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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곰 상세페이지

나의 곰

편혜영, 강화길, 마거릿 애트우드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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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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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원
출간 정보
  • 2024.02.08 전자책 출간
  • 2024.01.31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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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7.8만 자
  • 14.5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0213
ECN
-
나의 곰

작품 정보

기묘하고도 놀라운 책.
충격적인 울림이 있다.
_마거릿 애트우드(소설가)
■ 책 소개
“그녀는 곰을 사랑했다.
그에게는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찾아낼 수 없는,
지성의 손가락이 파괴할 수 없는 심연이 있었다”

억압과 금기를 뛰어넘어 욕망을 실현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
캐나다 총독 문학상 수상 작가 메리언 엥겔의 국내 초역 작품

캐나다 총독 문학상, 토론토 도서상 수상 작가이자 마거릿 애트우드, 앨리스 먼로와 함께 캐나다의 대표 작가로 거론되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메리언 엥겔의 독보적인 작품 《나의 곰》을 선보인다. 제40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최재원 시인이 번역을 맡았다. 최 시인은 미국 프리스턴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과 시각예술을 공부한 뒤 시를 쓰기 시작해, 이제니 시인의 시를 번역하는 등 한영·영한 번역과 번역 감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엥겔은 여성 정체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 소설 《영광의 구름은 없다No Clouds of Glory》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들의 일상적인 경험,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고, 여성의 관점에서 인간의 조건을 성찰했다. 또한 1965년부터 198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문학적 동료인 마거릿 애트우드와 교류했으며, 이 교류는 애트우드의 대표작 《도둑 신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엥겔이 사망한 후 매년 중견 여성 작가에게 수여하는 메리언 엥겔 상이 제정되었고, 앨리스 먼로가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나의 곰》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영국, 튀르키예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이 작품은 탄성을 자아내는 외딴 섬의 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주인공 루와 곰의 짙은 우정과 에로틱한 사랑을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다. 루는 토론토의 역사협회 사서다. 매일같이 “두더지처럼 사무실 깊숙이 파묻혀” 온갖 자료를 헤집는 자신이 누런 종이처럼 케케묵었다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삶의 의미를 찾기란 요원하기만 하다. 어느 날 캐리 대령의 후손이 협회에 유증한 저택 서재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긋지긋한 일상을 뒤로한 채 온타리오주 북부의 캐리섬으로 혼자 떠난다. 저택 뒤편 통나무집에는 장성한 수컷 곰이 살고 있다. 그녀는 아름답고 야생적인 풍경 속에서 낯선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며 자료 정리에 열중하는 한편, 곰과 점차 친밀해진다. 곰을 집 안에 들인 밤,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에 젖은 루는 곰의 털을 어루만지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현명하고 포용력이 있”으며 “거칠고 부드럽고 성실하고 참을성 있고 무한히 다정”한 곰은 루가 만난 “어떤 인간과도 달리 그녀의 쾌락을 위해 인내”한다. 인간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에게는 에로티시즘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해 루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을 빌미로 그녀의 삶을 옥죄려 했다. 루는 곰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충족감에 벅차오르며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루의 비밀스러운 모험과 탐색을 통해 여성의 외로움, 공허, 불안, 욕망을 사실적으로 다룬 《나의 곰》은 초판이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초조했고 죄책감에 휩싸였다. 어떤 금기를 깨고 말았다. 무언가를 바꿔버렸다. 사랑의 성질은 이제 달랐다. 그와 너무 멀리 가고 말았다. 그녀 안에는 늘 너무 멀리 가고야 마는 공격적인 마음이 있었다. _본문에서

“마치 남자들이 썩어 문드러져가는 그녀의 영혼을 알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남성 중심적인 문명 세계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를 거침없이 탐구하는 루의 모험

