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로몰라 3』는 단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의 완성이다. 조지 엘리엇의 대작 『로몰라』 삼부작의 마지막 권인 이 책은 르네상스 피렌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 드라마의 대단원이자, 도덕적 선택의 결과가 맺는 열매를 보여준다.
당신이 이 책을 집어들 때, 거기서 만나게 될 것은 500년 전 이탈리아의 먼지 쌓인 역사가 아니다. 당신은 선과 악, 배신과 충성,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56장부터 에필로그까지를 담고 있는 이 권에서, 모든 주요 인물들의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질주한다. 아름답고 재능 있지만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티토 멜레마는 끝내 자신의 선택이 만든 덫에 갇힌다. 열정적인 종교 개혁가 사보나롤라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 정치의 냉혹함 사이에서 최후의 시험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서, 우리의 주인공 로몰라는 배신과 상실을 통해 더 깊은 지혜와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왜 지금 『로몰라』인가? 이 19세기 소설이 21세기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첫째, 이 소설은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우리는 매일 작고 큰 선택들을 한다. 티토처럼 항상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로몰라처럼 때로는 어렵고 불확실하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이런 선택들이 쌓여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만든다.
둘째, 이 소설은 실패와 고통을 통한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로몰라는 그녀가 의지했던 두 남자—남편 티토와 정신적 지도자 사보나롤라—모두에게서 배신을 당한다. 하지만 그 상처를 통해 그녀는 더 강하고, 더 지혜롭고, 더 자비로운 인간이 된다. 우리에게도 상처와 실패는 성장의 토양이 될 수 있다.
셋째, 이 소설은 '공감'의 힘을 그린다. 『로몰라 3』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로몰라가 자신을 배신한 남편의 또 다른 여인 테사와 그녀의 아이들을 만나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이것은 단순한 자비를 넘어선 진정한 도덕적 상상력의 발현이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갈등 속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공감의 확장이 아닐까.
『로몰라 3』는 전문 번역가의 섬세한 의역으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원작의 19세기 문체와 복잡한 문장 구조가 현대 한국어 독자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재구성되었다. 이는 원문의 의미와 깊이는 보존하면서도, 읽는 즐거움을 더욱 높인다.
이 책에는 작가의 도덕적 비전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지 엘리엇은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이나 교훈적 메시지를 거부한다. 대신 인간의 복잡성과 모순, 선택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티토는 순전한 악당이 아니라 매 순간 쉬운 길을 선택하다 결국 악에 이른 인물이다. 사보나롤라는 순전한 성인이 아니라 자신의 확신과 권력의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로몰라조차 자신의 도덕적 판단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이런 복잡성에도 불구하고—아니, 오히려 이런 복잡성 때문에—『로몰라』는 깊은 도덕적 비전을 제시한다. 그것은 쉽게 요약될 수 없는 비전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우리에게 인간 존재의 가능성과 책임을 일깨운다.
『로몰라 3』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소설 마지막의 에필로그다. 모든 비극과 혼란이 지나간 11년 후, 로몰라는 테사와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있다. 이 가족은 혈연이 아닌 선택과 책임감으로 맺어진 공동체다. 로몰라가 리요(테사의 아들)에게 들려주는 도덕적 교훈—진정한 위대함은 개인적 즐거움이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고통을 견디는 용기에서 온다는—은 소설 전체의 메시지를 집약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하거나 교훈적인 작품은 아니다. 엘리엇의 인물들은 살아 숨쉬며, 그들의 갈등과 성장은 깊은 감동을 준다. 테사의 순진함, 티토의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현실주의, 사보나롤라의 열정적 이상주의, 그리고 로몰라의 지적 고뇌와 도덕적 성숙—이 모든 요소가 역동적으로 얽히며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든다.
『로몰라』는 흔히 엘리엇의 작품 중에서도 어렵고 덜 대중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미들마치』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보다는 낯선 역사적 배경과 더 복잡한 철학적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이 작품은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로몰라』는 우리에게 더 넓은 역사적 지평과 더 깊은 도덕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부록으로 포함된 작품 해설은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과 도덕적 주제, 그리고 현대적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해설은 소설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하거나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몰라』가 오늘날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탐구한다.
궁극적으로 『로몰라 3』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가능성에 대한 깊은 탐구다. 그리고 그 탐구의 끝에서 엘리엇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희망이다. 로몰라가 모든 배신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평화와 의미를 찾듯이, 우리도 삶의 어려움과 모순 속에서도 진정한 성장과 화해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
이 희망이야말로 『로몰라』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모든 혼돈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의 선택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그리고 그 선택들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
500년 전 피렌체와 150년 전 영국을 거쳐, 이제 『로몰라』는 21세기 한국의 독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이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로몰라 3』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