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미디어오늘』대표는 ‘미디어의 오늘’과 ‘『미디어오늘』의 오늘’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한국 언론은 위기다. 사사건건 언론 자유를 위협한 박근혜 정권은 붕괴되었다. 언론과 촛불이 뭉친 광장의 힘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에 언론개혁은 재벌개혁과 검찰개혁만큼이나 중요한 국정 어젠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권이 역대 정권들처럼 언론을 인위적으로 장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도가 어떻든 그것 역시 권력이 언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은 정부의 힘이 아니라 여론시장의 힘을 이용할 때 가장 성공적일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한국 언론은 이제부터가 진짜 위기다. 정치에서 자유로워진 대신 언론은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한다. 한국 언론 생태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막막하고 힘겨운 일이다. 디지털과 모바일의 정신없는 변화 속에서 한국 언론 생태계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왜곡될 대로 왜곡되었다. 이정환 대표는 바로 이런 시기에 『미디어오늘』의 미래를 책임지게 되었다.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언론이지만, 동시에 『미디어오늘』의 오늘도 고민해야만 한다. 이정환 대표의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정환 대표는 뛰어난 현역 기자였고 훌륭한 편집국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표로서 『미디어오늘』의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이정환 대표에게 ‘미디어의 내일’과 ‘『미디어오늘』의 내일’을 물었다.
미디어 기업의 생존 방정식
한국 언론은 개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존’이 문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정치권력과 싸웠지만, 이제는 시장과 싸워야 한다. 생존이 정체성이나 존재 이유나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감을 억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언론은 콘텐츠를 팔아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 공짜로 제공한다. 500억 원이라는 푼돈 수준의 전재료를 받고 있지만, 그것을 수익 다각화라고 생각하면서 뉴스 생태계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뉴스가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매체 브랜드는 사라지고 질 낮은 뉴스만 양산되었다. 언론사가 스스로 바닥을 향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탐사보도를 한다거나 심층취재를 해서 기획기사를 써도 독자들은 읽지 않는다. 사회적 차원에서 공적 콘텐츠 플랫폼과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의 공존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오늘』은 매체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익모델을 다변화하려고 한다. 그 수익모델은 편집국의 문제의식을 훼손하지 않는 형태의 방화벽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디어 경영자들은 기사를 거래하거나 부적절한 타협을 하면서 매출을 늘려왔는데, 그런 형태로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쿼츠(QUARTZ)처럼 작지만 영향이 큰 매체나 소셜네트워크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체를 지향한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도 작은 언론사들에 기회를 만들어준 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정환 대표는 ‘맥락 저널리즘’과 ‘솔루션 저널리즘’을 강조한다. 『미디어오늘』은 파편화된 정보가 넘치는 언론 환경에서 맥락을 읽어주는 매체다. 그런데 독자들은 맥락에 대한 관심이 없다. 뉴스 이면의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 자체가 없는데, 사실과 사실이 연결되는 맥락이 중요하고, 사실 뒤에 숨어 있는 역학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미디어오늘』은 ‘블랙’과 ‘레드’를 만들고 뉴스에 연결되는 시간적 맥락을 다시 구성하고 있지만, 독자들이 그 뉴스를 체계적으로 보지 않는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언론이 문제만 제기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뛰어들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비판적인 뉴스가 사람들이 현실을 잘못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고 책임인데, 비판 기사만 쏟아내면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판 기사를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한데, 언론사가 대안을 줄 수는 없지만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꾸준히 싣는 게 중요하다.