제와 압박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시장에 적응하며 끝내 G2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인가. 트럼프와 시진핑의 격돌 뒤에 가려진 미중의 전방위적 상호협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대립할수록 더 긴밀해지는 미중 관계의 역설 속에 21세기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절대 서로 등 돌릴 수 없다
대립할수록 긴밀해지는 미중 관계의 역설을 이해해야 한다
2018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 중국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여하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전 세계 경제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한국은 제1의 수출 및 수입시장이 되어준 중국과, 유일무이한 동맹국으로 엄청난 원조와 안보 우산망을 제공해준 미국을 발판삼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이제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감소율이 세계에서 가장 클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자 국내에서는 이를 초강대국 간의 패권싸움으로 바라보며 과거 미국-소련 간 냉전에 뒤이은 신냉전 체제로 해석하거나, 미중 경제가 ‘탈동조화(디커플링)’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미국에 붙을 것인가, 중국에 붙을 것인가’ 같은 일도양단의 담론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극단 대치 이면에는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최대 공동 수혜국으로서 양국의 보이지 않는 상호 협력관계가 굳건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은 결코 대결 구도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익을 놓치는 어리석은 나라들이 아니다. 서로 상대국의 시장 매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유의할 것은 양국의 정부와 시장을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을 외면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그들은 시장의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고, 때론 모든 분야에서 대립한다. 협력하지 않는 분야도, 대립하지 않는 분야도 없다. 그들의 경쟁은 마치 찰스 다윈이 일찍이 설파한 자연법칙인 ‘협력성 경쟁’을 닮아가고 있다. (16쪽)
이 책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는 대립과 협력을 오간 미중 관계 70년의 부침을 따라가며, 대립할수록 더 긴밀해지는 미중 관계의 역설을 파헤친다.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가려진 G2의 절묘한 상호 보완구조를 이해해야만 양국의 거대 시장을 활용해나가며 생존할 수 있다.
중국은 어떻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었는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육성으로 듣는 중국의 서구 벤치마킹 100년사
2012년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며 내건 ‘중국몽(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은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을 연상시킨다. 미국식 세계질서를 뛰어넘어 중국식 천하질서를 글로벌스탠더드로 만들겠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하지만 20세기 이래, 미국과의 협력과 공존을 꿈꾸지 않은 중국 지도자는 없었다. 그 출발점에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자들인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있다. 마오쩌둥을 보자. 젊었을 적 식민지 미국의 독립을 이끈 조지 워싱턴과 미국식 실용주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중국공산당 지도자가 된 뒤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과 손잡고 민주 중국 건설에 나서고 싶다”며 백악관 방문을 희망했으며, 일흔이 넘어서도 영어를 공부하며 서구식 언어와 세계관에 친숙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끝내 닉슨 대통령을 만나 역사적인 미중 화해를 성사시켰다. 마오쩌둥에게 미국과의 협력은 중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우리 중국은 자본주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_마오쩌둥 (33쪽)
마오쩌둥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어떤가. 그는 “가난이 사회주의는 아니다”라며 사회주의 체제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개혁하고,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져갈 때 “중국이 살 길은 시장경제에 있다”며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인도했다. 덩샤오핑에게 미국은 ‘롤모델’이자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계획경제는 곧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즉 자본주의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모두 수단일 뿐입니다. 시장도 사회주의에 봉사할 수 있습니다. _덩샤오핑 (127쪽)
이 책은 20세기 중국 건국의 두 거인들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이들이 기초한 미중 관계의 틀을 상세히 소개한다. 또한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미국과의 협력이라는 선대의 유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독창적으로 적용했는지를 당대 핵심 인물들의 육성을 통해 생동감 있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