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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월간) : 12월 [2015]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인문

인물과 사상 (월간) : 12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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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월간) : 12월 [2015]작품 소개

<인물과 사상 (월간) : 12월 [2015]> 책 정보가 없습니다


이 책의 시리즈


출판사 서평

웃음이 혁명이다

인터뷰: 김제동(방송인)

1974년 2월 3일 경상북도 영천군 고경면 해선동에서 태어났다. 1남 5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막둥이다. 1994년 문선대 사회자로 데뷔했다. 1990년대 후반 대구 야구장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하면서 주목받았다. 대학 축제 단골 사회자로 활약하다 가수 윤도현의 눈에 띄어 2002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방송에 데뷔했다. 2006년 KBS 연예대상을 받으면서 차세대 MC로 부상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사회를 맡았다. 2009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노제를 진행했다. 그때부터 적잖은 방송을 그만두었다. 2011년부터 SBS 〈힐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JTBC의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와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를 썼다.
김제동은 얼마 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말이 1인 시위지 친한 기자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은 정도였다. 여파가 컸다. 적잖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자신의 진심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그때의 상황을 선정적으로 묻는 건 피해야 할 일이었다. 오히려 웃기는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다. 뜻대로 되진 않았다. 김제동은 웃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지하고 진중한 사람이었고 40대로서 세상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어 하는 남자였다. 웃기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내야 한다고 믿고 그걸 실행하고 있었다. 김제동은 웃기는 사람의 슬픔을 품고 있었다. 김제동은 한국 사회에서 웃음이 메말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웃음은 예측 불가능한 의외성에서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 변화가 사라지고 있고 동시에 웃음도 사라지고 있다. 김제동은 웃음이 사라진 끝에 실성한 듯한 웃음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김제동이 믿는 웃음의 혁명이다. 어쩌면 김제동은 민주주의 시대의 궁정 광대라고 할 수 있다. 엄숙한 왕정 시대에도 궁정 광대만큼은 유머로 권력을 비판할 수 있었다. 물론 웃기지 못하면 죽임을 당했다. 김제동이 걷고 있는 길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방송인의 길을 접어두고 사람들의 마음속 웃음과 울음을 전달하는 사회자의 역할을 도맡고 있다. 김제동은 그것이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의 의무라고 믿는다. 웃자고 한 인터뷰는 그렇게 웃지도 못하고 끝났다. 그게 김제동이었다.

김제동이 마이크를 잡는 이유

11월 3일 김제동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 시위를 했다. 그 파장은 컸다. “사람들을 선동하지 마라”는 말도 있었고, “〈힐링캠프〉 시청률이나 신경 써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방송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그는 사회적 발언이나 행동을 심심치 않게 한다. 그가 피켓을 들었던 이유는 사회적 고통에 공감한 마흔 넘은 남자의 자연스런 모습이자,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되었다. 김제동은 국정 교과서로 배운 세대다. 학교에서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배웠고,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면 책임져야 한다고도 배웠다. 타인이 내 의견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나라라는 것도 배웠다. 대한민국은 국정 교과서에 찬성할 권리도 있고 반대할 권리도 있는 나라다. 이게 그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역사가 있다고 말한다.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와 창조사회를 이루려면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이고 찬성 또는 반대하는 마음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까지, 역사를 제각각 해석할 수 있는 능력까지 잠재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래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과 반대를 넘어 사람들 마음속 역사가 진짜이기 때문에 그것을 누군가 규정하는 걸 반대하는 것이다.
김제동은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혁명과도 같다고 말한다. 웃음이란 기본적으로 기존의 판도를 뒤엎고 상식을 깨는, 예기치 못한 일들에서 나온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발상을 해냈을 때 웃음이 터진다.” 상대방에게 공감하지 못하면 웃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싸우고 있는 모든 문제도 결국은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웃음의 기초 작업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고통이나 기쁨을 상상하는 능력이다. 사회는 진보만 옳거나 보수만 옳은 게 아니라 진보와 보수가 어우러져야 한다. 세상은 옳음과 옳음의 싸움이지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니다. 그래서 웃음이 혁명과 맞닿아 있다. 기존에 있는 잘못된 권위가 무너져 내릴 때 진짜 통쾌하게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이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마이크는 사회자를 위한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혼잣말을 하려면 마이크가 필요없다. 사회자란 직업이 생겨난 이유도 듣는 사람을 위해서다. 사회자는 자신이 사라지고 사람들을 만나야 그들의 목소리를 마이크로 전달할 수 있다.


