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비밀 친구가 되는 마니또 게임!
게임이 시작되면서 교실은 지옥이 되었다.
가식쟁이, 김지율!
넌 벌레만도 못해!
도대체 누가 이런 쪽지를 보낸 걸까?
인쇄된 글씨가 마음에 콕콕 와 박혔다.
그렇다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알릴 순 없었다.
난 완벽한 모범생이어야 하니까!
마니또 게임이 시작되자 속속들이 드러나는 아이들의 진짜 얼굴!
‘사람들이 아는 나’와 ‘나만 아는 나’, 진짜 나는 누구일까?
《펜더가 우는 밤》으로 제1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고, 외모 지상주의, 게임 중독, 사이버 괴롭힘 등 요즘 십 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 온 선자은 작가의 새 장편 동화 《위험한 게임 마니또》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서로에게 비밀 친구가 되어 주는 마니또 게임을 통해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담아낸다.
마니또 게임은 제비뽑기로 뽑은 사람에게 일정 기간 동안 수호천사 같은 친구가 되어 주는 놀이다.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 누가 누구의 마니또인지 알 수 없다. 담임 선생님이 제안한 마니또 게임에서 부회장 지율은 ‘가식쟁이’라고 적힌 쪽지를 받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익명의 괴롭힘이 점점 더 심해지는데…….
작가는 지율에게 쪽지를 보낸 범인을 추리해 가는 과정에서 화자가 모범생 지율과 왕따 모모로 교차되는 구성을 통해 ‘모범생’과 ‘학급 임원’, ‘단짝 친구’, ‘왕따’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아이들의 진짜 얼굴을 속속들이 드러내 보여 준다.
특히 경쟁과 심리전이 팽배한 교실 안에서 마냥 착하고 순해 보이던 아이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고, 늘 소외되고 약자로 보이는 아이도 사실은 복잡한 속내를 가진 인간임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사람들은 누구나 필요에 따라 가면을 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른들 못지않은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세계를 흡입력 있게 풀어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자발적 왕따 모모의 눈으로 바라본 교실
왕따와 모범생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다!
모모는 반에서 공식 왕따이다. 하지만 모모가 왕따가 된 것은 아이들의 따돌림 때문이 아니라 모모의 자발적인 선택이다. 어릴 적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호되게 놀림을 당한 뒤로는 철저하게 친구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모모는 친구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불편과 상처를 감수하는 것보다 차라리 존재감 없는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속편했다.
그런 모모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모모가 마니또 게임에서 뽑은 부회장 지율이 마니또에게서 이상한 쪽지를 받았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설상가상으로 지율이 받은 쪽지가 반 전체에 공개되면서 지율은 ‘가식쟁이’가 되고 모모는 익명의 범인이 된다. 결국 모모는 누명을 벗기 위해 진짜 범인을 찾기로 한다.
모모는 지율 주변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지율과 허물없는 단짝 친구로 보였던 아름은 짝사랑하는 회장 은석 때문에 지율을 질투하고 있었으며, 여자아이들이 연예인처럼 따르는 예쁜 모범생 시현은 자기 사물함에 선물을 몰래 넣어 두고는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반 아이들 모두가 믿고 따르는 완벽한 회장 은석이 누군가와 짜고 지율을 괴롭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모는 아이들이 영향력 없는 왕따의 말을 믿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은석에게 직접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묻는다. 늘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던 은석은 잔뜩 겁을 먹고 모모를 피해 다닌다. 그러는 사이 다시 한 번 지율은 누군가 바꿔치기한 초콜릿을 먹고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 조퇴를 하게 된다. 모모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은석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지율에게 알린다. 그런데 지율은 모모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오히려 모모 앞에서는 착한 척 모범생인 척할 필요 없다는 듯 모모를 비웃기까지 한다. 모모는 이제 그만 멍청한 왕따로 되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반에서 투명 인간 같은 모모의 눈을 통해 아이들의 숨겨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그려 낸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왕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쌍한 아이’, 모범생은 ‘괜찮은 아이’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려 주고 주변 아이들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진실과는 상관없이 늘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좌지우지되는 교실의 모습에 가슴 짠한 반향을 일으킨다.
<책속으로 추가>
가식쟁이 김지율(모모)
모모는 모기떼에게 습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울퉁불퉁한 얼굴을 하고 교실을 나간 지율을 보고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이름을 불렀지만 모모는 보란 듯이 김지율을 따라 교실을 나갔다. 김지율을 불러 세우고 회장 전은석이 범이라는 사실을 알려 줬다. 그런데 김지율은 모모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오히려 모모 앞에서는 고고한 척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눈이 내리깔고 살짝 웃었다.
“회장이야. 전은석이라고.”
“뭐가?”
정말 모른다는 말투다. 울긋불긋한 얼굴로 회장은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너, 바보냐? 전은석이 어떤 애랑 짜고 널 괴롭히는 거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김지율은 한 번 되묻고도 또 되물었다. 그렇지. 김지율이 나같이 존재조차 없는 투명 인간 말을 믿을 리 없다.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회장이 범인이라고 떠들고 있으니.
“마음대로 생각해! 네가 믿기 싫으면 마는 거지, 뭐!”
돌아섰다. 말이 안 통하는 애와 더 떠들기 싫었다. 김지율도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