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스트레가상 ·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작
『여덟 개의 산』 작가 파올로 코녜티
불안한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소설
■ 이 책에 대하여
『여덟 개의 산』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프랑스 메디치상, 영국 PEN상을 수상한 작가 파올로 코녜티의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온몸에 피어싱을 했고 머리를 알록달록 물들이고 장례식장에나 갈 법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소피아 무라토레.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어린 시절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삶이라는 바다에서 배처럼 떠도는 소피아의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로, 열 개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작가 파올로 코녜티는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로 문단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이탈리아 문학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고 스트레가상 최종심에도 올라 명성을 얻게 된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던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빠와 미술학도 엄마가 이룬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소피아는 성향이 너무도 다른 부모 사이에서 정서적 위기를 맞는다. 결국 열여섯 살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청소년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지만, 소피아는 임신과 더불어 화가로서의 꿈을 접게 되어 우울증에 걸린 엄마처럼, 자동차 회사에서 기계같이 일하는 아빠처럼,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때 독신에, 진보적인 성향의 고모 마르타가 소피아를 돌봐주기로 하면서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소피아는 꼭 자기 자신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배우가 되길 꿈꾸며 밀라노 교외의 자그마한 동네에서 로마 영화학교로, 더 멀리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모자이크처럼, 열 개 단편의 이야기 조각이 모여 전체 작품을 이룬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주인공이라 추정되는 소피아가 사춘기에 가진 불안과 두려움은 균형을 잃은 그녀의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것이었지만, 그러한 그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그녀를 키워내고 그녀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영향을 주었던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더 부각시킴으로써 소피아의 삶을 제삼자의 삶의 결,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보게 한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등장인물들 - 시시각각 기분이 바뀌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엄마 로사나, 예민한 딸과 아내 사이에서 단순한 삶을 꿈꾸는 아빠 로베르토,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사회 운동가로 살며 소피아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 고모 마르타, 작가 지망생이지만 자신만의 글을 쓰지 못하는 피에트로까지 - 저마다의 존재론적 고통과 불안을 동시에 조명함으로써 소피아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재발견하게 한다. 또한 이 등장인물들이 각자 그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하나씩 가지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치유 능력이 있음을 제시한다.
마침내 소피아는 배우가 되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면서, 연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면 얻을 수 있는 ‘이 순간의 행복’을 찾는 방법을 발견해나간다. 그럼으로써 소피아는 성장해 나아가게 된다.
파올로 코녜티는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에서 개인과 개인, 내면의 자신과 ‘관계 맺음’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소피아라는 인물이 홀로 생겨나 자란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들과 보낸 상처와 치유의 시간과 그 관계가 쌓여 존재할 수 있었듯이, 작가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불안한 청춘의 시기를 겪고 있고 또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삶의 모든 실패를 딛고 일어서게 하는 작품이다.
「 파올로 코녜티는 주인공과 그 주변의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코녜티 소설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제됨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현실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고독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인물들이,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넘어지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추천사
★ 코녜티는 정교하고도 통찰력 있게 여성을 묘사해냈다. _《마리끌레르》
★ 이 시대 가장 울림 있는 작품. _《파밀리아 크리스티아나》(이탈리아 주간지)
★ 어린 시절부터 10대를 거쳐 불꽃이 튀듯 변덕스럽게 변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묘사하는 게 가능할까? 파올로 코녜티는 해냈고,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다. _《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