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내라”는 종말론적 사명
그날이 있음을 분명히 알았으니
계속되는 고난에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마라. “가서 기다리라!”
변증 설교의 대가(大家) 노진준 목사의 <다니엘서> 강해집이다. 모두 23편의 강해 설교를 모았다. 저자는 <다니엘서>를 “하나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 이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실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라고 읽어 낸다. 특히 <다니엘서>를 통해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주시는 약속 ‘임마누엘’에 집중하여 ‘임마누엘’이야말로 우리를 살게 하는 깨달음이자 가장 확실한 기도의 응답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언제쯤 문제가 해결될지 알고 싶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습니다. 꼭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응답해 달라, 알려 달라 기도하지만 그때 하나님께서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지혜와 총명은 미래의 사건에 대한 깨달음이 아니라 ‘임마누엘’입니다. 의심이 생기고 자신이 없어질 때, 죄로 인하여 넘어질 때, 우리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으면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를 시작할 때에 천사를 보내실 것입니다. 아니 우리 안에 계신 성령께서 친히 증거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의 모든 허물을 용서하시며, 끝까지 지키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바라보라고 말입니다.(“기도의 응답” 중에서)
노진준 목사의 설교는 징검다리 놓듯 차근차근 전개되어 그 어느 부분도 놓칠 수 없다. 그가 놓은 돌들을 밟고 따라가다 보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 갈 길을 하나 얻게 된다.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도외시되는 그것, 살아 내는 것 말이다. 그는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의 엔딩을 비교하면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에게 명하신 종말론적 사명은 바로 ‘살아 냄’이라고 밝힌다.
마지막 때에 관한 엄청난 비전과 계시를 주시고 그때를 말씀하신 후에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하신 말씀은 “가서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던 일 마저 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건 굉장한 역설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 흥분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도 이제 계시를 통해 그날이 있음을 분명히 알았으니까 마치 그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쾌락과 허무에 빠져 살지 말고, 낙심과 불안으로 절망하지 말고, 소망과 믿음으로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라고 말씀하십니다.(“가서 기다리라” 중에서)
저자는 특히 ‘기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누구든지 자기 외에 다른 신이나 사람에게 절하면 사자 굴에 던지겠다고 한 다리오의 법령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니엘 이야기를 통해 기도의 본질을 드러낸다. 기도는 바로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고백”이며, “하나님의 원하심을 따라 살겠다는 헌신의 고백”이라는 것이다.
노구의 몸으로 무릎을 꿇고 예루살렘 쪽으로 열린 창문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하고 있는 다니엘이 말할 수 없이 고맙고 감동적입니다. 그것은 60년이 한결같았겠다 싶은 그 성실함 때문도 아니고, 타협할 줄 모르는 기도의 사람이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다리오가 주인인가 여호와가 주인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다리오를 주인으로 섬기면 여생이 평안할 것이라는 엄청난 유혹 앞에서 “여호와만 나의 주인이십니다”라고 고백하고 죽음 을 대면하는 그의 모습이 사무치게 부럽고 고맙습니다. 다니엘에게 중요한 것은 “사자 굴에 들어가는가”, “들어가도 건짐을 받는가”가 아니라 “다리오는 그의 주인이 될 수 없다”라는 것, “여호와가 그의 주인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위기의 순간에도 기도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다니엘의 기도” 중에서)
노진준 목사는 기도하지 않는 것이 죄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도하지 않아도 아버지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실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도하지 않으면 너무 큰 것을,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하나님의 동행하심, 아름다우심, 거룩하심, 나를 구원하고 나를 사랑하고 끝까지 나와 동행하셔서 내가 목숨과도 바꿀 수 없었던 그 하나님의 은혜” 말이다. 기도야말로 “살아 내라”는 우리의 사명을 완수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 책 《노진준 목사의 다니엘서》는 아드 폰테스 성경 읽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아드 폰테스는 “본질, 원천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다시 본질에, 말씀에 집중한다. 아드 폰테스 성경 읽기는 성경을 본질로 읽어 내는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