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보고, 시작부분을 봤을 때는 겨울느낌 가득한 잔잔하게 흘러가는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대도시의 재벌남과 시골 여자의 만남이라는 설정을 보고 그렇게 생각 했었는데요. 하지만 읽다보니 느낀 감상은 <디어 마이 블루>는 정말 잔잔함과는 거리가 먼 아주 복잡하고 심적으로도 힘든 작품이라고 생각됐어요. 권선징악과 오해, 성장까지 얹혀진 구도가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 감정의 파고가 넘쳐흘렀거든요. 짧은 소개만으로도 류정혁과 윤미루의 관계가 단순히 어긋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주었고, 그로 인해 평범한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을 이야기라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숨겨진 사연들이 엿보이는 인물들도 매력적이었고요. 직전에 읽은게 넘 달달하고 발랄한 소설이라 마음 좀편안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읽고나니 오히려 더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류정혁은 청연 그룹의 장남으로, 겉으로는 능력 있고 거침없는 냉정하고 오만한 이미지를 가진 재벌남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는 억울하게 뒤집어쓴 동생의 죄, 가족 내에서의 오해와 상처, 그리고 깊은 상처와 책임감이 내재되어 있더라고요. 재벌가의 액받이 노릇까지 하며 그간의 억울함을 참아낸 그가, 리조트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매향골에 들어선 모습은 단순한 사업적 야망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었음을 암시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목적을 위해 매향골에 들어섰지만, 그곳에서 과거의 첫사랑이었던 윤미루와 재회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과 첫사랑이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의 마음에 변화가 찾아오죠. 단순히 오만하고 직설적인 남자가 아니라,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서툴고 순정적인 남자의 모습이 드러나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윤미루는 매향골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소박한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고향을 지키려는 흔들림 없는 의지와 순수함,자신만의 신념을 지닌 여성이었어요. 고향을 지키려는 마음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과거 류정혁과의 추억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를 다시 받아들이기까지는 쉽지 않은 복잡한 감정을 겪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 흔들리는 마음마저도 이해할 수 있게 묘사되어, 미루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었어요.
이야기의 전개는 류정혁이 매향골에 리조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시작돼요. 미루와의 재회는 우연인 듯 운명적인 만남으로, 어린 시절 첫사랑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키죠. 중심 스토리는 리조트 건설이라는 갈등으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정혁과 미루의 감정선이 주축이 되어 전개돼요. 그러나 리조트 사업을 명분으로 돌아온 정혁과, 고향을 지키려는 미루의 갈등과 오해,, 과거의 상처가 얽혀 있어 쉽게 풀리지 않아요. 정혁은 동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미루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두 사람의 마음은 엇갈리고, 부딪히면서도 결국엔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게 돼요.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이 처음 만났던 시점을 보여주는 것들도 좋았고,, 서로를 향한 감정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 또한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두 사람 모두 상처받은 과거를 품고 있어 그들의 관계가 단순히 사랑으로만 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점이 좋았어요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 작품이 권선징악이나 사내연애라는 익숙한 틀을 따르면서도, 감정의 깊이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감정의 변화가 서서히 쌓여가는 작품을 참 좋아하거든요.. 두 주인공 모두 감정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얽힌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단순한 갑을관계나 전형적인 사내연애 설정에서 벗어나, 그걸 억지로 풀어내지 않고 두 사람의 내면에 감춰진 상처와 사랑을 천천히 드러내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만든 점이 인상 깊었어요. 정혁의 직설적이고 거친 언사 속에도 숨겨진 진심과, 미루의단호함 뒤에 숨겨진 흔들림이 대비를 주면서도 또 잘 어울려 전체적으로 따뜻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겼어요. 달달한 감정선과 동시에 애절하고 아련한 기류가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고요.
단점은 2권 분량에 담아내기엔 너무 가득한 설정들과 인물들이었던 것 같아요. 류정혁, 윤미루 얘기만으로도 2권 꽉 채워도 부족한데, 정혁의 친모, 정민, 세은, 경태, 원호, 민여사, 미루의 모친 등..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서사가 너무 셌던 것 같아요. 다들 필요한 인물들이고 그렇다고 생각은 하지만 짧은 분량에 그들의 서사를 챙겨주려 하다보니 주인공들의 서사가 너무 적은 느낌...? ㅠㅠ 미루 할아버지나 모친도 뭔가 알고있음 바로바로 얘길 해주는 게 어땠을까 싶어지고요.. 상황을 꼬이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은 다 넣은 느낌.. 거기다가 정혁은 자신과 연관 된 등장인물 거의 모두에게 배신 당하고 버려지고.......제가 보통 여주 맘이라 남주 안쓰러운 거 잘 보는 편인데 정혁이 너무너무너무 안타까웠어요...... 초반에 미루를 좋아하고 연애하고 싶어하면서도 위험해질까봐 밀어낼 때면서도 위험할 때 구해주고 할 때만 해도 으이구 으이구 하는 마음이었는데 말이죠....그리고...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도 너무 적었어요 ㅠㅠ 2권 분량인데 둘이 온전하게 맘 편하게 연애하는 연인의 모습은 반권 분량도 안 되는 듯.......ㅠㅠㅠㅠㅠㅠㅠ.
이러나 저러나..결국엔 이 작품은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치유해가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사랑이란 상대를 소유하거나 이기려 하는 감정, 또는 단순하 설렘만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졌어요.마음을 다해 사랑을 하고, 결국 그 사랑으로 변화하는 이야기...... 평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성장의 이야기, 그리고 첫사랑의 순수함을 잊지 않고 싶은 독자라면 이 작품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