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붙이지 않을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
더 적게 일하라! 자기만의 속도를 유지하라! 그리고, 퀄리티에 집착하라!
1967년 존 맥피라는 〈뉴요커〉 기자가 자신의 기사 작성 과정에 대해 글을 썼다. 그는 기사 한 편을 쓰는 데 약 8개월간 자료 조사를 했고, 그 뒤에는 2주 동안 하루에 겨우 500단어씩 쓰면서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취재원을 만나거나 기삿거리를 정리하는 데에 보냈다고 한다. 오늘날 이렇게 일하는 기자가 있다면 당장 잘리겠지만 놀랍게도 이 기자는 1999년 퓰리쳐상을 받았고, 무려 29권의 책을 썼으며 그중 2권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MIT 출신의 천재 공학자이자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칼 뉴포트는 신작 『슬로우 워크』의 도입부에서 존 맥피를 소개하며, 지금 우리 사회는 ‘생산성’에 대한 정의를 시급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컨베이어의 속도를 올리면 생산물이 늘어나는’ 공장식 생산성의 기준을 지식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해왔다. 생산물이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노동의 특성상, 오늘날 직장인들은 자신이 일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지만 눈에 잘 드러나는 잡무’에 무의식적으로 열중하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 업무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중요 업무의 퀄리티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칼 뉴포트는 지식 노동에는 그에 걸맞은 ‘생산성’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슬로우 생산성(느린 생산성)’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그는 단순히 새로운 일의 철학을 주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철저한 과학적 증거로 이를 뒷받침하며, 실제로 일을 줄이고 자기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업무 기법들을 이 책 한 권에 빼곡히 담아냈다. 갈릴레오와 아이작 뉴턴과 같은 전통적인 학자들의 사례에서부터 제인 오스틴, 조지아 오키프와 같은 예술가, 가공할 히트를 친 드라마 시리즈 〈CSI〉의 제작자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지식 노동자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심층 연구를 바탕으로 ‘슬로우 생산성’의 핵심 원칙을 3가지로 제시한다. 업무량을 줄이고, 자신만의 속도로 일할 때, 비로소 일의 퀄리티가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과부하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성취를 추구하는,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새로운 일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