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평전 10권 이순신

◆ 시대가 영웅을 만들고 시대가 고난에 빠뜨리다
이순신은 자신의 절망을 이겨냈고 나아가 민족의 절망과 싸웠다. 절망을 희망으로, 끝을 시작으로 바꿀 줄 알았던 인간. 이것이 불패에 빛나는 민족의 영웅 이순신의 참모습이다.

◆ 박제된 영웅에서 인간 이순신으로 다가오다
“우리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순신 장군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근심과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단 이러한 인간적인 약점 속에서도 삶의 기본적인 중심과 원칙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전설적인 영웅이라는 인물에게도 인간적인 괴로움과 약점이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은이의 말 중에서

난세는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난세를 평정한다는 말이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요즘,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며 절망의 상황에서도 용기와 지혜를 발휘한 이순신과 같은 인물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인가. 이순신이 2004년 문화 코드화될 만큼 최근 이순신 장군이 소설로, 드라마로 재조명되고 있다. 심지어는 서울 광화문 앞의 이순신 동상이 한 무선통신 광고로 쓰이면서 ‘유쾌, 상쾌, 통쾌’를 외치는 ‘메가패스 장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접근에 치중하다 보면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에 이룸에서는 ‘청소년 평전’ 열 번째 책으로 《충무공 이순신》을 출간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풀어썼다. 문인 집안에서 태어나 무인으로 걸어야 했던 시대적인 배경, 관직으로 나가서도 변방으로 떠돌아야 했던 이유, 임진왜란이 일어나 삼도수군통제사로 발령받아 승리로 이끄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겪는 이순신의 고뇌 등 자료를 토대로 전체적인 일생을 아울렀다. 작가는 유성룡의 《징비록》과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부터 전사하기 전까지 7년간의 전쟁 상황과 그 가운데 겪은 인간적인 고뇌를 쏟아놓은 이순신의 《난중일기》을 중심 자료로 해서 객관적으로 이순신의 일생을 풀어나갔다.

◆ 무패의 신화 속에 감추어진 인간 이순신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큰 칼을 허리에 차고 우뚝 서 있는 동상의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민족의 영웅이면서 신화와 같은 존재이기에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많다.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에서 왜군의 대함대와 싸워 단 한 번도 패한 일이 없는 전설적인 영웅은, 사실은 무과시험에서 한 번 낙방한 경력에, 늦은 나이로 관직에 나가서도 출세의 길이 더뎠던 인물이었다. 18년 동안 이름 없는 장수로 변방을 떠돌면서, 올곧은 성품 탓에 상관과의 마찰도 많았으며, 조산보 만호와 녹둔도 둔전관을 겸임했을 때는 패전의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하기도 했다. 전라 좌수사로 임명되고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늘 나라와 백성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근심을 놓지 못했고, 또 전투를 앞두고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임무를 소홀히 하거나 탈영한 병사들에게 엄한 형벌을 내리거나 포로로 잡힌 왜군을 심문하다가 분노하여 그 자리에서 목을 내리쳐 처형하는 냉혹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순신 장군을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근심과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보통 사람이었다.

◆ 기개와 신념의 상징
이순신 장군은 온갖 고난과 역경 그리고 인간적인 약점 속에서도 삶의 기본적인 중심과 원칙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죽음을 두려워 않고 적에 맞서 싸울 수 있었고, 자신을 미워하며 죄를 뒤집어씌우는 임금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었다. 목숨을 내걸고 수없이 많은 전투를 이끈 장수에게 역모의 누명이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다. 그러한 고통과 수모를 겪은 후에 다시 칼을 들고 왜군과 싸운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의연함마저 든다.

◆ 지혜로운 지휘관 이순신
이순신이 불리한 조건에서도 늘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투에 임하면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연구하여 보완하는 지혜의 힘이 컸다. 그 예로 이순신은 바다로 싸우러 나갈 때마다 ‘찐쌀’을 병사들의 식량으로 배에 싣도록 했다. 찐쌀은 밥하는 시간이 필요없고, 밥의 영양가는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으므로 전투 중인 병사들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언제라도 배를 채울 수 있는 병사들은 굶주린 적에 비해 언제나 싸우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편전이라고 하는 짧은 화살을 만들어 명중률을 높였다. 통신방법도 개발했다. 함대를 지휘할 때 깃발에 색깔을 넣어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도 적의 상황과 방향 등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순신은 서울 남산 기슭의 건천동에서 양반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순신이라는 이름은 어진 임금으로 유명한 중국 신화 속 옛 임금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순신이 나고 자라날 무렵인 조선은 당파싸움이 한창이었다. 할아버지 이백록이 조광조 사건과 관련된 당파싸움에 연루되어 참변을 겪은 후 아버지마저 벼슬에 뜻을 두지 않아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순신이 문인의 길을 포기하고 무인에 뜻을 둔 것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서는 관직에 오르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 탓이었다. 스물여덟에 무사 선발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둘에 무과에 급제한다. 하지만 올곧은 성품 탓에 상관과의 마찰이 심해 변방을 떠돌아야 했고 세 번의 파직과 두 번의 백의종군의 길을 걸어야 했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삼도수군통제사로 발탁되어 거북선이라는 돌격선을 이용한 치밀한 전술로 일본과의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어머니가 배 위에서 객사하고 셋째 아들 면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 등 개인적인 아픔을 겪는다. 1598년 11월 19일 노량해전 중 배 위에서 최후를 맞는다. 그의 죽음은 전쟁이 끝난 후에 알려졌고, 그를 애도하는 울음소리는 바다를 뒤흔들었다. 후에 인조는 이순신에게 ‘충무공’의 시호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