루는 캐리섬에 파견되기 전 “절망적인 외로움에 사무쳐” 만난 몹쓸 남자들을 떠올린다. 그녀는 언젠가 “우아하고 매력적인 남자”를 애인으로 두었는데, 그의 사랑은 루가 양말을 잘 개어놓고, 완벽한 음식을 만들고, 생리는 하지 않고, 그의 욕구를 알맞은 때에 충족시키고, “와인을 마셔도 혀가 풀리지 않고 올리브 오일을 먹어도 배에 주름 하나 가지 않”아야 성립되는 것이었다. 그는 루보다 작고 정리 정돈을 잘하고 생기 넘치며 순종적인 어린 여자를 만나 떠나버렸다.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닌” 어떤 남자는 루의 집에서 그녀를 위협해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역사협회 협회장과 성적인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사랑이 결여되어 공허할 뿐이었다.
그녀는 “타고나기를 옹졸하고 저밖에 모르는 남자”를 떠나 외딴 섬에서 곰과 어울리며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곰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녀를 평가하려 들지도 않는다. 단지 언제나 곁에 머무르며 그녀를 섬긴다. 루는 비로소 성적 주체로서 행동하는데, 곰에게 그간 억눌려 살았던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무기력하기만 하던 곰이 목에 묶인 사슬을 당기자 곰의 “작은 반항”을 “삶의 회복”이자 “큰 기쁨”으로 여긴다. 《나의 곰》은 문명 세계와 곰으로 대표되는 자연을 대비하면서,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보다 차라리 “짐승의 냄새를 풍기는 여자”가 되길 선택한 루의 결단을 통해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또한 욕망을 직시하고 존재를 탐색함으로써 삶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임을 역설한다.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나.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공간”에서 루는 금기와 억압을 넘어서는 사랑에 빠진다. 이 뜻밖의 사랑은 그녀에게 강하고 순수해진 기분을 느끼게 하고, 결국 자기 자신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맞서게 한다. 욕망을 직시하고 존재를 탐색함으로써 삶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_편혜영(소설가)



“엥겔의 모든 문장을 신뢰한다. 계속 읽고 싶다. 읽을 것이다” _강화길(소설가)
존재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메리언 엥겔이 건네는 강렬한 메시지

루는 한때 자기 일을 사랑했다. “학자적인 은둔 생활”을 통해 “세상의 저속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 짜릿함마저” 느꼈다. 하지만 일한 지 5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일 때문에 빨리 나이 들었다는 회의감에 빠진다. 그녀는 하루 종일 지하실에서 일해 “민달팽이처럼 허연 팔, 케케묵은 잉크로 얼룩진 지문”과 “밝은 빛 아래에서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눈을 생각할 때마다 괴로워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협회장에게 고민을 토로했으나 그는 루의 심정을 직업병으로 일축했다. 루는 협회장의 지시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팔각형 저택, 방을 가득 채운 책과 고문서들, 수컷 곰으로 이루어진 “왕국”에 머무르게 되면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가능한 한 섬에 오래 머물고자 “덜 효율적으로” 일한다. 그러나 도통 알 수 없는 일의 의미와 존재에 대한 의문이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다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줄곧 실패한다.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일에 좌절과 무기력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루는 집요한 성찰 끝에 존재에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으며 존재가 곧 순수한 가치임을 깨닫는다. 1976년에 처음 출간된 《나의 곰》이 세대를 초월해 던지는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은, 루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일에 치여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 구석구석에 와닿는다.

날씨가 바뀌고 지하실 창에도 볕이 들 때쯤, 햇살에 봄의 먼지가 깃들고 낡은 철제 재떨이에서 겨우내 묵은 니코틴과 사색의 악취가 풍길 무렵이면, 지척지척 나아가던 자신만의 세계가 지닌 결함들이 세상에,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낱낱이 까발려졌다. 아무리 자신이 낡고 허름한 것들, 이미 사랑과 고통을 겪은 것들, 과거를 지닌 물건들에 연민을 느낀다고 해도 민달팽이처럼 허연 팔, 케케묵은 잉크로 얼룩진 지문, 어지럽게 치장해놓은 게시판의 구겨지고 쓸모없는 기억의 폐기물이 눈에 들어오고 밝은 빛 아래에서 눈이 초점을 맞추지 못할 때면 그녀는 항상 수치스러웠다. 오래전 영혼에 각인된 풍요로운 삶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랐고,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다. _본문에서

엥겔의 대표작《나의 곰》은 “기묘하고도 놀라운 책. 충격적인 울림이 있다”(마거릿 애트우드), “고요하게 관능적이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이야기다”(〈뉴요커〉), “흥미진진한 이야기. 훌륭하고 감동적이다”(〈퍼블리셔스 위클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5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엥겔은 짧은 생애 동안 현대 여성들의 경험을 가감 없이 드러내왔다. 또한 캐나다 작가협회의 창립 멤버로서 초대 회장을 역임할 만큼 작가의 권익신장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나의 곰》에는 글쓰기를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길러진 사람이 불완전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탐구로 여긴 엥겔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류와 지도 더미에서 질서와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루처럼, 삶의 이유를 묻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수많은 무의미한 대답을 곱씹는 우리에게 엥겔은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기록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치는 이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것을. 이유 불문하고 가차 없이 매 순간 존재하는 데 있다는 것을.


