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요즘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 가보면 셜록 홈즈의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있어봤자 유아용등으로 많은 부분 수정되고 편집된, 치밀하고 날카로운 셜록 홈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신기하게 사건을 잘 해결하는 똑똑한 탐정의 얘기 뿐이다. 분명 우리들이 어렸을 때에는 흔했던 성인용 셜록 홈즈의 책들이 어느새 사라진 것이다. 셜록 홈즈는 마약을 하고 바이올린을 켰으며 심한 편집증을 가지고 있었다. 같이 사는 왓슨 박사 역시 아픈 과거를 가진 고독한 도시인이었다. 그들이 바라보고 또 가끔씩 뛰어들게 되는 세상속의 사건들은 역사를 그대로 훑기도 하며 소외된 자들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종교적 신념에 대한 도전까지도 아우른다. 결코 우리들의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사건과 사람들 그리고 해결사'정도의 의미가 아닌 것이다. 코난 도일이 홈즈를 통해 말하려 했던 사회적 비판과 철학이 지금까지는 사건의 흥미로움과 대중성때문에 오히려 부각되지 못한 채 묻혀 있었다. 그래서 그저 키크고 머리 좋은 탐정 홈즈가 아닌, 인간 셜록 홈즈에 대한 현실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번에 출간된 셜록 홈즈 전집은 아서 코난 도일 경이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4개의 장편과 57개의 단편들 중 장편4개를 묶은 것이다. 차후 전 10권으로 하여 출간될 예정인 이번 전집은 그 동안 셜록 홈즈를 찾고 있던 세대들에게 무척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특히 삽입된 그림들은 초창기 '스트랜드'에 연재되던 때 삽입된 삽화를 그대로 따온 것들로서, 어떻게 하여 셜록 홈즈의 이미지가 현재와 같이 정형화되고 실체화 될 수 있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