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오리 수인인 민성은 육식계 수인에게 비정상적일 정도의 두려움을 품고 있다. 그런 그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초식계 수인들 뿐.
그 중에서도 같은 오리 수인이자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인 박하는 특별했다.
"야, 자꾸 목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민성이 슬쩍 목덜미를 감싸며 투덜거리자 박하가 웃었다.
"좋아서 그래, 좋아서."
<유기견을 조심하세요> 김퇴사
“……혹시 강아지 못 보셨나요?”
큰 충격에서 벗어난 머리가 어젯밤부터 함께 생활하게 된 강아지를 떠올렸다. 구석구석 샅샅이 훑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주변으로 가 침대 아래와 주변까지 확인했지만, 강아지는 없었다. 물과 빵을 두었던 그릇은 아침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설마 안에 들어올 때 문단속 제대로 안 한 겁니까? 문 열어두었어요?”
“딱히 문을 열어둔 기억은 없는데.”
“강아지가 있었는데, 없잖아요!”
“잘 생각해봐. 꼭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없어, 없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숨을 곳도 없는 집인데! 내 강아지인데! 가뜩이나 다쳐서 돌아다니기도 불편할 텐데!”
원망이 섞인 블레이크의 목소리에 남자는 묘한 표정을 짓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자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웃는 듯했다.
찰나 창문을 타고 들어온 환한 달빛이 남자에게 흘러갔다. 호박색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거렸다.
“……호박색 눈동자?”
어떠한 가능성이, 말도 안 되는 가정이 불쑥 머릿속에 떠올랐다.
<레트리버 김찬영> 폭군밤
“내가 널 좋아한다곤 생각했지만….”
그리고 손을 들어 권리을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천천히 쓸어 닦아줬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린 채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권리을을 보며 픽하고 웃던 김찬영이 그를 끌어안았다.
“평생 이렇게 씻기고 재워줄게, 리을아, 그러니까 나랑만 해. 알겠지?”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벨라돈나
소매치기에 도박꾼으로 살아가던 콜린은 빚쟁이들에게 쫓겨 시골로 숨어들게 된다. 양 목장에서 평화로이 주인 부부나 등쳐먹을 생각이었던 콜린 앞에 양떼를 노리는 늑대가 나타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