■ 추천사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나.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공간”에서 루는 금기와 억압을 넘어서는 사랑에 빠진다. 이 뜻밖의 사랑은 그녀에게 강하고 순수해진 기분을 느끼게 하고, 결국 자기 자신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맞서게 한다. 욕망을 직시하고 존재를 탐색함으로써 삶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_편혜영(소설가)

루가 곰에게 느끼는 성적 욕망, 대담한 행위, 사랑에 대한 갈구, 믿음, 머리를 뜯어내달라고 외치는 자기 파괴적인 충동. 원초적이고 신화적인 관계가 선사하는 놀라움. 놀라운 삽화들이 끌어내는 카타르시스. 그 충격의 중심에는 엥겔의 정확한 문장이 있다. 작가는 묻는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엥겔의 모든 문장을 신뢰한다. 계속 읽고 싶다. 읽을 것이다. _강화길(소설가)

루는 역사의 파편들을 파헤치고 해독하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망과 발버둥을 목격하고 거기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환멸과 애착을 동시에 경험한다. 내면적이든 사회적이든 (과연 둘이 구분이 가능한 것이라면) 자신의 자리에 대한 의문, 존재의 의미를 찾고 부여하고 연결하는 일에 좌절과 무력함을 느껴보지 않은 자 그 어디 있는가. 《나의 곰》에서 보여지는 루가 삶을 회복하는 과정은 우화도 몽환도, 마술이나 낭만도 아니다. 무표정의 유머로 이루어진 루의 집요한 성찰을 따라가면 절로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기록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치는 이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것을. 이유 불문하고 가차 없이 매 순간 존재하는 데 있다는 것을. _최재원(시인)

기묘하고도 놀라운 책. 충격적인 울림이 있다. _마거릿 애트우드(소설가)

《나의 곰》은 신비롭고 놀라운 역작이다. _〈뉴욕 타임스〉

금지된 것,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 생각하기 어려운 것에 대한 놀랍도록 생생한 이야기. _〈워싱턴 포스트〉

고요하게 관능적이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이야기다. _〈뉴요커〉

흥미진진한 이야기. 훌륭하고 감동적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 본문에서
꽤 오랫동안 삶이 잘 풀리지 않았다. 딱히 어느 하나를 문제 삼을 수는 없었고, 오히려 삶이 전반적으로 그녀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듯했다. 많은 것들이 자꾸 회색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학자적인 은둔 생활과 일을 통해 세상의 저속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 짜릿함마저 느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바로 그 삶 때문에 시간에 비례하지 않게 빨리 나이 들었으며, 매일 펼치는 누런 종이들처럼 자신이 케케묵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끔 그녀가 과거에서 눈을 들어 올려 현재를 바라볼 때, 그것은 결코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천천히 희미해져갔다. 협회장에게 고민을 이야기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그저 그녀의 마음 상태를 직업병으로 일축했고,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불만족스러웠다.

그러니까 여기가 내가 지낼 왕국이란 말이지. 팔각형 집, 방을 가득 채운 책들, 그리고 곰 한 마리.
그녀는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없었다.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이처럼 엄청나게 행복한 발견을 뜻하는 단어가 있어야 마땅했다. 기쁨, 행운, 뭐든 간에 우연히 찾아온—아 그래, 천운. 일을 포기하지 않고도(그녀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멋진 휴양지에, 그것도 주에서 손꼽히게 훌륭한 집 중 하나에 살게 되었다. 조금 외딴 곳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외로움을 사랑해왔다. 게다가 곰의 존재는 마치 엘리자베스 시대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기쁨을 주었다.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잠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때 왜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다가오는 둔중한 발소리와 함께 긁는 소리 같은 것이 났다. 분명 발톱이 부엌의 리놀륨 바닥에 따각따각 부딪치는 소리였다.

한때 절망적인 외로움에 사무쳐 길에서 남자를 데리고 집으로 온 때가 떠올라 가까스로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벗어난 감각이 가라앉지 않았다. 사실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던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을 그녀는 여전히 회피했다. 곰도 역시 마찬가지로…… 아니야, 이건 공포심 때문이다. 공포심이 두 사건을 엮은 거야, 공포심과 공포심으로부터의 도피가.

