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는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만 몰두한다. 제품의 우수성, 서비스의 차별점, 기술의 혁신성. 그러나 화면 저편의 독자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삶이 있고, 자신의 문제가 있으며, 스크롤을 내릴 손가락이 있다. 당신의 글이 그 손가락을 멈추게 하지 못하면,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그 냉혹한 현실에서 출발한다.
저자 에디터 C는 서문에서 독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던진다. 당신이 공들여 쓴 글을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는다고. 그것은 당신의 성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의 뇌 깊숙한 곳에는 '파충류 뇌'라 불리는 원시적 영역이 있다. 이 뇌는 생존에 직결되지 않거나 흥미롭지 않은 정보를 가차 없이 걸러낸다. 당신의 '팩트 폭격'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문지기를 통과하는가.
스토리다. 스토리를 들을 때 인간의 뇌는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언어 처리 영역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 영역 전체가 활성화된다. 뇌는 그것을 정보가 아니라 경험으로 인식한다. 이것이 수천 년간 인류가 이야기에 매혹되어 온 이유다. 이 책은 그 매혹의 원리를 해부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12단계 최면 스토리텔링 프로토콜'이라는 제목은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다. 최면이라니. 그러나 읽다 보면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책이 제시하는 12단계는 독자가 첫 문장을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행동(구매, 문의, 공유)을 취하는 순간까지 이탈 없이 미끄러지듯 이동하게 만드는 설계도다. 0.3초 만에 뇌를 멈추게 하는 제목, 이탈률을 0%에 가깝게 만드는 첫 문장, 다음 줄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심리적 장치들. 각 단계는 뇌과학과 심리학에 근거하되, 철저하게 실전 지향적이다.
이 책의 미덕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원리와 실행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많은 글쓰기 책들이 "감정을 자극하라", "공감을 얻어라"라고 말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호하게 넘어간다. 이 책은 다르다. '3차원 감정 동기화 트라이앵글'이라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감정, 경험, 표현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추상적인 조언 대신 즉시 적용 가능한 공식이 있다.
둘째, 복사해서 바로 쓸 수 있는 도구들이 풍부하다. 각 파트 끝에는 'Action Tool'이라는 이름의 실전 도구가 배치되어 있다. 진단 체크리스트, 올인원 워크시트, 반전 문구 모음집. 이론을 읽고 끄덕이는 것과 실제로 적용하는 것 사이에는 넓은 간극이 있다. 이 책은 그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셋째, 100억 매출 기업들의 실제 사례가 해부되어 있다. 부록에 담긴 케이스 스터디는 이 책의 숨은 보석이다. 면도기 구독 서비스가 어떻게 거대 기업을 악당으로 만들어 고객의 분노를 자신의 편으로 돌렸는지, 숙박 공유 플랫폼이 어떻게 '남의 집에서 자는 불편함'을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으로 재정의했는지, 명품 시계가 어떻게 '소비'를 '유산'으로 포장했는지. 성공한 스토리텔링의 DNA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
글쓰기를 재능의 영역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타고나야 한다고, 오래 수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글쓰기에도 작동하는 원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리를 이해하면 누구나 '읽히는 글', 더 나아가 '팔리는 글'을 쓸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글은 당신의 얼굴이다. 온라인에서 당신을 대변하는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텍스트다. 상세페이지 하나가 매출을 결정하고, 제안서 한 장이 계약을 좌우하며, 블로그 글 하나가 당신의 전문성을 증명한다. 그 글이 읽히느냐 읽히지 않느냐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이 책은 그 생존을 위한 무기다. 화려한 수사나 막연한 격려 대신, 즉시 작동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읽고 나면 글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더 이상 감으로 쓰지 않게 된다. 설계하게 된다.
결국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읽히는 글이다. 읽히고, 기억되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글이다. 이 책은 그런 글을 쓰는 법을 가르친다. 뇌과학이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서, 12단계라는 명확한 구조로, 실전 도구라는 즉각적인 무장과 함께.
당신의 글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시대는 이 책을 읽는 순간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