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순간
카지노 테이블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드디어 막을 내린다. 『다니엘 데론다』의 마지막 권인 제4권(7부, 8부)은 그동안 숨겨졌던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엇갈렸던 운명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대단원이다.
조지 엘리엇은 이 작품에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다니엘 데론다는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영국 신사로 자랐지만 사실은 유대인이었던 그는, 이제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자신의 민족을 위해 동방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반면 그웬돌렌 할레스는 다른 선택을 한다. 남편의 죽음 이후, 그녀는 자신의 도덕적 타락과 마주한다. 데론다에게 의존했던 그녀는 이제 홀로 서는 법을 배운다. 두 사람의 이별은 아프지만 필연적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이미 많은 것들을 부여받는다. 인종, 성별, 계급, 국적.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이 주어진 조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데론다는 자신의 유대인 정체성을 부인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것은 제약이 아니라 가능성이 된다. 그웬돌렌은 아름다움과 재능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정한 행복은 자기 인식과 도덕적 성장에서 온다.
엘리엇은 이 소설에서 사랑의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데론다와 미라의 운명적 사랑, 그웬돌렌의 데론다에 대한 의존적 사랑, 모르드개의 민족애, 심지어 이기적인 아버지 라피도트의 왜곡된 사랑까지.
가장 인상적인 것은 데론다와 그웬돌렌의 관계다. 이것은 사랑인가, 우정인가? 둘 다이면서 둘 다 아니다. 데론다는 그웬돌렌의 도덕적 멘토였고, 그웬돌렌은 데론다의 구원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결코 성취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1876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특히 유대인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그렇다. 홀로코스트나 이스라엘 건국보다 훨씬 앞서, 엘리엇은 유대인의 민족적 부활을 예견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를 단순한 정치적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였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속하기를 원하면서도 자유롭기를 원한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이기를 원한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엘리엇의 가장 큰 믿음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이다. 그웬돌렌처럼 이기적이고 허영심 많은 사람도 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인식이다. 자신의 한계와 실패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성장이 시작된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읽힐 가치가 있는 이유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넘어서려 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이번 한국어 번역본은 특별하다. 19세기 영국 소설 특유의 장황하고 복잡한 문체를 현대 한국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의역했다. 하지만 원작의 깊이와 아름다움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특히 이 제4권에는 저명한 작가의 작품 해설이 포함되어 있다. 이 해설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이 아니다. 『다니엘 데론다』가 왜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지,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들이 왜 여전히 유효한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지금, 여기서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 살고 있다. 전통과 현대성, 개인과 공동체, 자유와 소속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다니엘 데론다』는 바로 이런 갈등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리고 단순한 해답 대신,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데론다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아 떠날 수도 있고, 그웬돌렌처럼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개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통해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니엘 데론다』 제4권은 단순한 소설의 결말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데론다는 동방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그웬돌렌은 영국에 남아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간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인 당신도 뭔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관대해지고, 조금 더 성찰적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영원한 질문 앞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 문학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이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