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레이 레인스터(Murray Leinster)는 미국의 저명한 장르 소설 작가 윌리엄 피츠제럴드 젠킨스(William Fitzgerald Jenkins, 1896년 6월 16일 ~ 1975년 6월 8일)의 필명으로, 특히 과학 소설과 대체 역사 소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그는 20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활동하며, 과학 소설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레인스터는 1,500편 이상의 단편 소설과 기사, 14편의 영화 대본, 그리고 수백 편의 라디오 및 텔레비전 대본을 집필하며 다작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그의 작품은 SF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모험, 서부극,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놀라운 상상력과 꾸준한 창작 활동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레인스터는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조지 B. 젠킨스는 회계사로 일했고, 어머니 메리 L. 젠킨스는 가정을 돌보았다. 가족은 1910년경 맨해튼으로 이주했으며, 이는 젊은 레인스터에게 도시적 환경과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제공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1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16년 5월, 20세가 되기 두 달 전 H.L. 멩켄이 편집하던 문학 잡지 "The Smart Set"에 첫 단편 "The Foreigner"를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3년간 이 잡지에 10편의 작품을 더 실었고, 멩켄의 조언으로 비문학적 콘텐츠에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레인스터라는 필명은 아일랜드의 레인스터 지방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Lenster"로 발음된다. 그는 이 이름으로 SF 작품을 주로 발표하며 장르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했다. 그의 초기 경력은 펄프 매거진 시대와 맞물려 있었고, 1920년대부터 "Weird Tales", "Argosy", "Astounding Stories" 등 다양한 잡지에 기고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Weird Tales"에서는 1926년부터 1948년까지 79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이 잡지에서 가장 다작한 작가로 기록되었다. 초기 작품은 H.P. 러브크래프트나 아브라함 메릿의 영향을 받아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레인스터는 우주 오페라 장르를 개척하며 과학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Sidewise in Time"(1934)은 대체 역사 SF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이후 이 제목에서 이름을 딴 "Sidewise Award for Alternate History"(1995년 제정)가 만들어질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또한 1945년 발표된 "First Contact"는 우주에서 만난 외계 종족과의 최초 접촉을 다룬 이야기로, 보편적 번역기 개념을 처음 소개한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이 작품은 1956년 휴고상을 수상하며 그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레인스터는 1940년대에 "Captain Future" 시리즈를 창조하며 펄프 SF의 인기 작가로 떠올랐다. 이 시리즈는 우주 모험을 중심으로 한 경쾌한 이야기로 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육군의 전쟁정보국(OWI)에서 활동하며 전시宣傳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쟁 후에는 존 W. 캠벨이 편집하던 "Astounding"와 "Analog"에 30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높은 문학적 기준을 유지했다. 그의 마지막 "Analog" 작품은 1966년 "Quarantine World"로, 첫 등장(1930년) 이후 36년 만의 기록이었다.
만화계에서도 레인스터는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1945년부터 1966년까지 DC Comics에서 배트맨, 슈퍼맨, "Legion of Super-Heroes" 등의 스토리를 집필하며 이 캐릭터들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의 시나리오는 창의성과 깊이로 호평받았다. 후기에는 "What's It Like Out There?"(1952)나 "City at World's End"(1951) 같은 작품에서 우주 탐사의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면을 탐구하며 성숙한 문학 세계를 보여주었다.
레인스터의 개인사도 주목할 만하다. 1921년 뉴욕 출신 메리 만돌라와 결혼해 네 딸을 낳았고, 가족과 함께 버지니아주 글로스터에서 말년을 보냈다. 그는 1975년 6월 8일, 78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그의 작품은 시대를 앞선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특히 1946년 "A Logic Named Joe"에서는 "로직"이라는 이름의 컴퓨터를 묘사하며 인터넷과 유사한 개념을 예견했고, 이는 오늘날 그가 기술 혁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레인스터는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다"는 좌우명을 실천하며, 과학 소설의 "학장(The Dean of SF)"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의 유산은 오늘날에도 SF 팬과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장르 문학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