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 앞에서 거창한 대답을 준비한다. 자기표현, 창작의 기쁨, 세상과의 소통.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고, SNS에 글을 올리며, 그것으로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대답은 공허하다.
그들에게 글쓰기란 매일 밤 치러야 하는 전투다. 하얀 화면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오늘은 뭘 써야 하지?"라고 되뇌는 시간.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피로가 된다. 피로는 회의가 되고, 회의는 포기가 된다.
이 책은 그 전투를 끝내기 위해 쓰였다.
저자 에디터 C는 흥미로운 관찰에서 출발한다. 콘텐츠로 돈을 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글솜씨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장력이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성공하지 않는다. 매일 성실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반드시 보상받지 않는다.
차이는 다른 곳에 있다. 설계의 유무다.
저자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설계하는 사람'을 구분한다. 전자는 매일 아침 무엇을 쓸지 고민한다. 후자는 이미 1년 치 글감을 확보해두고, 그날 해야 할 일을 실행할 뿐이다. 전자에게 글쓰기는 노동이다. 후자에게 글쓰기는 시스템이다.
이 구분이 이 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독자의 마음을 읽는 법을 다룬다. 저자는 이것을 '고객 운명 개조 프로토콜'이라는 다소 과격한 이름으로 부른다. 핵심은 단순하다. 글을 읽는 사람이 지금 어떤 고통 속에 있는지 파악하고, 그 고통에서 벗어난 미래를 보여주며, 그 다리를 건너게 해주는 것. 정보를 나열하는 글은 잊힌다. 변화를 약속하는 글은 기억된다.
두 번째 파트가 이 책의 핵심이다. 60분 만에 1년 치 콘텐츠 주제를 뽑아내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담겨 있다. 카테고리를 정하고, 레퍼런스를 모으며, 경쟁자가 놓친 틈새를 찾는 과정이 단계별로 설명된다. 이 파트를 읽고 나면 "오늘 뭘 쓰지?"라는 질문 자체가 사라진다. 질문이 바뀌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순서로 쓸까?"로.
세 번째 파트는 글의 형식을 다룬다. 첫 문장에서 독자의 발목을 잡는 법, 스크롤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구조, 검색엔진과 인간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술. 실용적인 팁들이 빼곡하다. 특히 '3가지 형용사로 브랜드 정체성 만들기'는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도구다.
네 번째 파트는 시스템화에 관한 것이다. 365일 자동화 스케줄링, 콘텐츠 재활용, 홍보 채널 구축. 글 하나가 여러 곳에서 여러 번 일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당신이 자는 동안에도 글이 알아서 돈을 벌어오는 구조다.
이 책의 미덕은 명확함에 있다.
콘텐츠 마케팅을 다루는 책들은 대개 두 가지 함정에 빠진다. 너무 추상적이거나, 너무 지엽적이거나. 전자는 읽고 나면 고개는 끄덕여지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후자는 특정 플랫폼이나 기법에 매몰되어 금세 유효기간이 지난다.
이 책은 그 사이를 잘 걷는다. 원리를 설명하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각 챕터 끝에는 '액션 툴'이라는 이름의 워크시트가 붙어 있다.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써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부록에 담긴 제목 템플릿 50개와 추천 도구 목록은 당장 내일부터 써먹을 수 있는 실전 무기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이 있다.
이 책은 글쓰기의 낭만을 말하지 않는다.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시스템을 말한다. 구조를 말한다.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를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접근이 글쓰기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글이란 영혼의 발현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 생각도 존중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콘텐츠로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 부업으로라도 수익을 만들어보려는 사람에게 영혼의 발현을 기다리는 것은 사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 아침 출근하듯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 책은 그 시스템을 제공한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글을 설계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전자의 삶은 고되다. 매일 새로운 전투를 치러야 한다. 후자의 삶은 다르다. 한 번 잘 짜인 시스템은 오래 작동한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선택하기 전에 한 가지는 알아두어야 한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을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이 책은 그 '다른 방식'의 구체적인 지도다.
펼쳐볼 것인지, 덮어둘 것인지. 그것 역시 당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