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없다면 평화도 없다”
부당한 폭력에 정의와 사랑으로 맞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나에게 아들이 있다면 트레이본 마틴처럼 생겼을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당신이 후드티를 입었든 천조각 하나를 걸쳤든 아무도 당신을 죽일 권리는 없습니다.
-제시 잭슨(목사, 인권운동가)
1955년,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14살 흑인 소년이 백인들에게 맞아 죽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에밋 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일은 이후 흑인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훌쩍 흐른 지금은 어떨까요. 불행하게도 유색 인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은 여전합니다. 지난 2012년 2월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에서 히스피닉계 백인 자경단장이 쏜 총탄에 17살 흑인 소년이 죽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트레이본 마틴. 밤에 후드티를 입고 거리에 나선 것이 죽음의 이유라면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은 자경단장인 짐머만이, 누구든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죽여도 좋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에 의해 무죄 방면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한 흑인 소년의 무고한 죽음에 대한 분노는 미국 전역으로 번져 ‘분노의 후드티 시위’라는 이름하에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이들 시위대에게 ‘후드티’는 연대의 상징이 되었고 이후, ‘백만 후디스 운동’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였던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입니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새터민,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우리의 차별과 편견 역시 그에 못지않습니다. 이 작품은 부당한 폭력과 차별, 사람들의 마음 깊숙하게 뿌리내린 편견에 정의와 사랑으로 맞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 흑인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미국 전역을 뒤흔든
‘백만 후디스 운동’을 동화로 만나다!
『검은 후드티 소년』은 ‘트레이본 마틴 사건’과 ‘백만 후디스 운동’을 소재로 한 창작 장편동화입니다. 실존 인물인 마틴과 마틴의 가족, 짐머만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인물과 사건은 창작된 것입니다. 실존 인물인 마틴과 더불어 사실상 주인공이자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가공의 인물 제이는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입니다. 엄마가 죽고 난 후, 웃음을 잃어버린 아버지를 보며 혹 파양이 되진 않을까 불안해하던 중, 이웃에 사는 마틴의 억울한 죽음을 전해 듣습니다.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무죄가 되고 버젓이 방송에 나오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제이는 친구들과 힘을 합해 친형처럼 의지했던 마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간단치가 않습니다.
글을 쓴 이병승 작가는 말합니다. “이 책을 통해 아직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뿌리 깊은 지역감정, 이념의 대립, 세대 갈등, 사회적 계층 간의 반목, 외국인 근로자 차별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구요. 힘이 약하거나 자신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을 괴롭히던 하비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말하면서 당한 만큼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니콜이 그랬듯, 이 작품을 통해 어린 친구들이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차별과 편견이 낳은 부당한 폭력 앞에 정의와 사랑으로 평화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묵직한 느낌의 왁스 페인트 그림이 주는 깊은 울림과 감동
그림을 그린 이담 화백의 그림 재료는 왁스 페인트입니다. 그림의 주조가 되는 색의 왁스 페인트를 열을 가해 녹여 캔버스에 칠하고 그 화면 가득 칠해져 있는 왁스를 철필 등으로 긁어 이미지를 끌어냅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이담 선생님 특유의 그림 스타일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는 울림과 감동으로 보여 줍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이담 선생님 덕분에 배경을 비롯한 주요한 인물 등의 묘사가 한층 더 정교해졌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 서사적인 그림으로 먼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도 즐거운 책읽기가 될 듯합니다.
글쓴이의 말
마틴 사건은 인종 차별을 넘어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차별’과 ‘편견’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 있습니다. 먼 나라 미국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 제3세계까지 돌아보게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눈에도 마음! 이에도 마음!’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꿔 나갈 수 있는가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든 불의와 무자비한 폭력에 대항하여 ‘정의와 사랑으로 승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합니다.
그린이의 말
세상에는 아직도 많은 차별과 편견 들이 뿌리 깊게 존재합니다. 그런 의식이 지속되는 한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런 생각들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많은 노력들에서 저는 희망을 봅니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수많은 노력 중의 하나가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