이곳에서 그녀는 제 존재를 정당화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카드와 세세한 정보와 분류가 다 무슨 소용인가? 저마다의 질서로 기록되고 분류되어 결국에는 그녀로 하여금 체계를 찾고 비밀을 파헤칠 수 있도록 해주는 그것들이 처음에는 아름다웠으나 지금에 와서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었
다. 호머의 이야기만큼 살아 있으며 숨겨진 것을 밝혀낼 수 있는 유의미한 일은 결코 절대로 없을 것이었다. 그것들은 진실에 대한 이단일 뿐이었다.

현실적인 아내는 요크에 남겨두고, 꿈을 좇아 그가 여기로 왔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모험을 좋아하고 혈기 왕성하고 낭만적이었다. 그의 자리는 야생에 있었다.

아, 그녀는 외로웠다. 위로받을 수 없을 만큼 외로웠다. 사람과 접촉한 지 수년은 되었다. 그녀는 늘 사람과의 접촉을 발견하는 일에 서툴렀다. 마치 남자들이 썩어 문드러져가는 그녀의 영혼을 알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혀는 근육질이었지만 마치 장어처럼 늘어나기도 하면서 비밀스러운 곳들을 모두 찾아냈고, 그동안 만난 어떤 인간과도 달리 그는 그녀의 쾌락을 위해 인내했다. 그녀가 절정에 다다르며 훌쩍였고 곰이 눈물을 핥아 갔다.

그녀는 남자들의 에로티시즘이 아니라 그들이 여자에게는 에로티시즘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 싫었다. 그로 인해 여자들은 하녀밖에 될 수 없었다.

이제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순수한 정열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잠깐 우아하고 매력적인 남자를 애인으로 둔 적이 있었지만, 그가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불편했고 그 말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뜻한다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서야 알게 된 바 그 말은 곧, 양말이 잘 개져 있고 그가 원하는 때 그가 원하는 것을 하는 한, 음식은 완벽하고 생리는 하지 않는 한, 와인을 마셔도 혀가 풀리지 않고 올리브 오일을 먹어도 배에 주름 하나 가지 않는 한 그녀를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곰, 나는 인간 여자에 불과해. 네 따각거리는 발톱으로 나의 얇은 피부를 찢어줘. 나는 연약해. 네게는 간단한 일이야. 그루터기 아래의 벌레에게 하듯 내 심장을 파내줘. 내 머리를 찢어 떼어내, 나의 곰.” 그녀는 그를 유혹하며 말하곤 했다.

그녀는 연인과 가까이 있고 싶었고 그에게 양 가슴과 자궁을바치고 싶었고 종족을 구할 쌍둥이 영웅을 임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며 벌거벗고 누워서 헐떡였다. 그러나 안전하게 그를 보려면 밤이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짐승의 냄새를 풍기는 여자, 공허하고 화가 났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쓸모도 기능도 없는 여자.

그가 전해준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몰랐다. 영웅의 씨나 마법이나 놀랄 만한 미덕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자기 자신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고도 날카로운 짧은 순간 동안 모공 하나하나로, 혀뿌리부터 혀끝까지로, 세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해했다.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마침내 순수해졌다는 감각이었다. 순수하고, 단순하고, 당당해졌다는 감각.

작가 소개

■ 저자 소개
메리언 엥겔(Marian Engel)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맥마스터대학교에서 언어학 학사학위를, 맥길대학교에서 캐나다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의하며 해외에서 생활한 후 1964년 캐나다로 돌아와 토론토에 정착했다. 캐나다 작가협회의 창립 멤버로 1973~1974년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1968년 첫 소설이자 여성 정체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 작품 《영광의 구름은 없다No Clouds of Glory》를 출간했다. 1976년 대표작 《나의 곰》으로 캐나다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총독상을 수상했으며, 1982년 《미치광이 저택Lunatic Villas》으로 토론토 도서상을 수상했다. 《나의 곰》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영국, 튀르키예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메리언 엥겔은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일상적인 경험,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고, 여성의 관점에서 인간의 조건을 성찰했다. 자신의 글쓰기를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길러진 사람이 불완전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탐구로 여겼다. 엥겔이 사망한 후 매년 중견 여성 작가에게 수여하는 메리언 엥겔 상이 제정되었고, 앨리스 먼로가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 옮긴이 소개
최재원
시집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로 제4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앤솔러지 《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소스 리스트 Vol. 2》에 참여했다. 이제니 시인의 시를 번역해 《Ravel-Unravel: An Anthology of New Korean Poetry》 〈Asymptote Journal〉 등에 실었다. 영어 동요와 동시를 한국어로 옮기고 있다.

리뷰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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