- 주요 내용

명랑 독서―――――――――
서민의 「명랑 독서」에서는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를 다룬 『마션』을 살펴본다. 화성 탐사를 간 대원들이 임무 수행 중 엄청난 모래 폭풍을 만나 지구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마크라는 대원만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모래 폭풍 속으로 사라진다. 대원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살아 있었다’. 지구로 귀환하던 대원들은 마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우주선의 방향을 돌린다. 결국 마크는 구조되는데, 이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은 수십 억 달러에 달한다. 어찌 보면 마크를 구하기 위해 그 많은 돈과 인력을 동원하는 건 경제적이지 않다. 왜 그를 구해야 할까?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크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보면, 마크는 분명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강준만의 이론으로 보는 세상―――――――――
왜 한국은 ‘불감사회’가 되었는가? 지금 우리 사회엔 “나는 불의를 고발했다. 그러나 정작 싸움의 상대는 불감사회였다”라는 절규가 외쳐지고 있다. 공익 제보자들이 겪은 고통이 가슴 아파 고통스러운 점도 있지만, 더욱 고통스러운 건 대다수 선량한 사람이 그 공익 제보자들이 겪은 고통의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 사회 특유의 이중 잣대와 위선, 조직 문화의 폭력성, 저급한 의리 의식, 절대 권력에 굴종하는 비열한 인간 군상 등 한국 사회의 모순”에서 기인한다. 사회정의는 물론 그걸 실천하려던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不感)이 일어나는 것은 이른바 ‘의도적 눈감기’ 때문이다. 마거릿 헤퍼넌은 『의도적 눈감기: 비겁한 뇌와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에서 우리 인간은 ‘마주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두려운 진실’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의도적 눈감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노동력의 분화로 인해 일상적 삶의 한 패턴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먼저 공익 제보자들을 보호해주는 법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살림살이 경제학―――――――――
강수돌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인간적인 삶」에서는 역사 교과서가 인간적인 삶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살펴본다. 2015년 11월 3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전국에 약 2,300여 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99.9퍼센트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군 성 노예 문제를 ‘합법적’ 성격의 조치라고 기술하고, 친일 반민족 세력의 척결이라는 절박한 역사적 과제를 호도하고,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과 장기 집권용 ‘유신헌법’을 미화했다.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는 자본주의나 제국주의와의 연관성 속에서 바라볼 때 그 본질이 드러나는 철학의 문제다. 자본주의 질서 유지에 필요한 인간상 또는 특정 생활 방식이 교과서를 통해 훈육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자본주의, 나아가 지난 수십 년 간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주변부에서 반주변부로 상승한 한국이 아시아 등을 무대로 ‘아류 제국주의’ 행세를 하며 ‘세계 경영’을 하기 위해서라도, 자본과 권력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교과서로 무장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외교로 보는 세계―――――――――
안문석의 「대일(對日) 외교가 사라졌다」에서는 11월 2일 한일정상회담이 3년 반 만에 열렸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이면을 살펴본다. 이 회담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한 외교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사전 협의로 합의한 게 없었다. 이는 한국의 의사보다는 다른 요소 때문에 정상회담이 열렸음을 방증한다. 회담 전 한국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의 사과가 없으면 한일정상회담은 없다”고 말해오다가, 미국의 입김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일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위안부 문제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는 평행선만 달렸다. 결국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의 해임을 염두에 둔 채 될 수 있는 대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하나 마나 한 합의다. 한일 관계를 풀기는 풀어야 할 텐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답은 역시 외교에 있다. 2014년 4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가 9번 열렸지만, 양측 정상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또 ‘전략적·포괄적 외교’를 전개하는 것이다. 전략적 외교는 막다른 길을 피하는 외교다. 포괄적 외교는 정부 채널 대화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접근 방안을 동원하는 형태를 말한다.

