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품에는 극단적 선택이 일부 문장에 포함되어 있으며 위계에 의한 폭력 요소가 비유적으로 일부 문장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 및 감상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손님과 입 맞추고 싶어요.”
푹 떨어진 고개로, 이마저도 역시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안다며 상심에 기운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하는 이 사람을. 나는 대체 왜 걱정하는 걸까.
마음이. 너무 시끄럽다. 그날, 그 클럽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고개 들어요.”
뺨이라도 쓰다듬으면 이 사람이 저에게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간절하게 허락을 구하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삽시간에 뜨거워질지, 조금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수민은 입술만 열어서 지원을 걱정하는 마음을 전했다.
“목… 그러다가 다치겠어요.”
“하하…. 하….”
허탈한 웃음과 함께 지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조적인 웃음이 걸린 입가는 한쪽은 비틀리고, 다른 한쪽은 쓰게 구겨져 있었다.
“날 걱정하네요. 다정하다. 참 다정하고 참 잔인하다.”
수민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답을 안다는 것처럼 지원은 뒤쪽으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잠시만 계세요. 주차장 쪽 출입구 열어 드릴게요. 금방 열리니까….”
“키스.”
그렇게 물러서려는, 저를 보내려는 지원을 수민이 말로 붙잡았다.
“…아닌 거, 맞죠?”
긴장으로 가득 찬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곧게 지원만을 담고 있었다.
“나에게 손대면 안 돼요. 약속해요.”
지금까지 해 왔던 스킨십에 비하면, 너무나 별것 아닌 입맞춤이 이토록 긴장된다고. 수민은 앞으로 둔 양손이 희게 질릴 정도로 꼭 맞잡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에서도 보일 정도로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서도, 수민은 도망치지 않았다. 제자리에, 제가 스스로 생각해서 내디딘 자리에 꿋꿋하게 서 있었다.
“…약속할게요.”
“그래요, 그럼.”
답이 없지만, 답을 안다면서 스스로 단념하고 수민에게서 몇 발자국 멀어졌던 지원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애처로움으로 물들었다. 곧장 수민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다. 약속하라는 말과, 입을 맞춰도 된다는 허락과는 또 다르다면서. 지원은 선 자리에서 고개만 분명히 끄덕여서 저만의 약속을 전했다.
“해요.”
그리고 수민은 지원의 모습에 그 다짐을 믿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 맞춰도 돼요.”
먼저 눈을 감았다.
*
갑자기 찾아온 과거의 슬픈 기억에 제대로 안녕하지도 못한 채로 혼자 방황하던 수민이 만난 새로운 인연, 지원. 저만의 아픈 기억을 가진 채로 자신을 속박하는 모든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지고, 이런 자신을 사랑할 사람을 찾아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레즈비언 클럽에서 일탈을 저지르는 지원을 수민이 믿기지 않는 우연으로 조우한다.
차분하면서도 늘 거리를 두었기에 낯설게만 느끼던 사람이 보인 화사한 면모에 수민은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만을 겹친 채로 카페를 찾아가게 되고, 지원 또한 수민이 지독한 슬픔 속에서도 보인 꿋꿋함에 호감을 느끼던 차에 두 사람의 시간이 점점 겹쳐진다.
지원은 흘러가는 하루하루, 더는 밤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게 되고 이렇게 서로 맴도는 관계에 쐐기를 박고자 수민에게 다시 클럽에서 만나자며 제안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