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식품유통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의 생산 이후 소비되기까지 과정을 탐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그동안 농산물유통론, 농식품유통론 등의 책이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신선 농수산물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포괄하는 전체 식품의 유통과정을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통상 식품은 가공식품을 의미하고 농수산물은 가공되지 않은 원물을 의미해 왔다. 일부에서는 가공식품과 농수산물을 통합하는 용어로 먹거리, 식료, 농식품 등을 사용해 왔으나 이 책에서는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을 포괄하는 용어로 식품을 사용하고 있다. 식품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용어 자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먹거리 관련 정책이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이 통합된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성을 가진다.
본서는 식품유통을 푸드시스템(food system)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은 식품의 생산부터 소비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를 산지·도매·소매·소비 단계 간 수직적 조정(vertical coordination)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수직적 조정은 유통단계가 서로 어떠한 관계를 맺고 조정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따라서 이 책은 일반적인 유통기능 및 기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유통단계 간 거래 및 가격형성구조, 경쟁구조 등을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푸드시스템 관점에서의 식품유통론 집필은 박사과정에 있을 때부터 구상한 것으로서 비로소 오랜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다.
본서는 기본적으로 식품유통에 입문하는 학부 학생, 정책담당자, 유통업체 및 생산자조직의 담당자를 대상으로 집필되었으나 수준 높은 지식을 얻고자 하는 대학원생, 전문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총 5부 1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학기 분의 대학교재로서는 다소 분량이 많아 학부생 교재로서는 각 장의 주요 부분만을 발췌하여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각 장별로 앞부분에 기초적인 사항을 배치하고 보다 수준 높은 내용은 뒷부분에 배치하였다. 각종 해외 사례는 각 장의 부록에 배치하고 본문 중간에 실제적인 사례를 다수 첨가하였으니 참고바란다.
이 책을 간행하기까지 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먼저 서울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의 길로 이끌어주신 고 김문식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농업 및 응용경제학과 식품시스템 연구그룹의 책임자이시고 필자의 지도교수이신 브루스 매리온(Bruce W. Marion)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매리온 교수님은 푸드시스템의 분석틀을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학자로서의 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우리 가족을 자식처럼 따뜻하게 보살펴 주신 고마움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박사학위 취득 후 필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등에서 식품유통관련 연구를 지속해 왔다. 1998년에는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최양부 전 아르헨티나대사님과 함께 사단법인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을 설립하였다.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당시 도매시장 위주의 유통에서 대형유통업체 및 농협의 물류센터, 산지유통센터 등 새로운 유통기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새롭고 선진적인 유통시스템을 확산·보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최양부 초대 이사장님과 더불어 현재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이사장으로 계신 원철희 전 농협중앙회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두 분은 깊은 통찰력으로 우리나라 식품유통의 나갈 길을 제시해 주시고 있으며, 지금도 내 인생에서 멘토 역할을 해주고 계시다.
이 책은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발간이 어려웠을 것이다. 각종 연구과제 수행과 연구원 운영에 도움을 준 송정환 부원장, 주신애 실장, 류상모 실장, 양동선 박사, 최장호 박사, 이영도 위원, 김진우·신승주·염윤미·변예진 연구원에게 감사드린다. 아울러 원고 정리에 힘써 준 안양대학교 곽주현, 권순원, 김성일 조교에게도 감사한다.
필자의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과 장모님, 그리고 고인이 되신 장인어른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가정일보다 학교일, 연구원일을 우선시하는 가장을 묵묵히 따라준 아내와 아들, 딸, 사위에게도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수락해주신 학현사 박세원 대표님, 박동범 대리님과, 조판·교정·인쇄에 힘써주신 이영관 이사님 이하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2019년 2월
수리산 기슭에서
김 동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