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문학작품’, ‘고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어렵고 지루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문학이 아니라면 대체 그 많은 사람의 다양한 삶을 어디에서 읽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여행처럼 가볍게, 작품 속 행간에서 작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와 작가가 고민했던 문제들을 함께 공유하며 그들이 갔던 길을 따라 떠나는 여행이 되길 희망한다. 물론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인 ‘설렘’을 느끼면서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향해 가는 여행자이다. 자신의 의지 혹은 누군가의 강요에 따라 선택을 하기도 하고, 운명처럼 자신의 길을 가기도 한다. 그것은 우연과 필연이 그물처럼 뒤얽힌 여행이고 바로 인생이 된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고, 선택하고, 아무 이유 없이 사건의 중심에 밀려가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6명의 작가 역시 우연과 필연이 얽힌 인생을 살았고, 그들은 또 운명처럼 나의 우연한 선택이 되었다. 그런데 작가들이 선택한 길은 예상과 달리 꽃길로만 가지 않았다.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경험했고, 비극적인 삶을 살기도 했다. 어떤 경험이 훌륭한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같은 아픔을 겪어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었고, 작품 속에 각자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 갔다. 작가들은 전쟁, 죽음, 사랑, 이별, 그리고 희망 등을 경험했지만, 어느 순간 작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야기하였다. 결론은 매우 달랐다. 때로는 희극적으로, 때로는 비극적으로 독자를 웃고 울렸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가의 인생과 작품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길 바란다.
헤밍웨이는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렸고, 전쟁으로 인한 허망한 죽음을 목격했다. 헤밍웨이는 절망에 빠진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전쟁의 상처를 잊으려 술을 마시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다 끝내 자살했다. 종교박해가 심한 스페인에서 개종한 유대인 집안의 세르반테스는 어려운 형편에 떠돌이 생활을 하고 멀리 그리스 근처 레판토해전에 참전하게 되었다. 전쟁은 그의 왼팔을 앗아갔고, 해적에게 잡혀가 노예 생활을 하기도 하고, 감옥에도 여러 번 투옥되었다. 그러나 그는 차가운 감옥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준 ‘돈 키호테’를 써냈다. 두 작가는 모두 전쟁을 경험했지만, 놀랍게도 작품에서 나타난 작가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다른 길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독일의 천재 작가 괴테는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며 5개 국어를 했고, 과학과 의학 그리고 예술에도 천재성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그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사랑이었다.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 십대 소녀에게 청혼할 정도로 사랑을 구걸했다. 반면 러시아의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데다 도박중독에 빠져 평생 돈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는 돈에 인색한 아버지가 농노들에게 맞아 죽은 일 때문에 트라우마로 평생 간질에 걸려 고통 속에 살아야 했으며, 형장에서 사형되기 직전에 시베리아 유형지로 가게 되어 끔찍한 감옥 생활도 하였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두 번째 부인이 된 안나를 만나 사랑을 깨닫고 도박중독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괴테는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자살하는 이야기를 썼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살인자의 이야기를 썼지만, 사랑으로 극복하고 구원받는 이야기를 썼다.
셰익스피어와 입센은 다른 시대에 살았지만, 둘 다 연극 무대에 인생을 걸었다. 두 작가는 모두 비극작품으로 유명하다. 셰익스피어는 런던 글로브극장의 주주이며, 배우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활동하며 승승장구하였지만, ‘햄릿’, ‘리어왕’ 같은 비극을 썼다. 한편 입센은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 중산층 가정의 현실에도 비극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입센은 소외되었던 여성의 문제를 ‘인형의 집’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이를 버렸고, 가정의 비극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가족에게 비극을 안기기도 했다.
‘고전’과 ‘예술’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삶’과 ‘여행’이 함께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인생을 돌아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작가의 치열한 현실과 삶을 대하는 지혜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0년 2월
이 준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