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노래를 들려주는 여행 에세이. 에세이를 읽으며 스마트폰으로 여행지의 노래도 듣는다. 스마트폰으로 책 속에 있는 QR코드를 읽으면 여행지에서 잉태되었거나, 그곳을 노래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로 연결된다. 영화 와 <친구>에 절대공감했던 7080세대들의 마음을 훔쳤던 주옥같은 팝송과 감미로운 음악 27곡을 만날 수 있다. 감수성이 넘치는 포토 에세이는 기본. 저자가 20년간 32개국을 여행하면서 보고 만난 세상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글을 읽고, 사진을 보고, 마무리로 음악을 들으면 우리의 영혼도 여행 속으로 빨려든다.
노래를 들려주는 여행 에세이
책이 노래를 들려준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전혀 새로운 책이 등장한 것이다. 책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딱 하나, 스마트폰. 스마트폰으로 책 속에 있는 QR코드를 읽으면 유튜브로 자동 연결된다.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를 선택하면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나온다. 감성이 묻어나는 글과 사진, 여기에 노래가 더해지면서 여행의 감동이 무한대로 증폭된다. QR코드를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의 책은 간간히 시도되고 있지만 노래를 들려주는 책은 <여행의 선율>이 처음이다. 책을 읽고, 사진을 보고, 노래를 듣는 새로운 개념의 책읽기와 만나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옮아가는 시대에 오히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인 시도가 주목된다.
그곳에서 잉태된, 그곳을 노래한 노래들
<여행의 선율>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여행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적어도 그곳을 노래하거나 그곳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테면 캘리포니아에서 태평양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는 101번 하이웨이에 소개된 노래는 Hotel California와 California Dreaming이다. 두 노래 모두 캘리포니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닮고 있다. 현실에 좌절한 청춘들이 꿈꿨던 또 다른 세상, 그곳이 캘리포니아다. 사회주의 실패 후 변화의 한 복판에 선 모스크바에서 서방의 밴드 가운데는 처음으로 공연한 스콜피온스가 부른 Wind Of Change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하는 일본 홋카이도와 그곳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러브레터> OST Winter Story, 60년 만에 부활한 쿠바 아바나의 원조 클럽니스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부른 Dos Gardenias,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에서 스팅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줬던 Angel Eyes 등 27곡의 노래는 저자가 그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상과 어울려 특별한 감동을 준다. 이 노래들은 또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들으며 자란 486세대들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여행,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위로
이 책은 저자가 여행가로 20년간 세상을 떠돈 여행의 흔적을 모은 것이다. 저자는 20년 동안 32개국 12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 저자가 해외에 머문 시간은 약 1000일. 2만4000 여 시간을 생활여행자로 살아온 그 시간들은 여행이기도 하고, 또 저자의 삶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행지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 아닌, 20년이란 시간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삶과 기억도 함께 버무렸다. 20년은 저자에게 여행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팔팔한 청춘에서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중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던 세월이었다. 그 세월의 무게는 또 저자만이 아닌,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함께 지나온 흔적이기도 하다. 그들은 영화 <친구>와 에 공감하는, 라디오로 팝송을 들으며 열광했던 흘러간 청춘들이다. 저자는 여행 이야기와 함께 가슴 촉촉한 개인사적 추억, 동시대의 사람들과의 공감을 글과 노래로 풀어냈다. 이 책이 여행 에세이이면서도 삶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것은 이 때문.
누구나 꿈꾸는 여행, 그 네버 엔딩 스토리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일상의 이탈이다.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세계와 만나는 일이다. 저자는 20여 년 간 세계를 떠돌며 누구나 한 번쯤 그곳에 가보기를 소원하는 곳들을 여행했다. 어느 곳은 2시간의 비행으로 갈 수 있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27시간을 비행해야 닿는 지구 반대편이기도 하다. 어떤 곳은 딱 하루만 여행을 허락한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한 달을 머물고도 아쉬워서 다시 찾아가기도 했다. 아프리카 최남단 케이프타운의 희망봉에서 알래스카에서도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북쪽 이누비크로 이어지는 여행의 순간들. 그곳들은 독자들에게 낯선 곳일 수 있다. 어쩌면 꿈꾸는 것도 벅찬 너무 먼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와 걸음을 맞춰 걷고, 여행하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같은 노래를 들으며 전율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을 동경하는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네버 엔딩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