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면의 공포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빈 화면 앞에 앉아 있을 때의 그 막막함을. 커서가 깜빡인다. 시간이 흐른다. 머릿속은 텅 비어 있다.
우리는 그 순간을 '영감이 오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마치 영감이라는 것이 어디선가 날아와 우리 머리 위에 앉아야만 글이 시작되는 것처럼. 그래서 기다린다. 샤워를 하고,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신다. 영감이라는 변덕스러운 손님이 문을 두드리기를.
그러나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말한다. 영감을 기다리는 것은 아마추어의 핑계라고. 프로는 기다리지 않는다고.
창의성에 대한 오해
우리 시대에는 창의성에 대한 뿌리 깊은 신화가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타고난다는 믿음. 어떤 이들은 아이디어가 샘솟고, 어떤 이들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체념.
이 책의 저자는 그 신화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창의성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한다. 더 정확히는, 시스템이라고.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그저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라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 저자는 이 통찰을 실행 가능한 도구로 변환했다.
단순한 공식의 힘
이 책의 핵심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콘텐츠는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이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저자는 전자를 앵글, 후자를 포맷이라 부른다.
앵글은 콘텐츠의 영혼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역사를 말할 수 있고, 숫자를 말할 수 있고, 사람을 말할 수 있다. 포맷은 콘텐츠의 몸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리스트로 담을 수 있고, 영상으로 담을 수 있고, 퀴즈로 담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하는 순간, 막막함은 구체적인 선택지로 바뀐다. "뭔가 재밌는 거 없을까"라는 모호한 질문 대신, "이 주제를 역사 앵글로 풀면 어떨까, 퀴즈 포맷에 담으면 어떨까"라는 구체적인 질문이 가능해진다.
단순함에는 힘이 있다.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건 본질을 꿰뚫은 사람만 할 수 있다.
열 곱하기 열
책은 10가지 앵글과 10가지 포맷을 제시한다.
앵글에는 인물, 기초, 디테일, 역사, 프로세스, 큐레이션, 데이터, 제품, 오피니언, 예시가 있다. 포맷에는 리스트형, 순위형, 비교형, 질문형, 가이드형, 스토리형, 인터뷰형, 체크리스트형, 타임라인형, 템플릿형이 있다.
10 곱하기 10은 100이다. 하나의 주제로 100가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것을 '무한 생성 매트릭스'라 부른다. 과장된 이름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다.
치약 하나를 가지고도 "조선 시대 왕들의 양치법"이라는 역사 콘텐츠가 나오고, "한국인 90%가 저지르는 양치 실수"라는 데이터 콘텐츠가 나오고, "30년 차 치과 의사의 비밀 관리법"이라는 인물 콘텐츠가 나온다. 같은 치약이다. 렌즈만 바꿨을 뿐이다.
이론이 아닌 도구
이 책의 미덕은 이론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반부에는 5가지 업종별로 100가지 실전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교육, 전자상거래, 로컬 비즈니스, B2B, 인플루언서. 각 업종에 맞는 구체적인 콘텐츠 기획안이 제시된다.
"새벽 4시, 오늘도 육수 끓이러 나왔습니다"라는 식당 사장님의 루틴 콘텐츠. "저도 한때 100kg 비만이었습니다"라는 트레이너의 고백 콘텐츠.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구체성이다.
저자는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그물을 쥐여주겠다고 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시스템을 가진 자의 여유
매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에게 '기분'이나 '컨디션'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자동차 공장이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차를 못 만든다면 그 공장은 망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을 가진 사람은 기다리지 않는다. 버튼을 누른다. 경쟁자가 빈 화면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을 때, 시스템을 가진 사람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일주일 치 콘텐츠를 예약 발행하고 퇴근한다.
이것이 이 책이 약속하는 것이다. 영감의 노예에서 시스템의 주인으로. 콘텐츠 감옥에서 생산성의 자유로.
결국 실행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저자도 그것을 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이 100가지 아이디어는 씨앗입니다. 그대로 베껴도 좋고, 비틀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하나라도 올리는 것'입니다."
빈 화면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소재 고갈이라는 감옥을 탈출하고 싶다면, 이 책이 열쇠가 될 것이다. 단, 열쇠를 쥐는 것만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돌려야 한다.
페이지를 넘겨라. 그리고 실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