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루크는 전쟁에서 연인을 잃고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의 눈앞에 죽은 연인의 얼굴을 한 ‘그것‘이 나타난다.
’그것‘이 진짜 연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품에 안기는 루크.
눈을 감자, ‘그것’의 촉수들이 게걸스럽게 그의 몸을 탐한다.
피부를 온통 끈적이는 점액질로 뒤덮어 놓고, 돌기가 하나도 없는 매끈한 혀 같은 감촉으로 그의 온몸을 애무하는 ‘그것’.
루크는 그렇게 ‘그것’의 진짜 의도도 모른 채 금지된 쾌락에 빠져드는데….
< 게이트 속 촉수괴물 > 김퇴사
게이트가 발생했다. 그것도 바다 한 가운데에서.
게이트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을 관통하는 감각에 깜빡 기절해버린 안성철은 미끌거리는 무언가가 팔과 다리를 옥죄는 느낌에 가까스로 눈을 떴다.
안성철의 눈에 보인 것은 양쪽 다리를 묶어 고정한 해초 덩어리였다. 깜짝 놀라 번쩍 고개를 들어 팔을 확인하니 팔에도 해초 덩어리가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아, 이게 뭐야, 미친!”
안성철이 몸을 크게 버둥거렸다. 그러자 해초 덩어리가 미끈거리며 옥죄듯 몸 위를 기어 다녔다.
< 실험체 > 연룽
실험체 3호의 기억 속 주인은 순수한 사람이었다.
연구소를 청소하고 있으면 가끔 찾아와서 오늘은 무얼 자르고 붙이고 만들었는지 두 눈을 빛내며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이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처럼 보였다.
주인은 탐구심이 강해서 연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식사를 깜빡하거나 바닥에서 잠들 때가 잦으니까 조수인 제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진짜 가족이 된 거 같았다.
정말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해서 두근거리던 가슴이 0.1초 정도 아프게 멈춘 날이 있었다.
3호가 실험실을 청소하느라 한눈을 판 사이에 혼자 외출한 주인이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를 데려왔을 때였다.
검은 원피스에 연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자신은 사실 조수가 아니었던 거다.
오로지 저만이 그의 곁에 설 수 있는 특별한 개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속상해도 입술을 깨물고 꾹 참았다.
저녁 식사로 주인이 좋아하는 떡볶이와 김밥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 얽히다 > 핵불맛젤리
남자의 머리카락이 구불구불 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란 폴이 다급히 도망가려 했지만, 남자의 머리카락이 그보다도 더 빨랐다.
"아, 잠깐…!"
폴의 외침에 남자가 옅게 웃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머리카락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폴의 팔다리를 얽었다. 구불구불 올라오는 그 감촉에 폴은 몸서리를 쳤다.
어느 새인가 바로 곁까지 다가온 남자가 폴의 귓가에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