한국 사회와 성문화―――――――――
성문화(性文化) 연구 모임 ‘도란스’의 루인의 「괴물을 보호하라」에서는 김수창 사건을 퀴어 정치학으로 다시 읽는다. 모든 언론에서 김수창 사건을 ‘바바리맨’ 사건, 즉 여고생을 향해 성기를 노출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김수창은 공공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한 것이지만, 이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범죄행위로 재구성되었다. 그렇다면 음란행위는 곧 폭력이며 범죄행위인가? 공공성은 어떻게 구성되며 공공 성행위는 왜 범죄로 규정되어야 하는가? 음란 행위를 심각한 폭력 행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작업은 무엇을 은폐하는가? 그런데 김수창 사건은 한국의 남성 중심 법체계에서 여성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로 다루어야 한다. 지배 규범의 도덕 윤리를 밑절미 삼아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규정된, 추방된 존재가 괴물인가, 많은 괴물을 재생산하며 사회 구성원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을 방치하고 방조하는 지배 규범이나 한국 사회가 괴물인가?

최후의 선비들―――――――――
함규진의 「이인직: ‘헬조선’ 앞에 ‘피의 눈물’을 흘리다」에서는 국초 이인직의 삶을 조명한다. 이인직은 한일병합의 마지막 순간에 망설이고 있던 이완용에게 “2,000만 조선인과 함께 사라지시겠습니까, 6,000만 일본인과 함께 나아가시겠습니까?”라고 말하며 한일병합을 종용했다. 이인직은 왜 그랬을까?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조선을 생지옥으로 보았던 이인직은 김옥균처럼 ‘일본을 모델로 해서 개혁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정치 혁신과 계몽운동을 통해 ‘우국지사의 꿈’을 키운 것이다. 특히 언론을 통해 계몽의 말을 전하는 ‘기계’가 되리라 다짐했다. 이인직은 ‘헬조선의 현실에서는 사람이 가족을 제대로 이루고 살 수 없고, 사람답게 살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마침내 ‘가족을 이루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나, 그러한 안정은 참담한 빈곤과 거대한 상실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그 시대를 받아들이고 사는 자라면, 모든 희망을 상실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혀 끝으로 읽는 경제사―――――――――
권은중의 「밀이 선물한 가난, 자본주의를 낳다」에서는 밀이 어떻게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는지 살펴본다. 고대 이집트는 빵의 국가였다. 이집트가 눈부신 고대 문명을 건설하고 피라미드를 비롯한 거대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농사와 빵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과학적 생산력을 빵에 오롯이 바쳤다. 이집트의 화폐는 빵이었으며 노예와 관료 모두 빵을 공급받았다. 로마의 번영은 빵에서 비롯되었다. 이 빵은 이탈리아의 밀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들은 지중해 무역을 로마보다 앞서 개척한 이웃나라 그리스와 북아프리카 페니키아인들과 맞서야 했다. 밀 외에 보리와 귀리도 있지만 이미 빵 맛을 알게 된 로마인들은 보리를 가축이나 노예가 먹는 음식쯤으로 여겼다. 로마는 빵으로 통치했고 빵으로 세계를 정복했으며 마침내 빵으로 멸망한 것이다. 결국 밀의 부족은 부의 법칙을 깨닫게 해주었고, 밀의 생산력의 열악함을 뛰어넘어 자본주의와 그 대안인 사회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청소년 권리장전―――――――――
박민영의 「학교, 성범죄의 온상 ③」에서는 학생 간 성폭력을 조명한다. 학생 간 성폭력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들은 학교의 서열 문화에 기반한 ‘권력형 범죄’다. 학교의 서열 문화 속에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학생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강자의 권리다. 이러한 논리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아야겠다”고 말하는 폭력적인 교사, 부모, 군대 고참의 논리와 똑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 성폭행 사태의 원인으로 주로 ‘학생들의 죄의식 부재’를 꼽는데, 어쩌면 학교가 학생들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갉아먹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까? 또한 학교 특유의 폐쇄성이 성폭행 피해자를 ‘독 안에 든 쥐’로 만들기도 한다. 이 속에서 피해자는 심리적 감금 상태에 놓이며, 2차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학교가 성폭력에서 방조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대중예술―――――――――
이영미의 「성장?희망에서 배제된 자들과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는 방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던 〈미워도 다시 한 번〉(1968년)을 통해 어떻게 민심의 성장과 희망이 거세되었는지 살펴본다. 1960년대 중반 인기 영화의 경향에서는 미혼모는 거두지 못했어도 적어도 ‘남자의 핏줄’만은 챙겼다. 그런데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는 그것이 깨진다. 미혼모의 아들인 영신은 결국 아버지의 가족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튕겨나간다. 멋지고 능력 있어 보이는 젊은 가부장은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고 자신의 아들마저 가족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물론 이 젊은 가부장이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의지 충만한 젊은이에서 중후한 모습으로 자가용까지 굴리는 건실한 중상류층으로 성장했고, 몇몇 가족은 그 성과를 공유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부류의 신파적 눈물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 성장의 혜택에서 배제된 약자들의 눈물이었다. 1967~1968년에 화려하게 부활한 신파 영화의 인기는 1960년대 초의 충만했던 희망의 거품이 꺼지고 이제 ‘울고 싶어지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징후였다.

