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추리 문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아르센 뤼팽 전집>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와 함께 세계 추리 문학의 두 산맥을 이루는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국내 최초로 완역본으로 황금가지에서 출간된다. 2002년 3월 15일 처음 출간되는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을 시작으로 해서 2003년 초까지 매달 2권씩 차례로 나와 완간될 예정이다. 아르센 뤼팽은 프랑스의 국민작가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1905년 전위적인 잡지 《주 세 투》편집자의 셜록 홈즈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써달라는 요청으로 처음 등장한 후 20여 편 이상의 소설에 등장해 도둑과 탐정의 1인 2역을 멋지게 소화해 냈으며, 영국의 셜록 홈즈의 변형인 헐록 숌즈와 대결을 벌이고, 독일에 대항해 프랑스 인의 애국심을 고취시기도 한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이다. 또한 뤼팽 시리즈는 약한 자의 편에서 활약하는 괴도를 주제로 한 프랑스의 독특한 모험 소설의 백미이기도 하다(같은 주제로 프랑스에서는 19세기 말, 도둑에서 탐정으로 전향했던 <비독>의 이야기나 20세기 초 <팡토마>라는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다).
신사와 도둑이라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교묘하게 배합해 매력적으로 그려진 아르센 뤼팽은 잡지에 연재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1906년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이라는 이름의 단편집으로 묶여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그 후영국의 셜록 홈즈의 이름을 앞 철자만 뒤바꾼(Sherlock Holmes를 Herlock Sholmes로 바꾸었음)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1908)가 뒤이어 나왔으며, 두 편의 소설로 한층 성숙해진 르블랑의 문장력은 마침내 그의 최고 걸작에 해당하는 <기암성>(1909), <813>(1910), <아르센 뤼팽의 모험>(1911), <수정마개>(1912) 등을 낳았다.
▶완역본을 통해 처음으로 만나는 대도둑의 진짜 모습
셜록 홈즈와 마찬가지로 아르센 뤼팽 역시 곧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945년 삼우사에서 <괴기 탐정 루팡>이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출간되어 지금까지 수백 권의 책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누락과 오역, 일본어 중역판으로 뤼팽의 참모습을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출판물들은 대개 아동용 혹은 대담무쌍하게 사회의 법망을 빠져나가면서도 약한 자를 돕는 <의적 홍길동> 같은 모습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지닌 축약판뿐이었다. 그러나 괴도 뤼팽의 심리는 그처럼 담대하지 못하며 복합적이면서 입체적이다. 그는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려 애쓰는 동시에 자신이 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내였다. 1874년 출생한 이래, 여섯 살 때 첫 절도를 하고 열두 살 때 고아가 되었으며 네 번 이상 결혼을 했음에도 결국엔 언제나 홀로 남았다. 신출귀몰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 속엔 이전까지의 추리 소설들에선 보이지 않는 내적인 갈등,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아 정체성의 혼란 등 현대 소설적인 주인공이 숨어 있다.
특히 뤼팽이라는 인물은 셜록 홈즈와 자주 비견되는데, 지금까지 국내에선 <괴도 대 탐정>의 구도 때문인 것으로 주로 이해해 왔으나 그 근본적인 까닭은 20세기 초 급변하는 세계사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즉, 셜록 홈즈가 실증주의적인 영국적인 풍토에서 사법 제도에 대한 철저한 지지와 과학적 탐구와 귀납적 추리 방식을 따랐던 데 비해, 뤼팽은 그보다는 좀더 현대화가 진행된 뒤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실존주의적 사고의 단초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괴도 신사 뤼팽이 낳은 수많은 후대의 작품들
한편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책과 주인공의 인기에 힘입어,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총13편의 영화와 46편의 TV 시리즈, 70여 편의 라디오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그 밖에 수많은 연극, 애니메이션, 만화 등이 있으며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중이고, 작품에서 뤼팽이 활약했던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역 에트르타 해안 등은 국제적인 관광 명소 중 하나이다. 특히 일본에서 뤼팽의 인기는 더욱 높아,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루팡 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1979)과 79년부터 80년까지 텔레비전 시리즈로 방영되었으며 그의 걸작에 속하는 『신 루팡 3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