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인트 <Marry R.I.P>
‘사망시간 1시 33분, 환자분 사망하셨습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주연은 오늘 남편을 잃었다.
징글벨 징글벨.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축복의 종이 울렸다.
***
“가, 가봐야 해요...”
“어딜.”
“어, 어머님이 찾으세요...”
그녀의 안면은 눈물로 점철되어있다. 그것이 남편이 대한 죄책감인지, 남편을 떠나보낸 이의 슬픔인지, 이 정사의 쾌락이 못 이길 만큼 두려워서인지 헷갈렸다. 주연이 허우적거리며 문 쪽으로 가려 했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다.
“왜.”
“예, 예 배한다고...”
“...... 그래?”
모든 대화를 함께 들은 차도겸이 아무것도 못들은 척 되물었다.
“아멘이다. 시발놈아.”
그리곤 천장을 향해 중지를 세우며 ‘자, 됐지?’ 하고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그리곤 바닥을 기어가는 주연의 발목을 냅다 끌어당겼다. 다시 그의 쪽으로 질질질 끌려 내려간 주연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2. 규조토발닦개 <여왕님>
“선택해. 내 취향으로 걸레처럼 살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사라져 줄 건지.”
“…….”
걸레.
도영의 말이 혜정의 귀에 화살처럼 날카롭게 박혀 들었다.
싫은 게 마땅하겠지만 이상하게도 혜정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은 이런 상황을 겪어 보기를 은근히 마음속으로 고대하기도 했었으니까.
잘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았다.
그 상대가 전부 아는 사람일 거라고는, 그것도 다섯 명씩이나 함께 침대에 뒹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이들이 전부 한통속이라면 오히려 입단속을 시키기는 쉬울지도 몰랐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제 의지로 이 자리에 남는 것처럼 보일까 봐 묘하게 자존심이 상한다는 점이었다.
“더 고민해 봤자 이제 기회는 없어, 구혜정. 그래도 도망치지 않았으니 기분 좋게 해 줄게.”
“…….”
도영이 예쁘게 눈꼬리를 휘어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오뚝한 콧날과 날렵한 턱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매혹시킬 수 있는 그윽한 눈동자와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왼쪽 눈 옆의 눈물점.
완벽한 얼굴만큼이나 완벽한 조각 같은 몸이 사정없이 제 몸을 유린할 거라 생각하니 주책맞게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설레는 표정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기에, 혜정은 포기한 것처럼 고개를 떨어트린 채 눈을 감았다.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즐겨.”
3. 홍체리 <Soulmate>
“싼 거야?”
“흐으윽…….”
수치심에 흐느낄 틈도 없이 왼쪽 무릎 사이로 손이 내려왔다. 번쩍 들어 올려진 다리가 그의 어깨에 걸쳐지며 음부가 활짝 벌어졌다. 그는 손바닥까지 흐른 애액을 기둥에 꼼꼼히 문질러 바르며 비웃었다.
“우리 소민이 못 본 사이에 엄청 예민해졌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구멍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감탄사를 내뱉은 지환이 기둥을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빨리 들어오라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한계가 왔다.
“저기, 지환씨. 코, 콘돔은요……?”
“없어, 그런 거.”
지환은 소민의 요구를 묵살한 채,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는 듯 느른히 풀린 구멍 안으로 단숨에 성기를 처박았다. 무어라 더 말을 이으려던 소민의 입술이 꽉 다물렸다.
“하읏…….”
“하아, 씨발…….”
삽입과 동시에 두 입술에서 비슷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상당한 양의 애액을 뱉어낸 내부는 좆을 흡입하듯 끝까지 삼켰다. 부드럽게 감싸는 내벽이 움찔거리며 꽉 물자 지환은 금세 사정감이 몰려왔다.
“힘 빼, 안에 싸버리기 전에.”
“힘을, 어떻게……윽.”
교접 부위를 감상하며 천천히 허리를 물린 지환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비릿하게 웃으며 소민의 턱을 쥐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이 무척 음산했다.
“아, 내 애라도 배면 도망 못가려나?”
4. 월야담 <짐승의 밤>
“……희연아. 오빠 좆으로 부족했으면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대답이 들려온 곳은 침대 위가 아닌 창가 쪽이었다. 희연이 다급히 고개를 돌리자 샤워가운만 입은 채 소파에 앉아있는 날 선 표정의 선재가 눈에 들어왔다. 그와 제 가랑이 사이를 번갈아 쳐다보던 희연은 퍽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나는, 그런 게 아니라…….”
“뭐가 아닌데. 이렇게 젖꼭지 세우고 아니라고 말해봤자, 내가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뭐라 변명을 덧붙이고 싶어도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하지만 후회와 죄책감에 사무쳐도 성욕만큼은 별개의 것이었다.