누가 마키아벨리즘을 왜곡하는가?―――――――――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인류학자 반하라의 「누가 마키아벨리즘을 왜곡하는가?」에서는 마키아벨리즘에 대한 오남용을 비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즘’은 기만과 권모술수에 관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당시 도덕주의자들은 『군주론』을 마키아벨리의 구직용 용비어천가 정도로 여기고 사익을 위해 꾸민 간교한 텍스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사익을 초월한 절박한 당대의 진실이 담겨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기독교의 진리와 은총 같은 고고한 언어는 현실 정치에서는 아무 의미 없다는 듯, 종교를 정치 현상의 한 부분으로 관찰하면서 그가 경험하고 쌓아온 통치술을 피력했다. 또한 통치자가 실질적인 통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어떻게 권력을 위협하는 국가 안팎의 정치적·군사적 도전을 피하며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유지할 수 있는지, 그것을 위해서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그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설명한다. 당시의 복잡한 지정학적 형세와 역사를 들여다보면 마치 스펙터클한 정쟁(政爭)의 현장을 지켜보는 마술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마키아벨리즘’을 왜곡하는 이는 누구인가?



목차

사진으로 읽는 세상 | 이태준ㆍ2

명랑 독서
우리나라 사람이 화성에 남았다면? | 서민ㆍ6

생각의 갤러리
세기의 예술가와 함께 즐기는 흥(興) | 〈백남준 그루브_흥〉ㆍ10

인터뷰: 김제동(방송인)
웃음이 혁명이다 | 신기주ㆍ13

강준만의 이론으로 보는 세상
왜 한국인은 ‘비교 중독증’을 앓게 되었는가?: 사회 비교 이론 | 왜 한국은 ‘불감사회(不感社會)’가 되었는가?: 의도적 눈감기 | 왜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 필요한가?: 가스등 효과 | 왜 우리는 끊임없이 칸막이를 만들면서 살아가는가?: 최소 집단 패러다임 | 왜 초연결 사회가 국가를 파멸의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가?: 연결 과잉 | 강준만ㆍ37

살림살이 경제학
역사 교과서 왜곡과 인간적인 삶 | 강수돌ㆍ65

외교로 보는 세계
대일(對日) 외교가 사라졌다 | 안문석ㆍ81

한국 사회와 성문화
괴물을 보호하라: 김수창 사건을 퀴어 정치학으로 다시 읽기 | 루인ㆍ96

최후의 선비들
이인식: ‘헬조선’ 앞에 ‘피의 눈물’을 흘리다 | 함규진ㆍ110

혀 끝으로 읽는 경제사
밀이 선물한 가난, 자본주의를 낳다 | 권은중ㆍ124

청소년 권리장전
학교, 성범죄의 온상 ③ | 박민영ㆍ139

박정희 시대의 대중예술
성장?희망에서 배제된 자들과 〈미워도 다시 한 번〉 | 이영미ㆍ155

누가 마키아벨리즘을 왜곡하는가? | 반하라ㆍ169

신간안내
혁명을 가까이에서 관전하라 |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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