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소설은 시간을 건너뛴다. 특히 좋은 소설은 그렇다. 1859년 출간된 『아담 비드』가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소설의 시간은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1799년 영국 중부의 한 시골 마을. 그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21세기 한국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고전의 힘이다.
조지 엘리엇(본명 메리 앤 에번스)은 남성 필명으로 글을 썼다. 당시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필명은 특별한 시선의 상징이 되었다. 여성의 섬세함과 남성의 관찰력을 동시에 지닌 눈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작가. 『아담 비드』는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아담 비드는 목수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것들에 자부심을 가진 사나이. 그는 강직하고 정직하며 노동의 가치를 믿는다. 그는 아름다운 헤티 소렐을 사랑한다. 그러나 헤티는 지주의 손자 아서 도니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한편, 헤티의 사촌이자 감리교 여성 설교자인 다이나 모리스는 아담의 동생 세스로부터 사랑받지만, 그녀의 마음은 온전히 신앙에 있다.
이렇게 요약하면 단순한 사랑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소설이 가진 힘은 그 너머에 있다. 엘리엇은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현미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모두가 자신만의 이유와 약점을 지닌, 살아 숨쉬는 인간들이다.
소설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헤티는 아서와의 관계로 임신하지만, 그는 군대에 입대하며 그녀를 버린다. 절망에 빠진 헤티는 아이를 낳기 위해 떠났다가 갓 태어난 아이를 죽게 방치하는 죄를 짓고 체포된다. 교수형을 선고받은 그녀는 아서의 개입으로 유배형으로 감형되지만, 비극은 이미 일어났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담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다른 이들의 약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다이나와의 사랑을 발견한다.
『아담 비드』가 가진 특별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소설이 도덕적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엘리엇은 독자에게 거리를 둔 채 인물들의 행동을 관찰하게 한다. 헤티가 저지른 일은 끔찍하지만, 그녀는 악인이 아니다. 사회적 제약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길을 잃은 한 인간일 뿐이다. 아서는 나약하지만 진정으로 악의를 품지는 않았다. 아담의 강직함에도 그늘이 있다. 그의 도덕적 엄격함은 때로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데 장벽이 된다.
이 소설이 내게 강렬하게 다가온 지점은 공감에 관한 탐구다. 다이나가 감옥에서 헤티를 만나는 장면은 소설의 정점이다. 그녀는 헤티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있어주며, 그녀의 고통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진정한 공감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것.
엘리엇의 배경 묘사도 빼놓을 수 없다. 헤이슬로프 마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살아 숨쉰다. 농장의 일상, 교회의 예배, 술집의 대화, 추수감사절 만찬 - 이 모든 것이 인물들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엘리엇은 마치 민속학자처럼 시골 공동체의 말투, 관습, 신념을 세밀하게 기록한다.
『아담 비드』는 또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찬사다. 아담이 나무를 깎는 장면, 그가 자신의 작업에 쏟는 정성은 단순한 직업 묘사가 아니다. 엘리엇은 그것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기 성취를 보여준다. "그의 손에는 항상 망치를 든 사나이의 품위가 있었다." 이 한 문장은 아담의 본질을 완벽하게 담아낸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자주 우리 시대의 모습을 생각했다. SNS로 타인의 삶을 쉽게 판단하고, 단순한 이분법으로 세상을 나누는 오늘날. 엘리엇은 서술자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타인의 인생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을 전부 합쳐도, 그건 진실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160년 전 소설이 현대인에게 던지는 경고는 의외로 절실하다.
『아담 비드』는 빅토리아 시대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 이해의 지혜는 시대를 초월한다. 이 소설에는 심오한 심리학, 정교한 사회학, 따뜻한 인간애가 녹아있다. 엘리엇은 복잡한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는 대가다. 그녀는 우리에게 판단 이전에 이해하라고, 이해 이전에 보라고 말한다.
이번에 출간되는 『아담 비드』 번역본은 원작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현대 한국어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복잡한 19세기 영국 시골 방언과 문화적 맥락을 오늘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의역했다. 원문의 의미는 살리되 한국 독자에게 친숙하게 재구성한 이 번역은, 고전 문학의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독자층에게 다가갈 것이다.
책에는 작품 해설도 포함되어 있어, 엘리엇의 생애와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아담 비드』가 가진 문학사적 의미까지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 소설이 낯선 독자라도 충분히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
소설은 결국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거울이다. 『아담 비드』에서 우리는 아담의 고집, 헤티의 욕망, 다이나의 헌신, 아서의 나약함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판단보다 이해를, 비난보다 공감을 배운다. 이것이 16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소설이 읽어야 할 이유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