“흐흡! 오빠, 미안해…… 나는 오빠랑, 헤어지기 싫어서 그런, 응!”
“희연아, 그런 걸 해명이라고 하면 안 되지. 나랑 헤어지기 싫어서 딴 새끼 좆을 같이 물겠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배덕해 마지않는 상황이었지만 희연은 어느새 이를 즐기고 있었다. 쾌락만을 갈구하는 짐승, 희연은 지금 그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선재와 헤어지기 싫다 말해놓고, 그의 눈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박히며 흥분할 리가 없었다.
“이야. 희연이 누나는 이 와중에도 느끼네?”
“우리 희연이는 멀티가 잘 되나 봐. 용서해 달라면서 줄줄 싸는 거 보면.”
실로 짐승들의 교미와도 같은 밤이었다.
5. 효도알 <크리스마스의 노예팅>
“자! 이제 어느덧 마지막 남은 노예입니다.”
사회자의 표정은 마치 옥션에 나온 귀한 보물을 소개하듯 비장하기까지 했다.
예주가 손에 들고 있는 번호 팻말을 꼭 쥐었다.
“아마 가격이 쭉쭉 올라갈 텐데! 얼마에 거래가 될지 정말 궁금하군요.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 노예팅에서 역대급인 금액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눈썹까지 들썩거리며 신이 난 듯 어깨춤을 추는 사회자에게 남아 있는 여자들이 빨리 진행하라며 큰소리로 재촉했다.
“젖은 팬티 갈아입을 시간도 아까워! 빨리 진행해!”
“문정호 내보내! 얼른!”
세상에. 크리스마스 노예팅의 마지막 주자가 문정호인지 모두 아는 눈치였다. 저 혼자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대 위로 끌려 나온 정호는 사슬에 묶인 채였다.
네이비색의 타이트한 드로어즈 한 장만 입은 정호는 앞의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 넓은 어깨 밑으로 발달한 대흉근과 탄탄해 보이는 복근, 단단한 허리와 근육으로 다져진 허벅지까지. 그는 거의 알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뿐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정호의 목엔 쇠사슬 같은 목걸이가 꽉 잠겨 있었고. 양쪽 팔을 앞으로 묶은 채 묵직해 보이는 쇳덩이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른쪽으로 불룩 솟아오른 것이었다. 성인인 만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는 예주였지만 실제로 남자의 성기를 본 적은 없었다. 마치 오른쪽에 커다란 방망이를 욱여넣은 듯한 모습.
고개를 들어 예주를 마주하는 정호에게 예주는 입 모양으로 커다랗게 말해 주었다.
“기다려! 내가 구해 줄게!”
6. 반질반질 <내 상사의 여자>
무겁게 내려앉은 영재의 목소리에 지수의 눈동자 위로 물기가 어렸다. 이 남자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걸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이 남자는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니. 무어라 이야기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지수는 한참을 그의 셔츠를 붙잡고 바르작댔다.
“상처 주는 말만 하고 냉정하게 뒤돌아섰는데 왜 아직 날 못 잊고 있어?”
울먹이는 지수의 어깨를 감싼 그가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난 다 잊었어, 지수야…. 이렇게라도 널 만날 수 있어서 난 지금 정말 행복해. 죄책감 느끼지 말고 즐겨…. 본부장 그 새끼 잠자리에서 무능력하다는 거 잘 알아. 물좆이라는 소문이 혹시 사실이야?”
그의 물음에 괜히 눈물이 울컥 터져 나오려 했다. 발기 부전은 사실이니까.
7. 어른새 <Second Christmas>
“겨우 좆 대가리만 할짝거리면서 질질 짜는 파트너는 필요 없는데.”
굵직한 귀두가 혀 안쪽을 뭉근하게 짓누르자 얼굴에 피가 몰렸다. 구역감에 꺽꺽 소리를 내뱉는 입술 틈으로 넘친 타액이 가는 목덜미를 따라 줄줄 흘러내렸다.
“옆에 있게 해주면 몸이라도 대주겠다더니. 그새 마음이 변했어?”
굳은 표정 속 짙게 일렁이는 눈동자가 눈물과 타액으로 엉망이 된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눈가. 정욕으로 얼룩진 얼굴.
나로 인한 흥분인가?
숨이 막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발끝이 저절로 곱아들었다. 잠시간 눈을 마주하던 상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여느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려는 찰나.
“컥! 우읍!”
우악스러운 손길에 머리가 뒤로 꺾이더니 목구멍 깊은 곳까지 성기가 콱 처박혔다.
“목구멍 더 벌려야지.”
윤서야.
“아니면 다리부터 벌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